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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Weekend Interview] 원조 `홍대여신`서 제주도 책방 주인으로 변신한 가수 요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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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 이름이 왜 '무사'예요?"

"모두들 무사했으면 해서요."

가수 요조(37)는 독특한 사람이다. 그는 일반인들이 꿈꾸는 부와 명예, 인기 이런 것들과는 애당초 거리가 있는 사람이다.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우연한 기회에 가수가 됐고 청초한 외모와 매력 있는 음색으로 '홍대 여신'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좋아해' '마이 네임 이즈 요조' '바나나 파티' '나의 쓸모' '꽃' 등의 히트곡을 냈고, 드라마 OST나 광고의 배경음악으로도 팬들의 사랑을 얻었지만 삶의 목적은 '인기'에 있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 11월 훌쩍 제주도로 떠나 성산읍 근처 중산간 지역에 작은 서점 '책방무사'를 열었다.

'책방 운영은 잘 되냐'는 질문에 요조는 이렇게 답했다. "시인님도 살면서 이익이 되는 일만 하시는 건 아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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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버리고 훌쩍 제주도로 떠나 책방 주인이 된 가수 요조는 "이익과 관계를 포기한 대신 자연과 평화를 얻었다"고 말했다.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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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방 먹은 느낌이었다. 그는 잘 안 될 줄 뻔히 알면서도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서슴지 않고 뛰어드는 사람이다. 하기야 후미진 제주도 중산간 지역에 있는 작은 서점이 무슨 돈을 벌겠는가. 하지만 그는 다른 것을 벌고 있다. 깨끗한 공기와 아름다운 자연, 적당한 자유와 고독, 그리고 때 묻지 않은 상상력. 이런 것들이 그를 찾아왔다. 세속의 이익과 맞바꾼 대가로 얻은 것들이다.

그는 가수지만 책의 세계를 사랑한다. 그의 예명인 '요조'는 다자이 오사무의 소설 '인간실격'의 주인공 이름이다. 팟캐스트 녹음 때문에 가끔 서울에 온다는 그를 어렵게 만났다.

―책방 간판이 '아름상회'라고 되어 있는데.

▷당연히 '책방무사'라는 간판을 달려고 했는데, 가게를 얻고 보니까 '아름상회'라는 낡은 간판이 너무 좋은 거예요. 그래서 그냥 놔두기로 했어요. 원래는 '한아름상회'였는데 '한'자가 태풍에 날아가버렸대요. 아는 사람은 다 알고 찾아오겠지 싶어서 '아름상회' 간판을 그대로 보존했어요. 제가 외관을 바꾸고 꾸미고 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해요.

―대형 서점처럼 모든 책을 다 팔 수는 없을 텐데 어떤 책을 파나요.

▷굉장히 주관적인, 저의 취향이 반영된 책들을 팔아요. 제가 읽었거나, 앞으로 읽을 예정인 책들이 대부분이에요. 베스트셀러 위주로 판매하지 않아요. 책방무사는 독자의 선호를 고려하는 서점이라기보다는, 제 개인의 취향을 드러내는 서점이죠. 서점을 하면서 제가 많이 부족하다는 걸 느껴요. 너무 모르는 책이 많아서. 항상 갈증이 나죠. 한 600종 정도 책을 진열해 놓고 있어요.

―책방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게 언제였나요.

▷책방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오래됐어요. 그 생각을 실천으로 옮기게 된 것은 제 기질이 작동한 것이죠. 뭔가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대수롭게 생각되기 전에 빨리 해치우는 게 제 속성이거든요. 그래서 2015년 서울 북촌에 처음 서점을 냈죠.

―주변에서는 뭐라던가요.

▷책방 하겠다고 소속사에 이야기하고, 가까운 지인들에게 이야기했을 때 남자친구 빼고는 단 한 명도 제 계획을 축복해주지 않았어요. 사람들이 하도 걱정을 해주길래, 그래 돈은 못 벌더라도 무사하기만 하자. 그래서 '무사'라고 책방 이름을 지었죠.

―혼자 책방을 지키고 있는 건 힘들 텐데.

▷아르바이트생을 쓰거나 하지는 않고요, 제가 없을 때는 남자친구가 와서 도와줘요. 남자친구는 제주도에서 빵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어요.

―어린 시절 꿈은 무엇이었나요.

