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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8 (월)

[MT리포트] '빚 수렁' 대출… 금융권 '약탈'보다 '과잉'이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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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주명호 기자, 이학렬 기자, 한은정 기자, 박상빈 기자, 변휘 기자] [편집자주]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은 취임 일성으로 ‘약탈적 대출’을 비판하고 2금융권의 고금리 개선방안을 지시했다. ‘약탈적 대출 규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하다. 국내 금융권이 정부 인식 대로 약탈적인지 살펴봤다.

[금융은 약탈적인가](종합)]


한국 금융은 '약탈적'인가

[금융은 약탈적인가]①과잉대출 유도→채권자 책임 키우고 채무자 권리 강화

'약탈적 대출'이란 표현이 등장하기 시작한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집을 잃은 사람들이 월가 점령 시위를 벌이면서 '약탈적 대출'이 금융사의 과도한 탐욕을 비판하는 일반적 용어로 자리잡았다.

이후 국내에서도 금융권의 과도한 채권추심 등을 비판하며 '약탈적 대출'이란 용어가 사용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금융사의 과도하거나 불공정한 '약탈적 대출' 규제를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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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탈적'보다는 '과잉' 대출= '약탈적 대출'에 대한 정확한 정의는 없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2011년 9월 발표한 보고서에는 "무엇이 약탈적 대출에 해당하는지에 관한 일관된 정의 또는 어떠한 대출이 약탈적인 성격에 속하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은 확립되어 있지 않다"고 기재돼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약탈적 대출에 대한 규제를 정립한 미국의 경우 '기만적·사기적 대출'로 규정하고 있다. 미 재무부는 "공격적 판매전략을 통해 소비자를 속이거나 계약조건에 무지한 소비자의 상태를 불공정하게 이용하는 기만적이거나 사기적인 대출"로 정의했다.

금융권에선 과도한 대출금리를 부과하는 대부업체 등 일부 2금융권을 제외하고 한국 금융권 전체를 '약탈적 대출'이라고 싸잡아 비판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배현기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은 "못 갚을 것을 알면서 악의적으로 빚의 수렁에 빠뜨리는 것을 약탈적 대출이라고 볼 때 일부 대부업체를 제외하고 제도권 금융을 약탈적 대출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시각도 비슷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취임사에서 언급한 '약탈적 대출'은 일부 2금융권을 지적한 것"이라며 "은행 대출은 거의 완전경쟁이라고 할 정도로 경쟁적"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과잉대출의 문제는 있다고 본다. 금감원은 지난해 작성한 내부보고서에서 "우리나라는 약탈적 대출로 보기는 어려우나 과잉대출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무제한 신용공급의 유혹, 과잉대출= 과잉대출은 상환능력을 넘지는 않지만 '불필요한 대출을 권유'하거나 아예 '상환능력을 넘어서는 대출'을 의미한다.

정세균 국회의장실이 지난해 나이스(NICE)평가정보 자료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6월말 기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100%를 넘는 채무자는 118만명에 달했다. DSR이 100%를 넘는다는 것은 1년간 갚아야할 원금과 이자가 벌어들이는 소득보다 많다는 의미다. 상환능력을 넘어선 과잉대출이다.

과잉대출은 금융회사 입장에선 늘상 노출돼 있는 유혹이란 점에서 구조적인 문제다. 제조업체가 물건을 많이 팔아야 하는 것처럼 금융회사는 대출을 많이 해야 수익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대출을 회수하지 못할 위험이 있지만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같은 경우는 그런 리스크가 거의 없다. 대출자가 대출을 갚지 못하면 주택을 경매로 넘겨 회수하면 된다. 금융회사는 그 과정에 드는 비용까지 감안해 통상 대출금액의 110%까지 담보권을 설정한다. 은행들이 주담대 확대에 열을 올려온 이유다.

