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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여행으로 인생이 바뀔 수 있죠"…개천에서 용 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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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배영윤 기자] [피플]이상진 하나투어문화재단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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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진 하나투어문화재단 디렉터/사진=이기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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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부익부 빈익빈 문제를 사회적인 문제로 인식해야한다고 생각해요. 여행복지를 통해서 정체성에 대한 고민, 자신의 삶을 스스로 디자인하는 계기를 만들어가는 게 목표입니다."

하나투어문화재단을 총괄하는 이상진 디렉터(사진·41)가 생각하는 여행은 단순히 '놀고 즐기고 쉬는 것'이 아니다. 어떤 삶의 가치와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여행만한 것이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지난해 5월 설립된 하나투어문화재단은 국내 여행업계 최초 재단이다. 경제·사회적 여건으로 여행이 어려운 관광취약계층의 여행과 문화 활동을 지원하는 사업을 펼친다. 해외 30여개 지사와 협력해 현지에서 할 수 있는 특별한 봉사활동도 진행한다. 지난 2001년 하나투어 입사 이후 브랜드 커뮤니케이션과 CSR 업무를 담당하던 이 디렉터가 CSR 활동의 확장성과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 재단 법인 설립 추진부터 총책임자까지 도맡았다.

재단의 가장 대표적인 사업은 '희망여행 프로젝트'다. 새터민, 다문화가정 자녀, 생계가 어려워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부부, 보육시설 생활하는 청소년, 장애인 등 각 대상별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여러 단체와 협업해 국내외 여행을 지원해준다. 재단이 설립된 건 불과 1년 남짓이지만 지난 2005년부터 시작한 하나투어 CSR팀이 축적해온 활동들이 있었기에 힘을 받아 많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 지난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1614명이 '희망여행'에 참여했다.

이 디렉터는 "2010년만해도 '여행을 지원한다'고 했을 때 여기저기서 불만섞인 목소리가 많았다"며 "영세 공장에서 일하는 부부에게 여행을 지원해주기로 했는데 사장이 휴가를 내줄 수 없다고 직접 전화로 항의하기도 했고, 아이들의 경우는 부모들이 '우리 애 머리에 바람들어간다'며 반대하기도 해 애를 먹었다"고 회상했다.

그럼에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여행의 기회를 주기 위해 새로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주변의 참여와 협력을 독려해온 건 여행이 가진 '특별한 힘'을 믿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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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개천에서 용이 안나는 시대'라고 하잖아요. 인식과 관점의 전환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아직도 섬마을에 사는 친구들 중에는 자기가 사는 마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자기가 아는 세상이 그게 다인 줄 아는 친구들도 있어요.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해줘야 하는거죠. 스스로 왜 공부해야하는지, 왜 변해야하는지 깨닫고 움직이게 해줘야만이 개천에서 다시 용이 날 수 있다고 봐요. 그러려면 다른 관점과 시각으로 자기 삶을 돌아볼 수 있어야 하고, 다른 공간에서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측면에서 여행만큼 중요한 게 또 있을까요."

이 디렉터는 '한번의 여행이 세상을 바꿀수 있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그 역시 한번의 여행으로 삶이 완전히 바뀌는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졸업을 앞두고 방황의 시기를 겪으며 졸업 작품이나 논문에 매진해야할 방학 때 캐나다 동부로 훌쩍 여행을 떠났다. 생애 첫 해외 여행이었다. 색맹 등 시각에 문제 있는 이들도 운전할 수 있는 것, 자유롭게 토론하는 초등학교 수업 풍경 등 난생 처음 하는 경험을 통해 문화 충격을 받았고 '평등'에 대해 새롭게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고. 한국에 돌아와서 광고회사, 대기업의 디자인실 등에 취업하는 대신 여행사를 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디렉터는 "내가 했던 경험을 다른 사람들도 같이 느낄 수 있었으면 해 프로그램 참여자들에게 항상 '이 여행이 인생을 바꾸는 데 영향을 미쳤나' 물어본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엔 10명중 한두명 정도만 그렇다고 했는데 요즘엔 7~8명 정도로 늘었다"며 "한번의 여행이 인생을 완전히 바꾸지는 못해도 결정적 선택의 순간에 그때의 기억이 떠오른다고 말해주기도 하고, 인연을 맺은 분들의 SNS를 통해서 삶이 어떻게 바뀌어 가는지 알게될 때마다 뿌듯하다"고 말했다.

각 여행지에서의 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해 현지 지원센터를 만들어 해외 거점을 만드는 데에 힘쓰고 있다. 최근에는 한 보험회사와 협업해 기부보험도 론칭했다. 일종의 생명보험 개념인데 가입자가 사망하면 적립한 보험금이 지원센터 건립에 지원금으로 쓰이는 구조다.

"여행의 기회만 제공하는 것에서 그치면 안되겠죠. 여행의 기회를 주는 게 마음이라는 밭에 있는 잡초를 제거하는 일이라면, 다시는 잡초가 자라지 않도록 잡초가 제거된 자리에 나무를 심는 작업이 필요해요. 여행의 기회가 없다는 것을 사회적인 문제로 인식하고 '여행복지' 확충에 여행산업 전체가 나서야죠. 나무 심는 작업을 계속해나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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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진 디렉터가 '희망여행 프로젝트'를 통해 만난 아이들과 찍은 사진/사진제공=하나투어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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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영윤 기자 young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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