▷어렸을 때 꿈은 가수도 책방 주인도 아니었어요. 어릴 때는 뽑기 장수가 되고 싶었어요. 태어난 곳이 서울 미아동이었는데 그때 세상에서 가장 근사해 보이는 사람이 뽑기 장수하는 할아버지였어요. 초등학교 때야 뽑기 장수가 꿈이라는 걸 주변에서 귀엽게 받아들여줬지만 중학교 때부터는 바보 취급을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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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어불문학을 전공했던데 어떤 계기로 가수가 됐나요.

▷정말 우연이었어요. 대학에 다닐 때 친구 중에 음악을 만드는 친구가 있었어요. 그 친구 소개로 가이드 보컬을 하게 됐어요. 실제 앨범이 나오면 사라지는 역할을 하면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 거죠(가이드 보컬이란 작곡가가 만든 곡이 가수에게 전달되기 전에 미리 테스트하는 역할을 하는 가수다).

―그러다 진짜 가수가 됐군요.

▷가이드 보컬이었지만 되게 신기하더라고요. 누군가가 저의 목소리를 좋아해준다는 게. 정식으로 데뷔한 건 2007년 앨범 'My Name is Yozoh'를 내면서였어요. 아카시아밴드의 보컬로 시작했죠. 정규 앨범은 아니었지만 내 이름을 넣은 곡으로 처음 팬들을 만났어요.

―홍대 여신이란 말은 언제부터 들었나요.

▷데뷔했을 때부터 쫓아다니는 망령 같은 별칭이에요(웃음). 그 말을 원래부터 좋아하지 않았어요. 왜냐면 자꾸 제가 그렇게 규정되는 게 싫었어요. 제가 새로운 음악세계를 시도해도 항상 저를 가로막는 게 그거였거든요. 그게 언제나 갑갑했죠.

―요조 씨 음악의 장르를 뭐라고 해야 하죠. 혹시 영향을 받는 뮤지션은 누가 있나요.

▷제가 하는 음악은 포크 음악이에요. 국내에서는 '이름 모를 소녀'를 부른 김정호를 좋아해요. 요즘은 레너드 코언도 좋아해요. 음유시인 같은 유형을 좋아하나 봐요.

―방송 출연을 거의 안 했는데.

▷의식적으로 언더그라운드를 의도한 적은 없어요. 그냥 제가 좀 방송 체질이 아닌 것 같아요. 사실은 방송뿐이 아니라 무대 체질도 아니에요. 그런데 가수가 됐으니 참(웃음). 사실 신경안정제 먹으면서 공연한 적도 있거든요. 주변에서는 마음먹기에 달린 거다, 네가 연습을 충분히 안 해서 그런 거다. 뭐 이런 이야기들을 해주지만 아무리 연습을 많이 하고 마음을 독하게 먹어도 저는 그게 안 되는 사람인가 봐요.

―무대 체질이 아니라면 가수 생활 자체가 불만족스럽지는 않았나요.

▷불만족이라기보다는 약간 자책은 자주 하는 편이에요. 방송은 피하려면 피할 수 있지만 무대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제가 정말 하고 싶은 방식은 앨범만 내고 공연은 하지 않는 뮤지션이 되는 거예요. 하긴 그래서는 생계가 유지되지 않겠죠.

―가수 하면서 돈을 좀 벌었나요.

▷책방보다는 돈을 더 벌죠. 음악 자체로 돈을 벌었다기보다는 부가적인 소득이 더 크죠. CF나 드라마 주제가 같은 것들요.

―책방도 하지만 최근에는 서평집도 내셨어요. 원래 글 쓰는데도 소질이 있었나요.

▷오히려 저는 쓰는 걸 좀 기피하는 사람에 가까웠죠. 글 쓰는 게 무서웠어요. 대학 들어갈 때도 논술을 보지 않는 학교만 골라서 지원했거든요. 그런데 글도 쓰고 노랫말도 쓰고 하는 사람이 됐다는 게 굉장히 신기해요. 이번에 낸 책은 어디 연재하거나 그랬던 것이 아니라 대부분 책을 위해 그냥 쓴 거예요(요조는 최근 '눈이 아닌 것으로도 읽은 기분'이라는 서평집을 냈다).

―공개적으로 처음 쓴 글이 뭐였죠.

▷첫 번째 글은 노랫말이었던 것 같고, 산문 형태의 글을 처음 썼던 것은 모 대학 학보에 칼럼을 청탁받아서 쓴 거였어요. 그 칼럼을 보고 청탁이 많이 들어왔어요.

―감동적인 글이었나 봐요.