게다가 담보인 주택가격 하락의 리스크는 모두 채무자의 부담이다. 주택가격이 대출액 밑으로 떨어져도 채무자는 대출액 모두를 상환해야 하는 의무를 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아티프 미안 프린스턴대 교수와 아미르 수피 시카고대 교수는 공저 '빚으로 지은 집'(House of Debt)에서 주담대에 대해 '가계에 위험을 전가하는 역(逆)보험'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정부가 채무자의 상환책임 범위를 담보주택의 가격 이내로 한정하는 책임한정형(비소구) 주담대를 도입했지만 아직 실적은 미미한 수준이다.

◇과잉대출한 금융회사도 책임..채무자의 권리 강화= 대출을 갚지 못해 연체자가 되면 다양한 불이익을 받게 된다. 당장 신용등급이 떨어지고 높은 연체이자를 부과받는다. 연체된 채권은 대부업체 등으로 팔려가 오랫동안 채권추심에 시달리고 담보였던 집은 경매로 넘어간다.

일부에선 이같은 시스템 자체를 '약탈적'으로 본다.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상환능력을 초과하는 대출을 해주고 과도한 연체이자를 부과하며 가족의 주거권이 달린 주택을 사전조율없이 매각하는 등 대출 부실의 책임을 소비자만 부담하는 구조가 유지돼 왔다"며 이를 시정하기 위한 법률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또 상환능력을 넘어선 대출을 금지하는 '금융소비자보호법'도 국회에 상정돼 있다.

정부도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금융회사의 과도한 대출을 제한하고 채무자를 보호하는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진행된 소멸시효 완성채권 소각, 장기소액 연체채권 탕감 등은 빌려준 금융회사의 책임을 묻는 조치다. 10년 넘게 못 갚았다면 채무자가 갚을 능력이 없다는 의미고 빌려줄 때 제대로 평가해 빌려준게 아닌 만큼 받는걸 포기하란 얘기다.

또 올해부터는 연체 차주의 주택을 처분하기 전에 반드시 차주와 상담하도록 하고 조건을 충족하면 담보권 실행을 최장 1년간 유보해주는 등의 연체 차주 보호 조치도 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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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형 기자


저축은행, 상환능력 안보고 무조건 고금리

[금융은 약탈적인가]②신용등급 구분없이 24% 금리…금감원 "대부업식 대출 '문제'"

머니투데이

지난 2일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취임사에서 언급한 '약탈적 대출'의 장본인은 일주일만에 드러났다. 김 원장은 지난 9일 금감원 부원장 회의에서 "저축은행 고금리 대출 관행을 해소하도록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했다. 금감원은 올 2분기 중으로 저축은행의 대출금리 산정체계에 대한 본격 점검에 나선다. 점검 결과를 검토해 올 하반기에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김 원장이 단순히 대출금리 수준이 타 업권에 비해 높다는 이유만으로 저축은행을 지목한 것은 아니다. 금감원은 상환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법정 최고수준의 금리를 매기는 이른바 '대부업식 대출'을 '약탈적'이라고 봤다. 상환능력이 부족해 부실 우려가 높은 8~10등급 저신용자에게 고금리를 책정할 수는 있지만 이보다 상환능력이 좋은 4~5등급 신용자들에게도 저신용자와 비슷한 연 24% 또는 이에 근접한 금리를 부과하는 행위는 잘못이라는 입장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2월말 기준 저축은행의 가계신용대출 차주 중 81.1%가 연 20%를 웃도는 금리를 부담하고 있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신용등급이 낮은 차주에게 그에 상응하는 금리를 매기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신용등급을 무시한 채 일괄적으로 고금리를 적용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급전이 필요한 고객의 특성을 악용해 금리 장사를 하고 있는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금감원은 김 원장 취임 이전부터 저축은행 대출금리 체계에 대한 문제의식을 지녀왔다. 지난해 금감원의 저축은행검사국은 14개 대형 저축은행들과 대출금리 산정체계에 관한 업무협약(MOU)을 맺고 그간 기준이 모호했던 대출원가 구조를 개선하도록 했다. 지난달 6일 열린 중소서민금융부문 업무설명회 자리에서도 저축은행 사장들에게 "고금리 위주의 대출이 너무 과도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지난해 저축은행들이 거둔 영업실적도 고금리 대출 관행이 비판 받는데 한몫했다. 79개 저축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조674억원으로 2016년 8605억원에서 24% 증가했다. 순이익이 1조원을 넘어선 것은 사상 처음이다. 이자이익이 3조7463억원으로 전년보다 6196억원(19.8%) 늘어난게 영향을 미쳤다. 이 때문에 저축은행들이 대부업체처럼 고금리 장사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저축은행의 예대금리차는 8.34%로 은행의 1.88%보다 4.4배가량 높다.

