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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2 (일)

한국GM 실사보고서...'노사 합의·불공정거래 해소 조건부 정상화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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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 임단협 타결 불발시 모두 수포
협상 난항...극적 타결-법정관리 기로

한국GM 실사를 맡은 삼일회계법인은 자본 확충, 신차 배정 등 미국 GM이 제시한 자구안이 그대로 이행되고 한국GM과 GM간 이전가격 문제 등이 개선된다면 한국GM의 향후 정상화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GM의 이전가격 문제는 GM 본사가 한국GM에 높은 가격에 부품을 팔고, 낮은 가격에 완성차를 사들여 이득을 챙겼다는 의혹이다.

그러나 실사보고서는 한국GM 앞에 놓인 여러 문제가 원만히 해결될 것이란 가정을 전제로 하고 있어 아직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한국GM 노사협상 결과 등에 따라 정부와 산은의 지원 여부가 결정될 수밖에 없다.

산업은행이 지난 21일 삼일회계법인으로부터 이같은 내용의 한국GM 실사보고서 초안을 받았다. 산은은 실사보고서 초안을 바탕으로 정부 보고서를 만들어 22일 제출할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한국GM 정상화가 가능하다'는 실사보고서 결론을 내놓지는 않을 것"이라며 "노사합의, 이전가격 등 한국GM을 둘러싼 여러 불확실한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고 있어 조건부 결론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GM이 신차를 배정하고 아무리 임금을 깎는다 하더라도 차가 잘 팔려야 한다는 근본적인 문제점은 여전히 남아있다"며 “노사 협상 타결 이후 정부와 GM간 협상에서 이런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 정부·산은 "GM 자구안 이행 현실성, 협상 통해 확약받아야"

실사보고서는 △한국GM의 이전가격 등 과거 부실의 원인 △GM 측이 제시한 자구안의 타당성 등에 대한 객관적 검증·평가 등을 담고 있다. GM이 제시한 자구안에는 군산공장 인력 감축을 골자로 한 고정비 감축, GM 본사가 빌려준 약 27억달러 차입금의 출자전환, 대출 28억달러 등이 포함됐다. 대신 GM은 산은이 보유한 한국GM 지분 17%만큼 신규자금 약 5000억~70000억원 투입을 요구했다. 또 부평과 창원공장을 외국인투자지역으로 지정해 세제혜택을 달라고 요청했다.

정부와 산은, GM은 실사보고서를 토대로 협상 테이블에 앉아 한국GM 정상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한국GM 노사가 여전히 대립하고 있다. 23일까지 고정비 감축 등에 대한 노사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한국GM은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문제는 복잡하게 꼬일 수밖에 없다. 한국GM 실사보고서, GM 본사의 자구안 이행, 산은과 정부의 지원책의 전제 조건인 노사간 합의가 성립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동걸 산은 회장이 지난 21일 부평 공장을 방문해 “노사 협상 타결은 정부와 산은 지원의 기본전제"라며 노사간 협상 타결을 촉구한 것은 이 때문이다.

노사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쟁점은 남아있다. 그동안 국회와 업계에선 한국GM의 부실원인을 과도한 연구개발(R&D) 비용 부과, 이전가격 문제 등 GM 본사와의 불공정 거래 때문이라는 의혹을 제기해 왔다. 삼일회계법인은 이번 실사에서 GM과의 각종 계약 상황이 한국GM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 지에 대해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도 이 부분이 향후 GM과의 협상에서 논쟁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 관계자는 "한국GM 부실 원인이 이전가격 등 과거 GM과의 계약 관계에 있다는 증거가 나올 경우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 임단협 여전히 난항…극적 타결-법정관리 기로에

당장 시급한 문제는 한국GM 노사의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타결이다. 한국GM 경영정상화는 결국 노사의 임단협 타결에 달려있지만 여전히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노사간 교섭의 핵심 쟁점은 군산공장의 희망퇴직 미신청 직원 680명에 대한 고용 보장 문제와 총 1000억원 규모의 비용절감 계획을 담은 자구안 수용 등이다.

한국GM 노사가 오는 23일 오후 5시까지 임단협을 타결짓지 못하면 한국GM은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된다. 한국GM은 법정관리 데드라인으로 정한 지난 20일 이사회를 열어 법정관리를 신청하려고 했으나 노조가 23일까지 사측과 협의하겠다고 밝히면서 시한이 연장된 상태다.

하지만 노사 협상에서 진전이 없다. 한국GM 노사는 지난 21일 오전 11시 제13차 임단협 교섭을 재개했지만 25분 만에 정회했다. 노조 측 일부 교섭 대표는 사측이 이날 내놓은 수정 제시안에 크게 반발하며 카허 카젬 사장에게 의자를 던지려고 하는 등 소동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노사 모두 한국GM 회사 및 직원 피해는 물론이고 협력업체 줄도산 등을 초래하는 법정관리에 대해 큰 부담을 갖고 있어 막판 타결 가능성이 높은 게 아니냐는 관측은 나온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노사가 합의에 실패한다면 한국GM 근로자 1만4000여명과 협력업체 종사자 14만명 등 약 15만명 이상의 일자리가 위협을 받게 되고 지역경제의 어려움도 가중될 것"이라며 "사측은 중장기적인 투자 계획을 제시하는 등 노조를 설득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해야 하고 노조 또한 국민의 눈높이에서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고 했다.

김형민 기자(kalssam@chosunbiz.com);이승주 기자(s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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