▷글 실력이 뛰어났다기보다는 제가 슬픈 이야기를 해서 그랬던 것 같아요. 사람들은 슬픈 이야기에 더 많이 끌리는 것 같아요.

―어떤 슬픈 이야기였나요.

▷사고로 세상을 떠난 친여동생 이야기였어요. 벌써 10년이 됐네요.

―큰 충격이었겠네요.

▷저를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 놓은 사건이었죠. 처음에는 잘 몰랐는데 주변의 증언으로 알게 됐죠. 옛날부터 알던 사람들이 '그때 이후로 넌 많이 달라졌어'라고 하더라고요. '세상 다 산 사람처럼 산다'는 이야기도 듣고, '할머니 같다' '보살 같다' '다 내려놓은 것 같다'. 뭐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됐어요.

―예명 '요조'는 다자이 오사무의 소설 '인간실격'의 주인공 이름이죠.

▷예. 20대 초반 읽었는데 그 인물에 너무 감정 이입을 했어요. 소설 첫 문장이 '전 부끄럼 많은 생애를 살았습니다'로 시작하잖아요. 그게 참 와 닿았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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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성산읍에 위치한 `책방무사`는 베스트셀러 위주로 판매하지 않는다. 오로지 요조 컬렉션에 해당하는 책만 파는 고집스러운 서점이다. 요즘에는 페미니즘 책이 잘 팔린다고 한다. [한주형 기자]


―이번 책 말고, 책을 몇 권 냈나요.

▷공저 말고 이번 책이 거의 처음이에요. 악보집을 낸 적은 있지만. 책을 내고 나니까 기분이 남달라요. 부끄럽기도 해요. 너무 못 쓴 것 아닌가. 속을 들킨 것은 아닐까. 세상에 나와서 괜한 짓을 한 것은 아닐까. 뭐 이런 생각이 들어요. 부끄러움 종합선물세트예요.

―진짜 쓰고 싶은 책은 어떤 책인가요.

▷시집을 쓰고 싶어요. 아는 시인의 시집 낭독회를 끝내고 집에 오는데 갑자기 시가 너무 쓰고 싶어졌어요. 시를 생각하면서 사는 사람의 세상이 제일 아름다울 것 같아요. 실제로 제가 앞으로 시를 쓸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시를 쓰고 싶다는 생각은 잃지 않고 살았으면 좋겠어요.

―요즘 미투 운동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이 드는지.

▷뭐 굉장히 괴롭지만 꼭 겪어야 할 시절을 지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요즘 '백래시(backlash)'라는 책을 읽었어요. 여성이 자기 목소리를 내고 평등을 위해 싸울 때 남성들 혹은 일부 여성이 그것을 어떻게 방해하는지를 보여주는 책이에요. 미투 운동이 일어나자 아예 여성을 고용하지 않으려 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백래시' 생각이 나더군요. 겁이 나서 큰 목소리를 못 내는 평범한 여성들도 충분히 도움받고 보호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책방 운영은 잘되나요.

▷많은 분이 물어보는 이야기예요. 그런데 시인님도 이익이 되는 일만 하시면서 사시는 건 아니잖아요. 누구나 마찬가지일 거예요. 금전적 이득 대신 내게 다른 기쁨을 주는 일인 거죠. 물론 망하면 안 되겠지만요.(웃음)

―책방은 어떤 기쁨을 주나요.

▷일단 저의 욕구를 너무 잘 충족시켜 줘요. 적독(積讀)이라고 해야 할까요. 내가 좋아하는 책을 쌓아놓는 재미가 커요. 또 책이 매개가 돼 좋고 귀한 인연을 많이 만났어요. 물론 책방을 하면 힘든 일도 많아요. 주문서 내고, 반품 처리하고, 서가 정리하고 등등. 하지만 돈이 안 벌려서 힘들지는 않아요. 아직 돈은 음악으로 벌고 있으니까요.

―책방을 하면서 가장 힘든 게 뭐죠.

▷아직 그런 일은 없는데 손님을 돈으로 보기 시작할까봐 두려워요. 물론 손님이 있어야 가게가 유지되지만 그런 생각과는 거리를 두고 싶어요. 그래서 딜레마에 빠져 있죠. 물론 음악을 할 때도 그런 갈등은 있지만 음악은 하루 종일 가게에 앉아 있는 건 아니니까. 또 하나는 손님들이 제발 책 추천해 달라는 말을 안 했으면 좋겠어요.(웃음) 사실 책을 추천하려면 제가 그분에 대해 알아야 하잖아요. 그런데 처음 본 분을 제가 어떻게 알겠어요.