저축은행업계는 예대금리차만 단순 비교해 금리 장사라고 오명을 붙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반발한다. 저축은행 주이용계층의 상환능력에 따른 신용원가와 대출영업에 드는 업무원가 등 다양한 비용을 제대로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저축은행 한 관계자는 "자금조달 외의 비용은 파악하지 않고 단순히 예금금리만 놓고 과도한 고금리 대출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제반 비용 등을 고려하면 실제 예대마진은 3~4%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모든 저축은행이 고금리 대출에 주력한다는 인식이 퍼지는데 대한 우려도 있다. 실제 A저축은행의 경우 최고금리인 연 24%가 적용되는 신용대출 차주는 전체의 2% 수준에 불과했다. A저축은행 관계자는 "평균 대출금리가 연 18.7% 수준이며 신규대출의 경우 연 24% 대출은 아예 없다"며 "저축은행업계 전체에 '약탈적'이란 딱지를 붙이는 것은 과도하다"고 말했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고금리 위주의 대출을 하지 않는 저축은행이 있다는 점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 "다만 대부업체 방식의 대출영업을 하는 일부 저축은행들의 관행은 지속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김 원장은 오는 16일 대형 저축은행 사장들과 만나 고금리 위주 대출 관행을 자제해달라는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다.

주명호 기자


예금금리는 천천히·대출금리는 빨리 오른다..왜?

[금융은 약탈적인가]③시장금리 따라 바로 바뀌는 대출금리, 은행이 바꿔야 오르는 예금금리

"예금금리는 천천히 찔끔 오르고 대출금리를 빨리 많이 오른다." 은행의 얌체같은 이자장사 행태를 비판할 때 늘상 나오는 얘기다. 실제 그럴까.

1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월 은행의 신규 가계대출 금리는 연 3.65%로 가장 낮았던 2016년 8월보다 0.70%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신규 저축성수신 금리(예금금리)는 연 1.31%에서 1.80%로 0.49%포인트 상승했다. 실제로 대출금리 상승세가 예금금리보다 더 빨랐다.

반대로 금리 하락기에는 예금금리 하락세가 더 빨랐다. 2016년 8월 가계대출 금리는 연 2.95%로 1년전 3.13%보다 0.18%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예금금리는 연 1.55%에서 1.31%로 0.24%포인트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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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간의 속설이 맞는 셈이다. 다만 대출금리가 예금금리보다 빠르게 상승하는 이유는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다. 대출금리는 시장금리에 연동하기 때문에 시장금리가 오르면 그만큼 대출금리가 올라간다. 반면 예금금리는 은행들이 특정 시점부터 판매하는 상품부터 적용되기 때문에 평균 금리가 상승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특히 전체 대출상품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변동금리 상품은 시장금리 변화에 따라 대출금리도 바로 바뀌지만 예금금리는 만기가 돌아오기 전까지 바뀌지 않는다.

예컨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연동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시장금리가 오르면 바로 오르고 시장금리가 내리면 바로 내리지만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금리 변동 조건이 없는 한 만기가 지나야 바뀐다. 대출금리와 예금금리 변동 사이에 시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또 기준금리 상승이 대출금리에는 온전히 반영되지만 예금금리에는 일부만 반영되기 때문에 대출금리 변동 속도가 빠르게 느껴진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면 장기적으로 대출금리는 0.25%포인트 상승하지만 예금금리는 이보다 적게 오른다는 얘기다.

