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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장애인없는 증권사]㊦"맡길 일 없어요"…업태만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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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 탓 억지 고용?…'분담금 내면 그만' 인식

낮은 고용 의지가 근본 원인…인식 전환해야

뉴스1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북측광장에서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세상을 향한 투쟁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2018.4.19/뉴스1 © News1 박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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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양종곤 기자 = "우리가 제조회사라면 장애인을 채용해 생산라인에 투입할 수 있겠죠. 대부분 사무직인데 이들이 무슨 일을 할 수 있습니까?"

A증권사 직원의 말처럼 대다수 증권사는 장애인 고용이 저조한 배경을 생산직군이 없는 경영 환경 탓으로 돌린다.

하지만 이는 '배경'의 일부분이라는 지적도 있다. 장애인 미고용 기업에 제재가 가볍고 회사의 고용 의지가 낮은 게 근본적인 원인이란 분석이다.

22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민간기업의 의무고용비율 기준은 2.9%다. 하지만 금융·증권업의 고용 비율은 절반 수준인 1.55%에 그치고 있다.

증권업계는 사업 특성이 이 상황을 만든 주된 이유라고 설명이다. B증권사 관계자는 "우리가 공장이 있다면 제조, 포장 등 여러 직군에서 더 많은 장애인을 채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장애인에게 가점을 주는 방식의 채용을 진행하지만 지원이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이 증권사의 장애인 직원은 5명인데 용역회사를 통해 뽑은 건물 환경미화원이 대부분이다.

장애인 지원기관들은 증권업계의 해명에 일부 공감한다. 금융권은 비장애인에게도 취업 문턱이 높아 아예 취업을 포기한 장애인이 적지 않다고 예상한다. 하지만 장애인 채용이 저조한 기업에 더 강력한 제재가 있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것이란 아쉬움도 드러낸다.

실제로 B증권사는 지난해 장애인 의무고용 비율을 어겨 고용분담금을 냈다. 월 약 1200만원씩 1억4400만원 가량을 부담했는데 이는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액 대비 0.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C 장애인 지원기관 관계자는 "증권사뿐만 아니라 대부분 기업이 '장애인 직원 고용비보다 분담금을 내는 게 이득'이란 인식이 있다"며 "특히 금융회사는 고객을 상대하는 일이 많다는 이유로 장애인 채용을 꺼린다는 말까지 들었다"고 꼬집었다.

지원기관들은 증권사와 같은 금융권이 장애인 고용에 대한 인식을 바꿔주길 희망하고 있다. 현재 상당수 단순 노동이나 제조업에 쏠린 장애인 고용 형태를 장기적으로 개선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증권업계에서도 미약하지만 다양한 직군을 통해 장애인 고용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은 있다.

KB증권은 시각장애인을 사회공헌 사업인력으로 활용한다. 현재 12명의 '헬스 키퍼'는 지역별 노인복지관에서 어르신에게 안마 봉사를 한다. 미래에셋대우는 장애인 표준사업장인 베어베터, 더휴와 도급계약을 체결해 연계 고용을 하고 있다. 앞으로 이 인력 규모를 확대할 방침이다.

D 지원기관 관계자는 "'장애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인식을 '장애인과 무슨 일을 할까'로 바꾸면 된다"며 "선망의 직장이란 증권사에서 일하고 싶은 장애인이 왜 없겠는가"라고 아쉬워했다.
ggm1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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