―딜레마를 극복하기 위해 어떻게 하나요.

▷얼마 전에는 진통제를 먹었어요. 어떤 실험 결과를 보니까, 진통제는 피지컬적인 진통을 다스리는 거잖아요. 그런데 마음에도 도움이 된다는 거예요. 그래서 진통제를 먹고 책을 읽으면서 일을 막 했더니 일에 몰입해서인지 진통제 때문인지 괜찮아지더라고요.

―책방을 계속하실 계획인가요.

▷제가 묻고 싶어요. 계속할 수 있을까요? 계속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서울 북촌에서 서점을 할 때 3, 4개월째가 가장 힘들더라고요. 지금 제주도에 온 지 4개월이 넘었으니까, 이 시기만 넘기면 굳은살이 박일 것 같아요.

―서점을 하는 데 굳이 제주도를 선택한 이유는.

▷원래 좋아했어요. 김영갑 사진작가의 '그 섬에 내가 있었네'라는 책을 통해 처음으로 제주도를 알게 됐고, 처음으로 제주도에 와보게 됐어요. 20대 초반이었죠. 그때부터 꾸었던 꿈이었어요.

―제주도에 작은 책방이 몇 곳 있나요.

▷한 50곳쯤 된다고 들었어요. 아마 작은 책방이 주는 매력적 이미지가 있는 것 같아요. 저한데 조언을 구하러 오는 분도 가끔 있어요. 그러면 저는 절대로 돈은 벌 수 없다고 냉정하게 말해요. 그냥 꿈을 이루고, 삶의 가치를 높이는 차원에서 하는 것은 좋은데 그럴 경우 다른 생계 수단이 있어야 한다고 조언해 주죠.

―가수로서 더 유명해지고 싶은 생각은 없나요.

▷스타가 되는 건 제 체질하고는 안 맞는 것 같아요. 대단한 스타가 될 리도 없지만 된다고 해도 힘들 것 같아요. 어디를 가도 사람들이 나를 알아보고 사생활이란 게 없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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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조 씨도 매니저가 있죠.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소속이고 매니저도 있죠. 10㎝랑 옥상달빛 등이 같은 소속사예요. 그런데 책이나 책방 관련 스케줄은 제가 직접 할 때가 많아요.

―어떤 음악을 하고 싶은지.

▷'어떤'이 없어요. 그냥 음악을 하고 싶어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제 앨범에 수록된 노래는 제가 전부 작사·작곡을 했어요. 그냥 그즈음의 나를 노래로 만들고 싶어요.

―가장 애착이 가는 노래는.

▷그게 맨날 바뀌는데요. 오늘은 '나의 쓸모'라는 노래가 좋아요.

―드라마 OST나 광고음악으로도 유명하신데.

▷좀 많이 한 편이에요. 일단 처음에는 '커피 프린스' OST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어요. 가장 최근에 한 건 '학교'라는 드라마였죠. 광고음악은 의외로 몇 개 안 했어요. 올림푸스 카메라 광고, '보노'라는 컵 수프 광고 정도 기억이 나네요.

―나이가 들어 가는데 어떤 인생을 살고 싶나요.

▷뻔하지 않게 건강하게 살고 싶어요. 제주도 할머니가 될지 안 될지는 아직 모르겠어요. 저는 되게 행복에 헤픈 편이에요. 웬만하면 다 행복해요. 그냥 아침에 일어나 날씨가 좋으면 너무 좋고 밥이 맛있어도 너무 좋고. 밥 해 먹는 걸 좋아하는데 처음 제주도에 왔을 때 바다에 미역 줄기 같은 게 떠다니기에 그걸로 미역국을 끓여 본 적도 있어요. 기억하고 싶지 않은 맛이었어요. 비닐 씹는 느낌이랄까. 지금은 고양이를 키우는 게 큰 낙이에요. 두 마리인데 한 마리 이름은 '또', 다른 한 마리 이름은 '라이'예요. 또라이죠.

―독립영화도 만드셨죠.

▷극장에 깔리진 않았는데 2017년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받아 상영했어요. 제목이 '나아당굼'이에요. 제 앨범 중에 '나는 아직도 당신이 궁금하여 자다가도 일어납니다'가 있는데 그 약자예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 영화인가요.

