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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남북합의 국회 동의절차는 대통령 공약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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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차 남북정상회담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남북의 정상은 지난 2000년과 2007년 두 차례 만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2008년 정권이 교체되면서 남북 정상의 합의문은 효력이 없는 문서처럼 취급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 간의 합의가 발표로 끝날 게 아니라 제도화를 통한 실질적 조치로 이어져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대통령 후보 시절에는 남북 간의 합의를 국회 비준동의로 발효시켜 국제적 지지를 확보하겠다는 것이 공약이었다.

이장희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남북 합의 제도화의 시작으로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에 대한 국회 비준동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본합의서는 그동안 남북이 합의한 내용 중 가장 체계적이고 모든 게 다 들어 있는 총론 격의 문서다. 이후 두 차례의 정상회담 성명은 각론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남북기본합의서는 남북화해, 남북 불가침 등 25개 조항으로 이뤄져 있다. 기본합의서는 남북의 관계를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라고 규정했다. 이 규정은 남북관계발전법에 그대로 담겨 있으며, 이후 남북관계의 기본이 되고 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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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245건 합의서 중 13건만 국회 동의절차

남북 간의 합의가 국회 비준동의 절차를 거친 전례도 있다. 통일부가 4월 4일 밝힌 바에 따르면, 그동안 남북은 총 245건의 합의서를 체결했다. 그 중 13건이 국회 동의절차를 거쳤다. 국회 동의절차는 2003~2004년에 이뤄졌는데 대부분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지구 운영에 대한 합의서다. 이장희 교수는 “그동안 비정치적 합의서만 국회 절차를 밟았다. 이제 대통령이 정치적 합의를 제도화하자고 말하고 있는데, 남북 간 정치적 합의의 모법(母法)이라고도 할 수 있는 남북기본합의서가 먼저 국회 비준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비준동의 절차에 여러 불안요소가 있다며 우려를 갖는 시각도 있다.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3월 22일 발표한 글에서 국회 비준절차를 거치는 것은 남북 합의를 조약과 동일시하는 것이며, 이는 곧 남북관계를 국가 대 국가 관계로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남북관계에 대한 그동안의 대외정책을 수정해야 하는데 그럴 필요가 있을까”라며 “정상 간 합의 후 야당이 반대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비준동의 절차를 추진한 걸 크게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국회 비준동의가 필요한 이유는 국회 절차를 거쳐야 남북 합의가 법률에 준하는 효과를 갖기 때문이다. 이장희 교수는 “국회 동의를 거치지 않은 조약은 명령에 준하는 효력만 갖기 때문에 정권이 바뀌면 기존의 남북 합의가 무시되어 왔다. 반면 국회 비준동의를 받은 조약은 법률에 준하는 효력을 가진다”며 “평화공존의 제도화를 위해서는 남북 간 합의내용을 국내법으로 만드는 조치가 필요하며, 그 조치가 바로 국회 비준동의 절차”라고 설명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의 동의절차가 필요하다고 강조해 왔다. 지난해 6·15 17주년 기념식 축사에서 문 대통령은 1972년 남북공동성명,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와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을 언급하며 “이런 합의들이 지켜졌더라면, 국회에서 비준되었더라면 정권의 부침에 따라 대북정책이 오락가락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3월 22일 남북정상회담 준비위 2차 회의에서도 문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 합의문에는 지난 두 차례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사항을 다 담아서 국회의 비준을 받도록 준비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백철 기자 pudmak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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