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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현장르포]조선업 이어 자동차까지…군산은 지금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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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협력 中企들 "높으신 분들 다녀갔지만 달라진 것 하나 없다" 넋두리

메트로신문사

지난해 조선소에 이어 이번 GM군산공장 가동 중단으로 큰 피해를 입고 있는 전북 군산지역 곳곳에 조선·자동차를 살려야한다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김승호 기자


【군산(전북)=김승호 기자】'조선·자동차가 죽으면 군산이 다 죽는다!'

'우리가족 생명의 터 한국GM 군산공장을 지켜내자!'

'한국GM 군산공장 폐쇄반대!'

지난 20일 기자가 찾은 군산은 조선과 자동차산업을 살려야한다는 애절한 외침이 담긴 플래카드가 길거리 곳곳에 걸려 있어 지역의 분위기를 충분히 짐작케 했다.

반팔을 입고 다녀야 할 정도로 한 낮의 온도가 상당히 높았지만 플래카드 문구 하나 하나가 이를 보는 사람을 을씨년스럽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마침 이날은 제너럴 모터스(GM) 본사가 정한 노사 합의 '데드라인'이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GM노사는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교섭이 결렬됐다. 다행히 노사 합의를 위한 시한은 우리 정부가 중재해 23일로 다시 미뤄지게됐다.

"2~3년전부터 GM군산공장 폐쇄 소식이 들렸다. 이 일대만 GM과 거래하는 하청기업 10여 곳의 공장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대부분 폐쇄 준비를 하고 있다. 소수인원만 남기고 위로금까지 지급한 곳도 적지 않다."

군산 자유로에 있는 한 자동차부품회사 공장장의 말이다.

지난해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폐쇄에 이은 이번 한국GM공장 가동 중단은 군산 경제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중소기업진흥공단 전북서부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군산조선소가 문을 닫으면서 약 5000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GM군산공장의 여파는 이보다 더 커서 약 1만3000여 명이 실직 위기에 처했다. 근로자 가족들까지 포함하면 총 7만여명에 달하는 군산시민의 생계가 벼랑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두 공장의 기계가 멈추면서 군산지역 총생산액의 5분의 1가량이 줄어들 정도로 군산 경제는 파탄 상태다.

GM협력사에 수공구 등을 납품했던 W사 문 모 사장은 "GM사태가 터지자마자 가장 먼저 (대출받은)은행에서 연락이 오더라. GM에 얼마나 납품하느냐고. 어떻게 답변해야할 지 막막하기만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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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군산에 있는 한 GM 협력사의 생산공장에 자동차 부품이 출고를 기다리고 있다./김승호 기자


한때 GM에 연간 200억원 가량의 부품을 댔던 D사는 지난해 GM 관련 매출이 30억원까지 줄었다. 3년새 벌어진 일이다. 올해엔 납품 규모가 20억원 정도로 더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GM협력사인 한 중소기업 신 모 사장은 "GM 1차 협력사만해도 군산 공장 외에 다른 지역의 공장과 거래를 하고 있어 그나마 여유가 있다. 하지만 2~3차 협력사의 경우엔 군산 공장만 바라보고 있는게 현실이다. 게다가 올뉴크루즈 등 신차가 한번 나오면 최소 3~4년은 간다고 생각해 재고를 많이 쌓아왔던 협력사가 상당수다. 이젠 재고마저도 쓸 수 없게 됐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같은 중소협력사가 떠안아야한다"고 토로했다.

정부는 지난 2월 군산에 대해 '고용 위기 지역'과 '산업위기 대응 특별지역'으로 지정해 필요한 지원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이를 바라보는 기업들은 이같은 정부 대책이 마뜩지못하다.

GM 협력사인 D정밀 대표는 "사태 터지고 나서 총리부터 집권 여당 대표부터 많은 분들이 오갔다. 그런데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다. '위기지역' 발동하고 자금지원한다고 해서 죽을 기업이 살아나지 않는다. 근로자들 지원한다고 해서 '연명' 그 이상도 아니다. GM 관련 협력업체에게 직접적으로 지원하는 정부예산이 얼마인지도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3억원씩 지원해준다는 거 다들 안받고 있다. 빛만 더 늘어나기 때문이다. 누가 세금 안낸다고 했나. 갑자기 원청업체가 폐쇄됐으니 납세의무를 못지키고 있을 뿐이다. 집 팔고, 땅 팔고 다 갚고 있는 상황인데 (납세 등을)유예해 달라는 것이다. 윗분들 생각과 필드의 생각이 너무 다르다." 또다른 중소기업 사장의 넋두리다.

지역 경제가 이렇게 된 마당에 정부에 할 소리라도 더 해야겠다며 목소리를 높이는 사장도 있다.

역시 GM에 부품을 공급하고 있는 D사 신모 사장은 "이젠 면역이 돼서 배가 고픈지, 배가 부른 것인지도 모를 정도다. 이쯤되면 군산만 어렵다고 말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전주도 마찬가지다. 새만금을 포함해 군산지역의 미래가 있는지 묻고싶다. (우리 지역만을 위한)어떤 미래 프로젝트가 있는지 정부에게 묻고 싶다"고 말했다.

섬유 관련 중소기업인 S사 김모 사장도 "한때 전북지역은 섬유가 주사업이었지만 관련 기업이 모두 해외로나가면서 지금은 (섬유가)사양산업이 됐다. 지역의 섬유산업 종사자들이 많은 고통을 겪고 있는데도 정부에선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하다못해 해외로만 나가게 둘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국내에 남을 수 있도록 방안을 내놔야한다. 섬유가 그랬고, 이번에 GM이 그랬고, 지역은 지금 초토화가 됐다"고 전했다.

김승호 기자 bada@metr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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