김상환 충북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자금조달에서 예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은행은 예금금리 인상폭을 줄일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변화는 대출금리에 100% 반영되지만 예금금리에는 70%밖에 반영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가끔 단기적으로 예금금리가 대출금리보다 더 빨리 오르기도 한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25%에서 1.50%로 인상한 지난해 11월 예금금리는 연 1.79%로 전달보다 0.16%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가계대출 금리는 연 3.59%로 0.08%포인트 상승하는데 그쳤다.

대출금리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기에 앞서 시장금리가 오르면서 이미 반영됐기 때문이다. 이는 일시적인 현상일 뿐으로 시간이 지나면 대출금리가 더 많이 오른다. 지난해 대출금리는 0.32%포인트 상승했으나 예금금리는 0.25%포인트 올랐다.

이학렬 기자


은행맘대로 고무줄 대출금리? 어떻게 결정되나

[금융은 약탈적인가]④가산금리 산정 불투명성이 불신 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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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등급이 동일한 차주에 대한 A은행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가산금리는 2017년 4월 1.3%에서 한 달 뒤 1.5%로 0.2%포인트(p) 올랐다. B은행은 2016년 5월 1.06%에서 한 달 뒤 1.41%로 0.35%p 올랐다. 반면 C은행은 지난해 10월 1.52%이던 가산금리가 11월 1.12%로 0.4%p 내렸다.

최근 금융당국이 공개한 주담대 가산금리는 대출 종류나 시기에 큰 차이가 없음에도 은행마다 차이가 컸다. 은행은 대출금리를 통보할 뿐 구체적으로 어떻게 산정되는지 정보는 제공하지 않는다. 차주는 은행이 제시하는대로 이자를 낼 수밖에 없다. 은행들이 이를 악용해 '이자놀이'를 한다는 비판을 받은 이유다. 그렇다면 대출금리는 어떻게 결정될까.

은행의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와 가산금리를 더해 결정된다. 기준금리는 은행이 자금을 조달하는 비용, 쉽게 말하면 '원가' 개념으로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와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금융채 금리 등이 활용된다.

코픽스는 은행연합회가 신한·국민·KEB하나·우리·NH농협·기업·SC제일·씨티 등 8개 은행의 자금조달 정보를 기초로 산출해 매달 15일 공시한다. CD금리는 금융투자협회가 10개 증권사에서 보고받은 값 중 가장 높은 것과 낮은 것을 제외한 8개사 평균을 산출해 하루 두 번 고시한다. 금융채 금리는 금융회사가 발행하는 무담보 채권의 유통금리로 신용평가기관이 신용등급과 만기별로 발표한다. 따라서 기준금리 산정은 개별 은행이 개입할 수 없다.

자금조달 외에 은행을 운영하는데 필요한 인건비, 전산처리비 등은 가산금리로 책정된다. 세금 등 각종 법적 비용, 돈을 떼일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한 위험비용, 목표이익률 등도 가산금리에 포함된다. 가산금리는 고객의 은행 거래실적이나 본점, 영업점장 전결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처럼 가산금리는 은행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데 구체적인 산정방식은 공개하지 않는다.

소비자가 정해져 있는 일반 상품과 달리 대출금리는 차주의 소득과 신용등급 등에 따라 제각기 다르게 결정되는데 산정방식마저 고객이 알 수 없으니 불합리하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2012년 대출금리체계 모범규준을 제정해 목표이익률 등 가산금리 조정시 내부 심사를 강화하도록 했다.

