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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끝이 아닌 시작을 위해' 남북정상회담 5일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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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단추를 꿸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4월 27일로 다가온 남북정상회담은 남북의 두 정상이 최고지도자의 위치에서 처음으로 마주하는 자리다. 게다가 남북정상회담은 이어질 5월 북·미 정상회담에서의 논의 방향을 좌우할 수 있는 ‘길잡이 회담’ 성격을 띠고 있어 더욱 주목 받고 있다. 첫 단추를 어떻게 꿰냐에 따라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의 판도도 크게 좌우될 수 있다. 평화를 정착시키는 ‘마중물’을 부어넣어 향후 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조치들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여부가 27일 판문점 회담장에서 갈리는 것이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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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안에 추가 정상회담 가능성 높아

관건은 사실상 이번 남북정상회담이 단판 승부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빠르면 올해 안에 또 한 번 남북 정상이 얼굴을 마주할 자리가 만들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임기 중 한 차례씩만 남북정상회담을 열었던 김대중·노무현 정부와는 달리 현 문재인 정부는 상대적으로 더 여유를 두고 다음 회담을 준비할 수 있다. 여기에 북한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국제무대에 본격적으로 얼굴을 내밀게 이끈 첫 상대가 문재인 정부라는 이점도 있다. 대화 창구를 연 동시에 가장 주요한 역할을 맡은 당사자로 대북 협상과정에서 유리한 지점을 찾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가능하면 올해 안에 4차 남북정상회담이 있을 수 있고, 또 해야 할 필요성도 크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남북정상회담 추가 개최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진전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았던 남북관계가 낙관적으로 흐를 것으로 예측한 몇 안 되는 전문가이기도 하다. 이 전 장관은 “남북관계 전문가이고 전직 장관이라 티 내면서 표현하지는 못하지만 (회담을 앞두고) 설레는 것이 사실”이라며 “남북, 북·미 간의 두 갈등축의 대결구도를 한 달 안에 해소할 수 있는 기회가 분단 73년 만에 처음으로 온 것”이라고 말했다.

한 달가량의 시차를 두고 남북, 북·미 정상회담이 연달아 열리기 때문에 사실상 두 회담은 같은 연장선상에 있고, 이후에 두 회담의 결과를 총괄할 추가적인 회담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 전 장관의 분석이다. 북한의 실질적인 주요 요구 중 하나인 대북제재 등 국제경제 및 경제협력 문제가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는 깊이 논의되지 않는다는 점도 또 하나의 근거다. 이 전 장관은 “이번 남북회담은 합의되더라도 비핵화 등에 한해 합의하는 수준이고 대북제재에 관해서는 얘기하지 않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며 “남북 공동번영 방안 등 경제협력이 중심 의제가 되는 2018년 2차 정상회담이 올 여름부터 가을 사이에 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북 양측의 공감대 형성이라는 일차적인 숙제부터 해결하면 남은 숙제는 향후 정상회담을 계속해서 열어 차근차근 해결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김용현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교수는 이번 회담을 윷놀이판에 비유했다. 특히 문 대통령이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을 윷판 밖으로 나가지 않게 막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비핵화 평화체제의 여정은 한 번의 윷놀이로 끝나지 않고 몇 번에 걸쳐 반복, 발전하면서 상호 신뢰를 쌓고 궁극적으로 비핵화 평화체제에 도달하는 경로”라며 “남북정상회담도 문 대통령 임기 내 한 번에 걸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번 개최될 것이고, 올해도 한두 차례 더 개최될 수 있기 때문에 이번 정상회담에 너무 기대치를 높이지 않는 것이 현실적이다”라고 지적했다.

남측 정부와 미국 측이 4월과 5월의 회담에서 공통적으로 기대하는 성과는 북한의 비핵화를 포함한 군사적 긴장완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북한은 체제안정을 위한 선언적인 조치를 대가로 받을 수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의 논의가 순조로울지는 누구도 쉽게 예측할 수 없는 문제다. 하지만 종전 선언이나 평화협정 체결 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당사국들과의 공동선언이 나오고 나면 북한으로서는 경제개방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대북제재 해제 등의 요구를 내걸 여지가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 과정에서 남북 간의 대화가 어떤 형태로 이어질지에 대해선 다양한 가능성이 제기된다. 남북 양측의 정상회담을 정례화하는 방안을 비롯해, 남·북·미 3자 중심의 정상회담 개최, 그리고 종전 논의 당사국인 중국까지 4자가 한 테이블에 앉는 경우의 수도 있다. 러시아와 일본이 참여하는 6자회담 재개는 상대적으로 긴 준비과정이 필요한 만큼 그에 앞서 양자 혹은 3·4자 회담의 가능성이 더 높게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남·북·미 3자 정상회담 전략 중점

일단 현 시점에서 청와대가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경우의 수는 남·북·미 3자가 같이 모이는 3자회담의 형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3단계 로드맵’을 천명하면서 종전 선언을 이끌어내는 과정에 3국 정상회담의 필요성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앞서 3월 21일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에서도 남·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처음 언급한 뒤 줄곧 남북, 북·미, 남·북·미로 이어지는 연쇄 정상회담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종전 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을 직접 언급한 3단계 로드맵의 가장 마지막 단계로 3자가 참여하는 정상회담을 제시한 것이다.

