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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빨간날]자전거 사망 키워드…'65세·저녁6~8시·교차로·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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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편집자주] 월 화 수 목 금…. 바쁜 일상이 지나고 한가로운 오늘, 쉬는 날입니다. 편안하면서 유쾌하고, 여유롭지만 생각해볼 만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오늘은 쉬는 날, 쉬는 날엔 '빨간날'

[자전거가 쓰러진다-①]전국서 매년 265명씩 숨져, 1.37일에 1명꼴…전문가 "자전거=놀이기구 인식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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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서울 종로3가 인근에서 자전거를 이용하는 한 시민이 자전거전용차로를 침범한 차량들을 피하고 있다./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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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8명. 전국에서 5년간 자전거 교통사고로 숨진 숫자다. 매년 평균 265명꼴이다. 1.37일에 1명씩 사망하는 것. 부상자는 훨씬 더 많다. 5년간 7만3872명, 매년 평균 1만4774명이 다쳤다. 하루에 40명씩 다친 셈이다. 대체 언제, 어디서, 누가, 어떻게, 왜 자전거를 타다 사망하고 다치는 것일까.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최근 5년치 전국 자전거 교통사고 통계를 분석해봤다.



HOW?(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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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어떻게 사망했을까. 가장 큰 원인은 '자동차'다. 21일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자전거 교통사고 사망자 중 93%(1239명)가 자동차·자전거와 충돌해 사망했다. 부상자도 마찬가지다. 전체 94.9%(7만118명)가 자동차·자전거와 부딪혀 다쳤다. 이중 자전거 대 자전거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미미한 수준(약 3%)이다.



WHERE?(어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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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서울 종로3가 인근에서 자전거를 이용하는 한 시민이 자전거전용차로에 정차한 차량을 피해 차도를 이용하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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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자전거 교통사고 중 '십중팔구'는 자동차와 충돌해 발생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중에서도 '교차로'가 위험하다. 사망자가 많은 자전거 교통사고 지역 중 교차로가 41%(551명)로 가장 많았다. 부상자 역시 교차로(47%·3만5307명)에서 가장 많이 발생했다. 교차로 중에서는 교차로 안 사망자(61%·354명)가 교차로 부근 사망자(39%·197명)보다 많았다.



WHEN?(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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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전용차로 개통 이틀째인 9일 오후 서울 종로3가 인근에서 오토바이 한대가 자전거전용차로를 이용해 달리고 있다./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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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교통사고 사망자가 가장 많은 시간은 저녁 6시부터 8시 사이(13.3%·214명, 최근 6년치 통계 기준)였다. 자전거를 가장 많이 타는 시간대인데다, 어두워질 무렵이라 시야가 상대적으로 좁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어 오전 10시부터 낮 12시 사이(12.3%·198명) 오후 4시부터 저녁 6시 사이(11.9%·192명) 오전 8시부터 10시 사이(11.8%·190명) 순으로 많았다. 월별로는 6월(11.8%·127명)이 가장 많았고, 9월(11.5%·124명), 10월(11.2%·120명)이었다.



WHO?(누가)

연령별로는 '65세 이상'이 전체 61%(816명)로 자전거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젊은 세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반응속도가 늦어 사고 대처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어 55~64세가 17.2%(229명)로 뒤를 이었고 45~54세(11.4%·152명), 35~44세(3%·50명) 순이었다. 연령이 증가할수록 자전거 교통사고에 취약해지는 특성을 보였다.



WHY?(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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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우선도로에 주정차 된 차량./사진=남형도 기자




이를 종합하면 '65세 이상 고령층이 저녁 6시부터 8시 사이에 교차로에서 자전거를 탈 때 자동차와 부딪혀 사망할 확률이 가장 높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렇다면 자전거 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원인은 뭘까.

대다수 전문가들은 핵심 원인으로 '인식문제'를 꼽았다. 자전거가 엄연히 차도로 다니는 차량임에도 불구하고, 운전자들이 도로교통법상 규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는 것.

박현배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24년 동안 자전거가 가해자가 되는 사고가 계속 늘고 있는데, 문제는 자전거가 차라는 개념이 없고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착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의 말을 풀어 설명하면 자전거도 도로교통법상 차량으로 분류돼 차도로 다녀야 하고, 규칙도 지켜야 한다. 하지만 차도를 횡단하고, 역주행을 일삼거나 중앙선을 침범하고 신호를 위반하는 등 운전자의 예측을 깨서 사고가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자전거 운전자가 이같이 인식이 느슨한 데 대해 오주영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어렸을 때부터 자전거를 놀이기구로 타다보니, 커서도 사고를 낼 수 있는 물건으로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자전거 운전자를 배려하지 않는 운전자들의 의식문제도 지적됐다. 박 교수는 "운전자도 자전거가 엄연히 차기 때문에 속도는 느리지만 도로를 같이 쓸 수 있는 주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고, 오 교수도 "차량 운전자가 자전거를 배려해야 하는데 방해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박 교수는 "자전거 운전자들에게도 도로교통법을 지킬 수 있도록 교육을 의무적으로 시켜야 한다"고 했다. 오 교수도 "어린이 대상 자전거 교육을 의무화하고, 초·중·고 교육과정에 넣을 수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제대로 달릴 수 없게 설계된 '자전거도로'도 문제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서울시내 자전거도로는 총 868.7km로 이중 가장 많은 69%(601.7km)가 차도·인도와 혼재해 있다.

결국 자전거는 차도에서도, 인도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차로에서는 자동차에 치이고, 인도에서는 사람을 치어 사고를 내는 형국이다. 실제 인도에서도 최근 5년간 자전거로 인해 34명이 치어 사망하고 6013명이 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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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형도 기자 hu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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