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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마카롱과 쿠키는 식상해…디저트 시장에 부는 오리엔탈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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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편·모나카·차슈바오로 차린 ‘애프터눈 티’

양갱·떡 등 어르신 간식, 20~30대에서 인기

중앙일보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의 오리엔탈 애프터눈 티 세트. 한국과 일본, 홍콩 등의 인기 디저트 메뉴인 양갱, 증편, 모나카, 차슈바오 등을 메뉴로 구성해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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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통 디저트 양갱과 증편, 찐빵에 비비큐를 넣은 홍콩의 차슈바오, 일본의 모나카.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이하 조선호텔)이 1층 ‘라운지&바’에서 판매하는 ‘오리엔탈 애프터눈 티 세트’에 제공되는 음식들이다. 영국에서 시작된 애프터눈 티 세트는 샌드위치·스콘 등 서양 메뉴로 채우는 게 일반적이지만 조선호텔은 동양적인 느낌이 물씬 나는 음식을 대나무 도시락과 대나무 트레이에 담아낸다. 고객들의 반응도 호의적이다. 지난해 5월 출시 이후 꾸준히 찾는 고객이 늘면서 올해 2월부터는 애프터눈 티 세트 판매량의 절반인 50%를 이 메뉴가 차지하고 있다.

올해 1월 아모레퍼시픽 용산 본사 1층에 문을 연 카페 ‘오설록 1979’는 사과정과·곶감호두말이·기정떡샌드위치 등 한국 전통 디저트가 포함된 애프터눈 티 세트를 선보여 화제다. 4월 20일 오후 1시에 찾아가니 카페 안은 사람들로 가득했고 테이블마다 3단 트레이에 담긴 애프터눈 티 세트가 놓여 있었다. 실제로 ‘한국식 애프터눈 티’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이 메뉴를 맛보기 위해선 예약이 필수일 만큼 화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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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의 국민 샌드위치로 불리는 '홍루이젠'의 샌드위치. [사진 홍루이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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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플·샌드위치 등 익숙한 메뉴도 오리엔탈 느낌을 입혀 관심을 끌고 있다. 서울의 핫플레이스로 꼽히는 ‘샤로수길’이나 성수동 카페에선 버블 와플로 불리는 홍콩 와플과 밀크티가 인기다. 올해 3월 서울 홍대 입구엔 대만의 국민 샌드위치 ‘홍루이젠’이 문을 열었는데 1개에 1600~1800원 정도인 샌드위치를 사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길게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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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빵에 집중하던 베이커리 브랜드도 한국이나 일본의 인기 메뉴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사진은 파리바게트의 '삼각김빵' [사진 S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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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빵에 집중하던 식품업체들도 한국·일본에서 익숙한 맛을 제품에 넣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파리바게뜨는 올해 삼각김밥 모양의 빵에 햄과 달걀을 넣은 ‘삼각김빵’, 반찬으로 익숙한 소시지 채소볶음을 넣은 ‘쏘야고로케’ 등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제품을 출시했다.

서양 디저트에 비해 신선한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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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설록 1979의 애프터눈 티 세트는 사과정과, 기정떡샌드위치 등 한국적 메뉴를 담아 화제다. [사진 오설록]


디저트라고 하면 마카롱·케이크·에클레어 등 서양 메뉴가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몇 년 새 디저트의 범주가 확대되면서 한국을 비롯해 일본·홍콩·대만 등 아시안 디저트가 눈에 띄게 늘었다. 국내 외식 소비 트렌드가 지나치게 빠르게 변화하면서 늘 새로운 것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김재한 파리바게뜨 브레드 팀장은 “디저트 문화가 일상화되면서 케이크·쿠키 등 평범한 것을 넘어 새로운 맛을 찾는 수요도 함께 늘었다”며 “덕분에 그동안 관심을 덜 받았던 아시아 요리를 응용한 제품이 화제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통적으로 발전을 거듭해온 서양식 디저트만으로는 까다로운 소비자를 만족시키기에 분명 한계가 있다. 한기은 오설록 디지털팀 과장은 “아시안 디저트는 서양식 디저트에 지루함을 느낀 소비자에게는 신선한 재미를 주고,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도 새로운 변형을 시도하기에 좋은 소재”라고 설명했다.

맛도 성패를 가른다. 한국인은 보통 단맛을 선호하지 않는데 아시안 디저트는 서양의 것에 비해 덜 달고 담백하다. 조선호텔 ‘라운지&바’ 박상훈 지배인은 “아시안 디저트들은 단맛이 적고 담백한 맛이 균형을 이뤄 남녀노소 모든 연령대의 입맛에 잘 맞아 찾는 사람이 점차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익숙한 메뉴도 오리엔탈 느낌 더하니 새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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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패키지로 젊은층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금옥당의 양갱.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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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메뉴의 선전도 눈에 띈다. 어르신들의 간식으로 여겨진 양갱·떡은 최근 젊은층이 즐겨 찾는 메뉴가 됐다. 모양과 색이 다양해지는 등 새롭게 탈바꿈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서울 연희동 ‘금옥당’은 팥·호두·라즈베리·밀크티 등 16가지 종류의 양갱을 판매하는데 크기는 줄이고 패키지는 화려하게 만들어 기존 양갱과는 전혀 다르다. 광주 송정역 시장의 ‘갱소년’은 과일로 만든 동그란 모양의 양갱을 선보여 인기다.

새로운 디저트 트렌드를 주도하는 건 30대의 젊은 사장들이다. 이들은 새로운 디자인과 맛을 내세워 SNS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현대백화점에서 식음료 콘텐트 개발을 담당하는 황혜정 과장은 “경기떡집(서울)·돌쇠떡집(대구) 등 최근 SNS에서 인기를 끄는 떡집이나 양갱 가게는 대부분 젊은 대표들이 운영하는데 녹차·바나나 등 새로운 맛을 더하거나 독창적인 패키지를 만들어 유행을 이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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