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가 출범 직후 공약한 게 있다. 어음 발행 관행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문제다. 제법 큰 서적 유통사도 자금이 돌지 않으면, 어음을 발행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영세한 한국 출판계의 현황이다.
정승욱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
이 때문에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숙제를 맡아놓은 게 있다. ‘출판유통선진화사업’이 그것이다. 확보한 예산도 제법 많다. 첫해 20여억원 등 모두 45억원을 집행할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데 이 태스크포스(TF)가 제대로 가동되는지 안 되는지 오리무중이다. 문체부 주관으로 TF를 꾸려 몇 번 회의를 열었지만 가시적인 내용이 별로 없다. 출판 유통 분야가 어찌나 복잡하고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있는지 실무자가 아니고선 도통 이해하기 어렵다.
이 분야를 잘 아는 한 출판사 대표는 “시간을 끌다 주어진 예산은 써야 하니 대충 업자에 맡겨 아까운 예산만 낭비하기 십상”이라고 우려했다.
지금까지 수십년간 출판 유관 단체들의 주관 아래, 유통개혁에 나섰으나 거의 성공한 적이 없다. 왜 그럴까. 문체부는 나몰라라 하고 있고, 유관 단체도 애초부터 유통 체계 개선에는 관심 없다고 할 수밖에 없다. 제사보다 오로지 젯밥에만 관심 있는 것처럼, ‘눈먼 돈’ 같은 정부 예산을 어떻게 따먹을까 궁리만 하는 건 아닌지 따져볼 일이다. 정부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야 한다. 사회 다른 분야에 비하면 출판 유통 개선 작업의 경우 그리 어렵지 않은 작업일 수 있다. 콘텐츠 개발도 중요하지만 난마처럼 얽힌 서적 유통부터 선진화해야 출판문화가 살아난다. 이웃 일본이나 독일 사례를 벤치마킹이라도 해야 할 것이다.
정승욱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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