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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4 (월)

[英 다이슨 싱가포르 싱크탱크 STC를 가다]부품사이 공기흐름까지 측정 생산인력보다 많은 모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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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천예선 기자] “시장이 오른쪽으로 갈 때 다이슨은 왼쪽으로 간다.”

지난 11일 영국 가전회사 다이슨의 연구개발(R&D) 센터인 싱가포르테크놀로지센터(STC)에서 만난 존 월래스 기술시스템 수석엔지니어는 다이슨의 경영철학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경쟁업체들과는 확연히 다르고 더 나은 제품을 만들겠다는 의지다.

다이슨의 경영은 영국-싱가포르-말레이시아 3각축으로 이뤄진다.

영국 본사에서 아이디어를 구상하면, 싱가포르에서 연구개발과 핵심모터를 생산하고, 말레이시아 공장에서 완제품 조립을 거쳐 세계 75개국에 공급된다. 다이슨의 모든 제품이 ‘메이드 인 말레이시아’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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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슨 싱가포르 모터공장에서 헹키 위라완 디자인팀 리더가 자율로봇이 만들고 있는 무선청소기 V10의 모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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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SA 첨단장비 등 중무장 개발 총력 = 싱가포르의 최대 산업지역인 주롱지구 사이언스파크에 위치한 STC는 다이슨의 미래혁신기술을 위한 싱크탱크다. 작년 2월 문을 연 STC는 연면적 4000㎡ 규모로 총 3억3000만파운드(4785억원)가 투입됐다. 연구개발 인력만 300여명이다.

영국, 인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일본, 중국 등 세계 각국에서 온 엔지니어들은 이곳에서 모터는 물론 유체역학, 분리시스템, 커넥티드 기술 등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까지 다양한 연구개발을 하고 있다.

가장 흥미로운 곳은 음향연구 실험실이다. 무반향실로 불리는 이 공간은 천장과 사방을 흡수성이 뛰어난 두터운 삼각쿠션으로 뒤덮고 음파를 저주파인 100Hz로 낮췄다. 이를 통해 2세대 날개없는 선풍기는 소음을 75% 줄였고, 무선청소기 V10은 어쿠스틱폼(공기주머니)을 탑재해 저주파로 소음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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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슨 싱가포르테크놀로지센터 유체역학 실험실 모습. 이곳에서는 작은 부품 사이의 공기흐름까지 측정한다. [제공=다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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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류연구 실험실은 청소기내 먼지와 공기를 분리시키는 ‘싸이클론’이 진화한 곳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항공분석 프로그램인 전산유체역학소프트웨어를 사용해 작은 부품 사이로 통과하는 공기흐름까지 데이터화한다. V10 모터 흡입력을 업계 최고수준인 290AW로 끌어올린 주역이기도 하다.

휴고 윌슨 STC 환경제어기술부문 엔지니어는 “다이슨은 연구개발에 있어 실패와 도전을 권하는 분위기”라며 “이 때문에 제품으로 출시되진 않았지만 수백개의 프로젝트가 동시에 진행되고 지속적으로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다이슨의 먼지봉투 없는 청소기가 나오기까지 5127개의 실패작을 거친 일화는 유명하다.

▶모터공장 로봇 300여대 첨단자동화 = STC에서 차로 10분 가량 거리인 서부 항만 인근 웨스트파크에는 다이슨의 핵심모터 공장이 있다. 연면적 1만㎡규모로 총 2억5000만파운드(3810억원)가 투자된 세계공략 전초기지다.

2012년 가동을 시작해 지난해 모터 생산대수가 1000만을 넘어섰고, 올해는 1300만대 돌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직원수는 800명으로 생산인력보다 연구개발 엔지니어들이 더 많다. 혁신제품인 무선청소기와 슈퍼소닉 헤어드라이어의 모터가 모두 이곳에서 생산된다. 특히 V10 모터는 10cm 길이에 불과하지만 1분간 회전수가 업계 최고인 12만5000rpm이고 무게는 125g으로 이전모델(225g)의 절반 수준을 달성했다.

자동화된 라인에서는 300여개 로봇이 2.6초마다 1개의 디지털 모터를 생산한다.

헹키 위라완 디자인팀 리더는 “최고 수준의 정밀도를 유지하기 위해 인적 움직임과 역할을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가장 복잡한 공정은 로터(회전자)의 균형을 잡는 라인이다. 4개의 로봇팔이 1mm거리에서 머리카락 굵기인 50mg의 불균형까지 포착해 조금이라도 균형이 틀어지면 로터를 정확하게 깍아낸다.

각각의 공정에는 이력제도 도입했다. 전체 불량률은 0.8%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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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슨 싱가포르테크놀러지센터 직원 휴게 공간 한복판에는 자동차 MINI가 자리잡고 있다. ‘디자인 아이콘’으로 직원들에 영감을 주기 위함이다. [제공=다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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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슨은 이제 ‘전기차’를 목표로 하고 있다. 2020년까지 전기차를 양산해 가전기업에서 ‘기술기업’으로 거듭난다는 각오다. 다이슨은 올해 전기차 투자비를 주당 800만파운드(122억원)로 끌어올리고 개발인력도 300명 추가해 70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cheon@heraldcp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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