청와대 내부에서도 판이 더 큰 남·북·미 정상회담을 우선 내세우는 전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남북 양자가 정례적인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것은 이번 4월 남북회담의 3대 의제 가운데 하나인 남북관계 개선의 일환으로 회담 결과에 따라 좌우될 수 있다. 정상회담에서의 논의만 순조롭다면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영역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회담 전 시점에서 섣불리 언급하기엔 민감할 수도 있는 문제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회담 정례화에 대해서는 아직 남북 간 합의가 돼 있지 않지만 중요한 의제로 다룰 것”이라며 “남북이 서로 오가는 정상회담 정례화 논의와는 별개로 이번 회담의 평가가 좋으면 판문점 회담이 정착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도 남북 정상이 정례적으로 회담을 열어 만나기 위한 논의는 계속 추진될 것임을 밝혔다. 회담과 한반도 평화정착 로드맵의 최우선 목표인 종전 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에는 남·북·미 3자나 중국을 포함한 4자 간의 논의가 필요하므로 따로 추진하되, 일종의 ‘투 트랙’ 방식으로 각각의 테이블에 맞춰 논의를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평화정착을 위한 여러 방안 중 하나로 북한이 갖고 있는 우려를 해소하고 기대를 충족시키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이후 추가로 열릴 수 있는 남북정상회담은 북한의 기대에 맞춘 경제협력 등의 의제가 중심이 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근본적인 목표인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 첫 단추를 잘 꿰야 한다는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그런데 그에 못지않게 실리적 측면에서도 향후 정상회담 정례화를 더 추진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경제성장을 노리는 북한의 요구에만 맞추는 것이 아니라 남한 역시 실리를 챙기는 한편,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 단초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정상회담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정례화되면 각료회담이 정례화되고, 그러기 위해 우리는 국회에서 예산안을 처리해야 하고, 북한도 최고인민회의를 열어야 하므로 남북 간 국회회담도 할 수 있다”며 “남북관계 개선은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사업에도 많은 것이 걸려 있지만 2007년 12월의 남북 총리 합의사항에 있는 경제·사회·문화·환경 등의 구체적 사항들을 시행할 수 있어 보다 폭넓게 관계개선의 열매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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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적 측면에서도 정례화 필요성

이러한 전망을 바탕으로 국내정치로 눈을 돌리면 남북정상회담을 정례화하거나 빠른 시일 안에 추가로 개최하는 성과는 상당 부분 현 정부의 정치적 결실로도 이어지는 셈이다. 이번 정상회담 결과는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부와 여당 쪽에서 나오고 있는 악재를 상쇄시킬 수 있는 동시에 향후 국정운영에 있어서도 유리한 입지를 다질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다. 2000년 김대중 정부 당시 열린 첫 번째 남북정상회담은 총선 이후에 열리기는 했어도 정상회담 개최 발표 소식과 평화 분위기 조성으로 지지층을 공고히 하는 부수적 이익을 안겨주기도 했다. 여당의 한 중진의원은 “사실 2000년 1차 정상회담으로 정치적 이익을 봤냐를 따지면 당시 총선 결과가 그리 좋지 않았기 때문에 직접적 연관은 적었다고도 할 수 있다”면서도 “그때는 총선을 앞두고 보수진영이 상당히 집요하게 맞서서 그랬지만 이번 정상회담은 당장의 지방선거를 넘어 더 장기적으로 (현 정부와 여당에) 긍정적 영향을 가져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남·북·미 3자 정상회담의 형태든, 남북 양측 정상회담의 정례화든 이번 정상회담이 끝나고도 남북 정상이 다시 마주 앉는 그림은 국내정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여야 정치세력 간의 대결을 넘어 평화체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쪽으로 국내 여론이 집결되는 측면의 효과 역시 상당하기 때문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남북정상회담의 주요 원칙 중 하나가 국론 통합원칙인데, 독일의 슈미트 전 총리가 ‘국민 스스로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이 무엇이고 그 다음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아야 한다’며 자각과 연대, 인내와 희생을 강조했듯 남북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으므로 지속적인 인내와 의지의 결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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