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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89년생 30대 소비 리포트]
박 모(36) 씨는 지난 2월 IT 전문 온라인몰에서 빔프로젝터와 음성인식 스피커를 150만원에 구매했다. 한 달 월급의 절반이 넘지만, “집에서 차분하게 영화를 감상하고 싶어” 투자했다. 이밖에도 매달 소득의 30~40%를 캠핑장비 구매나 외식·공연 등 ‘나를 위한 소비’에 쓴다. 월급의 25% 정도를 저축하지만, 주택마련 자금은 아니다. 박 씨는 “여자친구가 없어 당장 결혼 계획은 없다. 지금 부모님과 같이 살지만, 나중에 전세든 월세든 그때 가서 형편에 맞게 살 생각”이라고 말했다.
30대男, 백화점 명품 카테고리 ‘큰 손’
‘취업 재수’가 보편화된 시기에 대학을 다닌 지금의 30대는 서른이 다 된 나이에 취직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제라도 ‘나의 삶의 즐겨보자’는 보상심리가 있다”고 말한다. 늦은 결혼 풍조도 이들의 소비를 부추겼다. 싱글의 경우 기혼남보다 씀씀이가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 통계청 인구 총조사에 따르면 당시 30대(1977~86년생)의 미혼율은 44.2%에 달했다. 1995년 조사 당시 30대(1957~66년생)의 13.1%보다 세 배 이상 높은 수치다.
김난도 교수가 이끄는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트렌드 코리아 2018』에서 30대 초중반 직장인을 ‘워라밸(Work-Life-Balance) 세대’로 분류했다. 이들은 자기애가 강하며, 부모 세대와 달리 일(Work) 때문에 자신의 삶(Life)을 희생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또 “과거 산업화 시대의 집단 문화를 정면으로 거부하는” 성향을 갖는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전체 매출 중 30대 남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전년에 비해 1.7% 오른 13.3%였다고 19일 밝혔다. 특히 명품 시계 구매에서 30대 남성은 지난해 처음으로 40대를 앞질렀다. 이정환 현대백화점 수입 시계 바이어는 “30대 예비신랑 증가와 함께 최근엔 자신을 꾸미는 30대가 늘며 비중이 늘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신세계백화점의 30대 남성 비중은 7.8%로 전년보다 0.2% 늘었다. 특히 명품 카테고리에서 30대 남성 비중은 14.1%로 2년 전보다 4.4% 증가했다. 또 신세계가 지난 3월 출시한 남성전용 신용카드의 1인당 평균 월 결제액은 300만원으로 다른 카드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현재 1000여 명이 회원이 있으며, 이 중 30대가 36%를 차지한다. 주로 명품·의류를 구매했다.
롯데백화점은 최근 5년(2013~2017년) 동안 전체 매출 중 30대 소비자의 비중은 30%대로 큰 변화가 없지만, 이중 남성 비중은 23%에서 25.1%로 소폭 늘었다.
오픈마켓도 같은 흐름이다. 지난해 11번가 전체 매출 중 30대 남성 구매 비중은 20%로 전년보다 4% 증가했다고 이날 밝혔다. 구매액이 높은 품목은 노트북· 가전·카메라·자동차용품 순이었다. ‘나를 위한 소비’ 카테고리에선 러닝화가 가장 많이 팔렸으며, 그 뒤로 라운드 티셔츠·스니커즈·명품시계·닭가슴살·수분크림·스마트워치· 홍삼액· 키덜트 용품·클렌징폼 순이었다. 업계에 따르면 11번가의 지난해 거래액은 약 9조원으로 2016년에 비해 약 15% 성장했다.
지난해 G마켓 명품·잡화 카테고리에서 30대 남성의 구매량은 2016년보다 20% 증가했다. 올해(1~3월) 들어선 88% 늘었다. 특히 드론·헬리캠 판매량은 2016년에 170%, 2017년에 95% 신장했다. 남성헌 G마켓 마케팅실장은 “남성 고객은 쇼핑 빈도는 낮지만, 한번 지갑을 열면 통 크게 쓴다”고 했다.
BMW 구매, 30대가 40대 앞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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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월드컵 열기…스스로 금기 깬 계기”
이들은 기성세대 대부분이 시련으로 여기는 IMF(1997년) 시기를 비껴갔다. 아버지(50~60년생) 세대에겐 트라우마에 가깝지만, 이들은 직접적인 타격을 입지 않았다. 아버지 세대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청소년기에 맞은 2002년 월드컵이 더 각인된다. 김 씨와 박 씨 모두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으로 “2002 월드컵”을 꼽았다. 당시 고교생이었던 김 씨는 “한 달 동안 전국이 들썩들썩했는데, 지금의 라이프스타일도 그런 축제 분위기를 계속 즐기고 싶은 것의 연장선”이라고 말했다. 대학 2년생이었던 박 씨는 “신나게 놀면서도 ‘이렇게 마음대로 놀아도 될까’ ‘어른들이 뭐라고 하지 않을까’ 했는데, 결국 스스로 금기를 깨는 계기가 됐다”며 “이후 ‘기성세대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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