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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기자수첩] 국제사진영상기자재전, 전시회냐 시장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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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조선

국제사진영상기자재전(P&I 2018)이 4월 19일부터 나흘 간의 일정으로 서울 코엑스에서 열렸다. P&I는 신제품 및 기술 체험의 장이라는 평가를 받는 디지털 이미징 분야 대표 전시회다.

P&I 전시회에 대한 칭찬과 비판은 해마다 있었지만, 올해는 비판의 수위가 더 커졌다. 불편한 관람 동선, 제품이 아닌 여성 모델 위주의 전시, 신제품 부재 등 단골 비판 거리에 현장 판매에만 혈안이 된 참가 기업들의 행태는 신기술 트렌드를 보러온 관람객의 눈살을 지푸리게 했다.

일부 참가사는 P&I 2018에 대놓고 판매 부스를 꾸렸다. 신제품이 전시돼야 할 자리에 창고가 세워졌고, 영업사원의 호객 행위로 부스가 시끄러웠다. 관람객에게 '어떤 제품을 알고 싶으세요'가 아니라 '어떤 제품 사시려고요'라고 묻는 경우가 허다했다.

소니코리아의 소비자 줄 세우기도 볼썽사나웠다. 소니코리아가 미러리스 카메라 신제품 a7 III를 한정 수량 현장 판매한다는 소식에 많은 관람객이 줄을 섰다. 소니코리아는 정작 몇 대나 판매할 것인지 수량을 공개하지 않았고 일부 관람객은 줄을 서고도 제품을 구입하지 못하는 사태가 펼쳐졌다. 분을 삭이지 못한 한 관람객은 "내가 기다린 시간에 주차비까지 보상해달라"고 소리를 질렀다.

P&I는 사진영상기자재 '판매회'가 아닌 '전시회'다. 현장 판매 자체를 금지시키라는 말이 아니라 부차적인 이벤트여야 한다는 말이다. 제품이나 기술을 알리는 것이 아니라 현장 판매에 집중하는 것처럼 '주객이 전도' 된 지금과 같은 P&I 행사는 되풀이 돼서는 안된다.

유수의 국외 전시회에는 현장 판매가 없거나 있더라도 비중이 작다. 일본 사진영상기자재전인 'CP+'의 주인공은 신제품과 기술이다. 체험 부스가 대규모로 마련되고 업계 명사의 알찬 강연도 마련된다. 소비자가 주도하는 벼룩시장은 있어도 현장 판매는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P&I의 규모와 상징성은 해마다 줄고 있다. 이유는 여럿 있지만, 참가사가 자초한 면이 크다. 모델 위주 부스를 꾸려 '사진기자재전이 아닌 모델 촬영회'라는 비아냥으로도 모자라, 이제는 '사진기자재전이 아닌 시장터'라는 비판까지 산 것은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이다.

P&I의 미래는 어둡다. 참가사는 진지하게 자성하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아직 P&I에 애정을 가진 관람객의 발걸음이 앞으로도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P&I #국제사진영상기자재전 #디지털카메라 #디카

IT조선 차주경 기자 racingca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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