▷죽음에 대한 영화예요. 주인공들이 제주도 바닷가에 놀러갔다가 옆 텐트에서 계속 잠만 자는 할머니를 발견해요. 그렇게 며칠 계속되니까 '저 할머니는 왜 밥도 안 먹고 하루 종일 잠만 자지? 죽은 거 아니야?' 이렇게 생각하는 거예요. 그러다가 우리가 할머니를 걱정하는 건지 죽기를 바라는 건지 헷갈리기 시작하는 거예요. 일종의 블랙코미디죠. 물론 할머니는 안 돌아가셨죠.

―종교가 있나요.

▷현재로서는 없어요. 여동생이 사고로 세상을 떠난 이후 믿지 않은 것 같아요. 하지만 어떤 종교에 충실한 사람을 보면 부럽기는 해요. 무언가를 의심 없이 믿으면서 안전함을 느끼는 게 좋아 보이기도 하고요.

―컴퓨터로 작곡을 하시나요.

▷저는 주로 그냥 기타로 해요. 컴퓨터를 잘 못 만져서요. 곡하고 멜로디를 먼저 만들고 나중에 가사를 입히는 경우가 많아요. 따로 작곡을 배우거나 한 적은 없어요. 그냥 내 식으로 어느 날 문득 시작한 거죠.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은.

▷가장 최근인 지난해 12월에 했던 공연이 기억에 남아요. 책방에 전념하느라 오랫동안 팬들과 교류를 못 했거든요. 공연 직전까지 티켓이 잘 안 팔린다고 소속사에서 연락이 왔어요. '아, 나는 잊혔구나' 이렇게 생각했죠. 그래서 결심했어요. 텅 빈 무대면 어떠냐. 누군가 내 앞도 아니고 뒤에서 한 명만 보고 있더라도 그것은 무대다. 그런데 다행히 객석이 차기는 했어요. 그때 생각했어요. 대중을 상대로 일을 하는 사람은 대중에게 잊힌다는 공포에 익숙해져야겠구나 하고….

―또 책을 낼 계획은 있나요.

▷책방을 오픈하고 틈틈이 써 놓았던 기록들이 있어서 그것을 묶어 책으로 낼 것 같아요.

―제주도에서의 삶은 장단점이 뭔가요.

▷장점은 자연의 혜택을 너무 손쉽게 얻고 사는 거예요. 고마운 일이죠. 일단은 제가 구름 보는 걸 좋아하는데, 그 조건에 딱 맞고 바다도 정말 가깝죠.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오늘은 바다에 가고 싶다, 오늘은 오름에 가고 싶다, 생각만 하면 10분 만에 갈 수 있잖아요. 그런데 자연에 된통 당하는 경우도 있어요. 지난겨울이 그랬는데 눈이 너무 많이 와서 고립이 됐어요. 보일러도 안 되고 버너로 끼니 해결하고 씻는 것도 못 하고 책방도 못 열었죠. 제주도에 사니까 손님이 많이 찾아오는 것도 힘들기는 해요. 제주도에 오면 세상과 거리를 둘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많은 지인이 찾아와요. 저는 사실 제주도 맛집도 잘 모르는데, 맛집을 안내해 달라고 하면 자신 없어요.

―'책방 무사'의 베스트셀러는 무엇인가요.

▷베스트셀러요? 책방 주인이 쓴 책이라 그런지 제가 쓴 '눈이 아닌 것으로도 읽은 기분' 그게 잘 판매되고 있어요.(웃음) 아베 코보의 '타인의 얼굴' '모래의 여자'도 잘 팔려요. 그리고 페미니즘 서적들도 꾸준히 판매되고 있어요.

가수 요조는…

홍대 인디 문화의 아이콘이자 싱어송라이터. 본명은 신수진. 1981년 서울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불문학을 전공했다. 허밍어반스테레오, 소규모아카시아밴드의 객원보컬로 활동하다가 2007년 'My Name is Yozoh with 소규모아카시아밴드'로 정식 데뷔했다. 앨범 'Traveler' '나의 쓸모' 등을 발표했다.

특유의 속삭이는 듯 감미로운 목소리로 광고, 드라마, 영화계의 러브콜을 끊임없이 받고 있다. 모 통신사 CF 배경음악이었던 '허니허니 베이비'는 광고 당시 크게 히트했고 '커피 프린스 1호점' OST는 요조의 목소리를 대중과 더욱 밀착시켰다. 2015년 서울 북촌에 '책방무사'를 차렸고, 2017년에는 제주로 이주해 성산에서 서점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 서평집 '눈이 아닌 것으로도 읽은 기분'을 출간했다.

[허연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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