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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2 (일)

괭이갈매기에 휴게소 뺏길라…홍도 철새 중간기착지 복원 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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괭이갈매기 개체수 증가로 다른 철새들이 쉴 곳 좁아져

횃대 설치 등 복원사업 진행…지난해 154종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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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에서 바라본 홍도.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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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1) 한재준 기자 = 명절을 맞아 장거리 귀성길에 오르는 사람들이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잠시 쉬어가듯, 산란을 위해 먼 거리를 이동하는 철새들에게도 쉬어갈 곳이 필요하다.

경상남도 통영에서 배로 약 1시간30분, 50.5km 정도 떨어진 홍도와 그와 인접한 소매물도는 봄철 우리나라를 찾는 철새들에게 휴게소 같은 존재다.

철새들의 휴식처인 이곳에서는 최근 '철새 중간 기착지 복원 사업'이 한창이다. 봄이 되면 철새들은 일본 대마도에서 홍도, 소매물도를 거쳐 우리나라 육지로 건너오는데, 개체수가 늘어난 괭이갈매기가 홍도에 집단 번식 활동을 하면서 다른 철새들의 쉴 공간이 좁아졌기 때문이다.

지난 19일 취재진이 찾은 홍도의 꼭대기 언덕은 눈이 쌓인 것처럼 보일 정도로 수많은 괭이갈매기로 가득 차 있었다.

면적 9만8380㎡, 해발고도 113m 무인도인 홍도는 괭이갈매기 집단 번식지로 지난 2000년에 환경부 특정도서 제27호로 지정되었다. 문제는 우리나라 텃새인 괭이갈매기 개체수가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과거 2만5000여마리로 조사됐던 괭이갈매기 개체수는 현재 5만여마리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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괭이갈매기 집단 번식지인 홍도.(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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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새들은 보통 3월에서 5월 중순 사이 우리나라로 이동하는데 괭이갈매기가 번식 활동을 하기 위해 홍도에 자리를 잡는 시기도 3월~7월로 겹치는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국립공원관리공단 조류연구센터에서는 홍도에 횃대를 설치하는 등 괭이갈매기의 '홍도 점거'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괭이갈매기 개체수가 급격히 늘어난 원인은 홍도의 천연기념물 지정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과거에 홍도는 지역 주민들에게 '알도'라고 불렸다. 괭이갈매기 산란시기가 되면 알을 채집하기 위해 사람들이 몰렸기 때문이다. 천연기념물 지정 후 사람들의 접근이 금지되면서 개체수가 늘어났다는 게 하나의 가설이다.

2002년 이전 멸종위기종을 포함한 154종의 새가 발견되던 홍도에서 2014년에는 38종의 새만 겨우 발견되자 국립공원관리공단은 대나무 덤불 조성, 물웅덩이 및 무인카메라 설치, 횃대 설치 등 중간기착지 복원 사업을 시작했다.

취재진과 동행한 홍길표 국립공원관리공단 조류연구센터 연구원은 "서식지 파괴로 인해 생물 집단을 통째로 이동시키는 사례는 해외에서도 있었지만 중간기착지를 복원하는 것은 매우 드물다"고 설명했다.

중간기착지 복원 사업으로 인해 지난해는 154종의 철새가 발견되는 성과가 있었다. 홍도 다음 기착지인 소매물도에서는 지난해 73종, 8093개체가 관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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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새 관찰을 위해 소매물도에 설치해 놓은 그물.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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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도 소매물도에서는 연구원들이 철새를 잡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소매물도를 거쳐 가는 철새를 관찰하기 위해 공단은 섬에 그물을 설치해놓는데 새들이 다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그물 재질도 부드러운 소재로 만들었다. 지난주에는 큰부리새, 유리딱새, 동박새, 노란턱멧새 등이 발견됐다.

철새들이 나는 속도는 대략 시속 40~50km 정도. 먼 거리를 날아오기 위해 날갯짓을 해야 하는 새들에게 중간기착지가 없다는 건 굉장한 체력적 부담이 된다.

홍 연구원은 "새들이 체력 손실을 입은 상태에서 육지에 도착해 천적을 만나거나 종족 내 경쟁을 하게 되면 자손 번창의 목적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없다"며 "휴게소인 중간기착지는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hanantw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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