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9 (토)

[책꽂이-새책 200자] 코끼리의 시간, 쥐의 시간 外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서울경제


■코끼리의 시간, 쥐의 시간(모토카와 다쓰오 지음, 김영사 펴냄)=인간의 시각에서 보면 100년 가까이 사는 코끼리는 장수하는 동물이지만 불과 10년도 살지 못하는 쥐는 대표적인 단명 동물이다. 그런데 동물의 관점에서 보면 이들의 수명은 약 20억 차례 심장박동을 하는 시간으로 동일하다. 심장박동의 간격은 동물의 크기에 따라 달라지는데 크기가 다르면 동물의 생존전략이나 행동방식도 당연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 밖에도 책에서 던지는 질문들은 흥미롭다. 동물은 몸집이 커지는 쪽으로 진화했는데 과연 클수록 좋은 것일까. 생물은 진화를 거듭했는데 왜 바퀴처럼 편리한 운동기관을 갖도록 진화하지 못했을까. 지렁이가 뱀처럼 굵어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저자의 번뜩이는 질문과 답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샌가 어렵게만 느꼈던 과학의 문턱을 넘어설 것이다. 1만4,000원

서울경제


■노로는 충분하지 않다(나오미 클라인 지음, 열린책들 펴냄)=트럼프의 출현은 돌발이 아니라 반세기 동안 이어진 세계사적 조류의 연장선 상에 있다고 말하는 책. 슈퍼 브랜드의 부상, 재난 자본주의와 충격 정치, 기후변화와 자본주의 등을 주요 화두로 활발한 저술활동을 펴온 저자는 트럼프를 브랜드 차원에서 분석한다. 저자가 정의하는 브랜드는 물건의 본질적 기능에 충실한 대신 어떤 문화 집단의 일원이 되고 싶다는 욕망을 자극하는 상품에 주는 프리미엄이다. 부동산과 예능 프로그램 등으로 전국구 스타가 된 트럼프는 유명세를 떨칠수록 더 많은 프리미엄을 누렸고 ‘궁극의 브랜드’로서 ‘미국 대통령’이라는 타이틀을 꿈꿨다. 얼떨결에 트럼프 주연의 TV 드라마에서 단역을 맡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해야 할 것은 “더 이상은 안 돼”라고 말하는 것이다. 1만7,000원

서울경제


■가족의 역사(매리 조 메이너스 외 1인 지음, 다른세상 펴냄)=가족의 형태와 역할은 시대에 따라 변화했다. 가족이 자연스럽게 이뤄진 공동체라는 우리의 인식과 달리 농경과 정착 생활, 종교의 발생과 전파, 항로의 개척, 국제무역과 대규모 산업의 발달 등 사회 문화적 흐름에 따라 가족의 의미도 변화했다는 뜻이다. 교통수단이 발달하기 전까지 가족은 걸어서 이동할 수 있는 지역에 속한 혈연집단으로 한정됐지만 장거리 여행이 가능해지면서 입양이나 대리모 출산, 동성간 합의에 따라 이뤄진 가족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에게 가족이란 어떤 존재며 우리는 왜 그 속에 속하려 하는가’를 주제로 가족의 역사, 진화를 다뤄온 젠더 사학자인 저자들은 구석기시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가족 속의 여성과 자녀의 역할 변화를 살펴보고 기득권의 시각에 편중된 가족에 대한 역사를 다른 관점으로 제시한다. 1만3,000원

서울경제


■우연은 얼마나 내 삶을 지배하는가(플로리안 아이그너 지음, 동양북스 펴냄)=때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의 비행기 엔지니어들은 무사히 귀환한 조종사들의 전투기엔 총탄을 맞은 지점이 특정 부위에 집중돼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는 해당 부위를 튼튼하게 보강하기로 한다. 그러나 통계학자인 아브라함 왈드는 엔지니어들이 ‘생존자 편향’에 빠졌음을 지적한다. 귀환한 조종사들과 달리 격추되어 귀환하지 못한 전투기들이 더 치명적인 부분에 총탄을 맞았을 것이라는 왈드의 추측은 적중했다. 우리는 성공에는 필연적인 이유가 있지만 실패는 우연의 결과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성공의 사례가 아니라 실패의 사례를 제대로 파악해야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며 원인 없는 결과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과학적 사고라고 피력했던 아인슈타인과 달리 저자는 ‘원인이 없는 결과는 매우 다채롭다’고 주장한다. 1만4,500원

서울경제


■쓸모 없는 세월은 없다(이영만 지음, 페이퍼로드 펴냄)=중국 춘추시대 제나라 재상 관중은 전쟁통에 길을 잃었을 때 늙은 말을 풀어 길을 찾았다고 한다. 젊은 말은 빠르지만 늙은 말은 지름길을 알기 때문이다. 저자에게 세월은 지혜를 쌓는 시간, 결과가 아닌 과정만으로도 박수받아야 마땅한 것이다. 지나간 세월을 자책하거나 허무감을 느끼는 중장년층을 위로하기 위해 쓴 30여 편의 글은 죽음을 대하는 방법, 상념에 사로잡혔을 때 활용할만한 걷기의 해법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과거에 대한 회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삶을 지배할 때는 지나온 시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 위한 마음공부가 필요하다. 저자의 글쓰기는 저자 나름의 마음공부이며 책 속의 글들이 독자의 마음공부를 이끌어줄 것이다. 1만1,200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