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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연극 리뷰] 마당과 어머니…잃어버린 현대인의 삶 `마당 씨의 식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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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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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잃어버린 풍경이다. 마당에 텃밭을 가꾸고 수확한 야채는 식탁에 오른다. 가끔 천장에서는 쥐들이 돌아다녔고 쥐를 잡겠다며 고양이를 키웠고 닭 소리에 아침을 시작했다.

비록 도시 생활이어도 마찬가지였다. 동네 사람들끼리 숟가락 개수조차 훤히 꿰뚫었다. 가끔 참견이 많아 갈등이 생겼지만 우리의 삶은 그래도 사람 냄새가 났다. 어느덧 아파트로 모두 이주하기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지난 13일 서울 대학로 동양예술극장에서 개막한 연극 '마당 씨의 식탁'은 평범했지만 지금은 사라진 가족 이야기를 들려준다. 비록 소극장 공연이지만 작가의 담백한 서사와 배우들의 기교 없는 연기는 차분한 감동을 선사한다. 원작은 작가 홍연식의 '마당 씨 3부작' 가운데 첫 번째 작품이다. 2015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는 '오늘의 우리 만화상'을 받은 작품이다. 홍연식이 자전적 이야기를 꾸밈 없이 표현해 호평을 받았다.

연극 또한 작가의 작품 세계를 가감 없이 드러낸다. 연극은 교외로 이사간 마당 씨 부부의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마당 씨는 만화가로 출판사에 학습 만화를 그리며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그림책 작가인 아내와 풍요롭지는 않지만 한 아이를 키우며 알콩달콩 시간을 보낸다. 그러던 가운데 고향에 살고 있는 어머니가 병에 걸린다. 연극은 마당 씨가 어머니에 대한 연민과 회상을 오버랩하며 슬픔을 자아낸다. 독백보다는 방백을 자주 배치하면 산만할 수 있지만, 이 작품만큼은 어머니라는 주제를 효과적으로 표현해 몰입도를 떨어뜨리지 않는다. 자식을 힘들게 하는 일용직 노동자 아버지, 그런 아버지를 미워하면서도 사랑을 끊지 않는 아들의 이야기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야기다. 배역 하나하나가 자신의 얘기 같아서 1시간 30분 공연이 훌쩍 지나간다.

극이 진행될수록 객석 곳곳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릴 만큼 관객의 감수성과 빠르게 공명한다. 마당과 어머니라는 소재가 주는 보편성, 빠르게 사라지는 가족이라는 가치가 묘하게 대조를 이루는 때문이다. 배우들의 연기도 수준급이다. 스타급은 아니지만 탄탄한 기본기를 자랑하는 연기자 5명이 열정적 연기를 선보인다. 때로는 지나치게 과장한다는 느낌이 들다가도 배역 3~4개를 동시에 해치우면서 연기력을 뽐낸다. 경상도 사투리 연기는 다소 어색하지만 감안할 수 있다. 소품을 지나치게 제한해 판토마임으로 대부분 장면을 만든 것은 단점이다.

어느덧 우리 주변에는 병든 사람들이 많아졌다. 물질적으로 풍요롭지만 폭력, 질투, 청산 같은 과격한 말들만 오간다. 마당에서 자연과 함께 숨쉬고 가족과 부대끼며 감정을 쌓을 겨를조차 없는 삶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어렵지만 따뜻했던 과거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일 것이다. 연극 '마당 씨의 식탁'은 잃어버린 가치를 회상하는 기회를 준다. 얼마 전 호평을 받은 TV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5월 13일까지.

[김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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