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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이슈+] '한진 압수수색' 김영문 관세청장은 文대통령 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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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의 경남고 후배… 2005년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함께 근무 / 재벌 '갑질' 견제·감시 특명 받은 듯… 관세청, 새 경제검찰 부상할까

세계일보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비리 의혹 규명을 위해 압수수색이란 초강경 카드를 꺼내든 김영문(53·사진) 관세청장에 국민적 이목이 집중된다. 관세청 역사상 최초의 검사 출신 청장인 그는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는 인물이어서 이번 사건을 재벌 개혁의 ‘모멘텀’으로 삼으려는 현 정부의 의중이 그대로 반영돼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22일 관세청에 따르면 전날 대규모 조사인력을 투입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2세인 조현아(전 대한항공 부사장)·조원태(대한항공 사장)·조현민(대한항공 전무) 3남매의 자택과 인천공항 제2터미널 대한항공 사무실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이는 3남매의 해외 신용카드 사용 내역 중 관세를 신고하지 않은 물품의 국내 반입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또 대한항공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것은 한진그룹 총수 일가가 관세포탈을 위해 상습적으로 조직을 동원했다는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관세청이 관세 관련 범죄의 수사권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번처럼 재벌 총수 일가를 겨냥한 전방위 압수수색은 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자연히 조 회장 일가로선 허를 찔린 셈이 됐다. 관세청 관계자는 “재벌 총수를 상대로 한 관세청의 압수수색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일보

21일 관세청 압수수색을 당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왼쪽부터),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


압수수색을 진두지휘한 인사는 김영문 청장이다. 울산 출신으로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92년 제34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24기) 수료 후 1995년 부산지검 검사로 임명되며 검찰에 첫발을 내디뎠다. 부장검사 승진 후 법무부 법질서선진화과장,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장 등을 거치고 2015년 검찰을 떠나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로 개업했다. 그가 부장검사를 지낸 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는 이번에 이명박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 등 수사를 담당한 부서다.

김 청장은 검찰 시절 주로 마약·조직범죄 수사와 온라인 정보통신망 등을 이용한 신종범죄 수사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다. 청와대는 지난해 7월 그를 임명하며 “오랫동안 첨단수사 분야에서 일했고 이 업무들이 관세청 고유 업무와 무관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관세청의 ‘수사기관’으로의 탈바꿈이 그 당시에 이미 예고된 셈이다.

관가에서 김 청장은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린다. 그는 문 대통령의 부산 경남고 후배다. 문 대통령이 부산지역에서 변호사로 왕성히 활동하던 1995년 부산지검에 초임검사로 부임해 처음 안면을 튼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노무현정부 시절인 2005년 청와대 민정수석실 사정비서관실 행정관으로 파견근무를 한 경험도 있다. 당시 민정수석이 바로 문 대통령이다. 이 때문에 현 정부 내내 관세청이 재벌 총수 일가의 ‘갑질’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새로운 ‘경제검찰’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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