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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왜 다이슨 직원 휴게실에 MINI車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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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2월 STC시대 개막…3억3000만파운드 투자ㆍ300명 근무

- 印ㆍ濠ㆍ日 등 세계 엔지니어 블랙홀…모터ㆍ음향ㆍ IoT 등 연구

- 직원 휴게실에 미니車는 ‘디자인아이콘’…2020년 전기차 양산 목표



[헤럴드경제(싱가포르)=천예선 기자]“시장이 오른쪽으로 갈 때 다이슨은 왼쪽으로 간다.”

지난 11일 영국 가전회사 다이슨의 연구개발(R&D) 센터인 싱가포르테크놀로지센터(STC)에서 만난 존 월래스 기술시스템 수석엔지니어는 다이슨의 경영철학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경쟁업체들과는 확연히 다르고 더 나은 제품을 만들겠다는 의지다.

싱가포르의 최대 산업지역인 주롱지구 사이언스파크 어센트빌딩 3층에 위치한 STC는 다이슨의 미래혁신기술을 위한 싱크탱크다.

다이슨의 경영은 영국-싱가포르-말레이시아 3각축으로 이뤄진다.

영국 본사에서 아이디어를 구상하면, 싱가포르에서 연구개발과 핵심모터를 생산하고, 말레이시아 공장에서 완제품 조립을 거쳐 세계 75개국에 공급된다. 다이슨의 모든 제품이 ‘메이드 인 말레이시아’인 이유다.

작년 2월 문을 연 STC는 연면적 4000㎡ 규모로 총 3억3000만파운드(4785억원)가 투입됐다. 연구개발 인력만 300여명이다.

영국, 인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일본, 중국 등 세계 각국에서 온 엔지니어들은 이곳에서 모터는 물론 유체역학, 분리시스템, 커넥티드 기술 등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까지 다양한 연구개발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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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전기차 양산을 목표로 하는 다이슨의 창업주 제임스 다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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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SA 첨단장비 등 무장 개발 총력 = STC의 입구 한쪽 벽면에는 “엔지니어로서 우리는 기존 기술 너머를 봐야 한다. 그리고 더 나은 방법은 없는지 물어야 한다”는 창업주 제임스 다이슨의 문구가 쓰여져 있다. 다이슨의 기술 철학이 읽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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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슨 싱가포르테크놀로지센터 무반향실 실험실. 저주파를 통해 소음을 줄이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제공=다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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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흥미로운 곳은 음향연구 실험실이다.

무반향실(anechoic chamber)로 불리는 이 공간은 천장과 사방을 흡수성이 뛰어난 두터운 삼각쿠션으로 뒤덮고 음파를 저주파인 100Hz로 낮췄다. 지난 10년간 다이슨은 이같은 음향실 시설에 1000만파운드를 투자했다.

이를 통해 2세대 날개없는 선풍기는 소음을 75% 줄였고, 무선청소기 V10은 어쿠스틱폼(공기주머니)를 탑재해 저주파로 소음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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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슨 싱가포르테크놀로지센터 유체역학 실험실. 이곳에서는 작은 부품 사이의 공기흐름까지 측정한다. [제공=다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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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류연구 실험실은 다이슨의 특허제품인 ‘싸이클론’이 진화한 곳이다. 싸이클론은 무선청소기에서 먼지와 공기를 분리시키는 핵심장치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항공분석 프로그램인 전산유체역학소프트웨어를 사용해 작은 부품 사이로 통과하는 공기흐름까지 데이터화해 V10 모터 흡입력을 업계 최고수준인 290AW로 끌어올렸다.

옆방 커넥티드 스튜디오에서는 로봇청소기가 맹렬히 돌아가고 있었다. 6대의 3차원 카메라가 로봇의 움직임을 기록해 사물인터넷(IoT) 등 소프트웨어(SW) 개발에 한창이다.

유진 라나다 SW 책임 개발자는 “360도 카메라를 장착한 로봇청소기는 공간을 지도화해 기억한다”며 “가구 재배치 등 새로운 환경을 파악하고 음성비서인 알렉사와 연동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실시간으로 전세계 생산 및 재고, 판매 현황 등을 알려주는 컨트롤 타워도 눈에 띈다. 500여 공급업체에서 받은 40억개 부품과 세계 75개국에 판매되는 1300만대 이상의 제품들에 대한 정보가 실시간으로 올라온다. 로봇실험 결과나 직원들의 의견 또한 자유롭게 게재된다.

휴고 윌슨 STC 환경제어기술부문 엔지니어는 “다이슨은 연구개발에 있어 실패와 도전을 권하는 분위기”라며 “이 때문에 제품으로 출시되진 않았지만 수백개의 프로젝트가 동시에 진행되고 지속적으로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다이슨의 먼지봉투 없는 청소기가 나오기까지 5127개의 실패작을 거친 것은 유명한 일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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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가전기업 다이슨의 싱가포르테크놀로지센터(STC) 내부 모습. 슈퍼소닉 헤어드라이기로 벽면을 채웠다. [제공=다이슨]다이슨 싱가포르테크놀로지센터 직원 휴게 공간 한복판에는 자동차 MINI가 자리잡고 있다. ‘디자인 아이콘’으로 직원들에 영감을 주기 위함이다. [제공=다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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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휴게실 한복판에 MINI車 왜? = 다이슨 직원들의 연구 및 휴게공간은 회사 고유색인 ‘푸시아색(슈퍼소닉 헤어드라이기에 적용된 진달래색)’과 화이트로 꾸며져 있다. 깔끔하면서도 파티션이 없는 개방된 공간이다.

직원 휴게 공간 한복판에는 영국 국민차로 불리는 ‘미니(MINI)’ 실물차가 있다. ‘디자인 아이콘’으로 직원들에 영감을 불어넣기 위함이다.

미니는 ‘연비 좋고 크기는 작으면서 실내공간을 최대한 넓힌 소형차’로 꼽힌다.1956년 출시 당시만해도 획기적이었던 전륜구동 방식과 가로배치 직렬엔진이 탑재됐다.

월래스는 “미니 디자이너 알렉 이시그노시스는 모양에 치중하지 않고 기능에 충실한 디자인을 했다”며 “시장과는 다른 방향으로 획기적인 디자인을 내놓은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다이슨은 이제 ‘전기차’를 목표로 하고 있다. 2020년까지 전기차를 양산해 가전기업에서 ‘기술기업’으로 거듭난다는 각오다. 다이슨은 전기차 개발에 작년 주당 700만파운드(105억원)를 투자했다. 올해는 이를 800만파운드로 끌어올리고, 개발인력도 300명 추가해 700명 규모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ch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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