하지만 금리인상기를 맞으며 대출금리가 올라가자 가산금리를 둘러싼 논란은 재점화됐다. 예컨대 최근 금융당국 조사 결과 한 은행은 목표이익률을 주담대, 일반신용대출, 신용한도대출 등 대출 종류와 무관하게 동일하게 책정한 반면 다른 은행은 같은 종류의 대출에 대해서도 목표이익률을 각각 다르게 책정하고 있었다. 위험비용에 대해서도 은행에 따라 부과 기준이 달랐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금리체계 모범규준과 각 은행의 산정방식이 모두 공개되지 않고 있는데 차주들이 납득할만한 수준의 설명이나 일부 공개는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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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정 기자


연체금리·중도해지이율..'패널티 금리' 손본다

[금융은 약탈적인가]⑤성실상환 등 유도하는 '패널티' 제도가 이자놀이 수단으로
머니투데이



금융당국이 금융권의 대출 연체금리와 예·적금 중도해지이율을 연이어 손보고 있다. 차주의 성실상환, 금융소비자의 계약이행 등을 유도하기 위한 '패널티' 제도가 실상은 이익을 챙기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과한 가산금리로 이자놀이?..연체금리 '약정금리+최대 3%포인트' 인하= 오는 30일부터 전 금융권 연체이자율 상한은 '약정금리+3%포인트 이내'로 인하된다. 은행은 약정금리에 기존 6~9%포인트를 더해 최고 15%까지 연체이자를 적용했던 것 대신 앞으로 최대 3%포인트만을 더해 연체금리를 운영해야 한다. 은행연합회는 연체가산금리 인하조치가 시행되면 연간 2000억원의 연체이자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뒤집어 보면 이러한 조치에는 그동안 금융권이 연체이자를 더 받아 챙겼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연체이자 부과가 차주의 성실상환을 유도하고 자본충당 비용, 연체채무 관리 비용 등을 메우기 위한 것이라며 실제론 비용 이상을 소비자에게 부과하며 이익을 취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국내 은행의 연체금리는 미국(약정이자율+3~6%포인트), 영국(약정이자율+0~2%포인트) 등 해외 사례와 비교해도 높다. 김영일 KDI(한국개발연구원) 금융경제연구부 연구위원은 이와 관련, "현행 은행권 연체가산금리 수준은 6~9%포인트로 획일적이며, 비용요인을 크게 상회한다"며 "손실비용 등은 약정금리에 이미 반영됐다고 볼 수 있는데 성실상환을 유도한다는 명목으로 추가 부과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규제 산업인 은행권 특성상 독과점 구조로 경쟁이 제한돼 높은 연체금리가 형성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역시 그동안의 연체가산금리가 과했다며 '성실상환' 유도 측면에서도 연체금리의 효과가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연체금리가 인하된다고 차주가 일부러 연체하는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는 없을 것이라는 의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차주가 대출 연체를 하지 않으려는 것은 연체금리가 높아서라기보다 연체시 신용정보가 금융권에 공유돼 카드사용 중지 등의 강력한 패널티를 받는 게 두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납입기간 길어도 약정이율 절반밖에 안되는 '중도해지이율' 손본다= 대출상품의 패널티 금리가 연체이자라면 예금에선 중도해지이율이 패널티 성격의 이자다. 금융당국은 약정이율의 평균 30%에 불과한 중도해지이율 산정방식도 고치기로 했다. 금융감독원은 조만간 은행들과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예·적금 상품의 중도해지이율 적정성을 점검하고 적정 수준으로 인상을 유도할 방침이다.

금융당국이 중도해지이율 산정방식을 들여다보기로 한 이유는 은행이 중도해지로 입을 수 있는 손실을 감안해도 지나치게 현행 중도해지이율이 낮기 때문이다.

가령 2% 이율의 예금을 받아 4% 금리 대출을 해준 은행이 중도해지로 인해 2%보다 높은 3% 이율 예금으로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면 당초 계약보다 손해를 보게 돼 약정금리보다 낮은 중도해지이율을 적용하는게 타당할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새 예금 이율이 기존보다 낮다면 이득을 보게 된다. 그럼에도 은행은 이러한 여러 조건에 대한 명확한 설명없이 낮은 중도해지이율을 소비자에게 부과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미국, 호주 등 해외 사례를 보면 기간별로 중도해지이율 약정금리의 최대 80%까지 인정하지만 한국 은행은 기간이 길어도 최대 절반(50%)까지만 적용한다"며 "중도해지이율에 대한 타당성을 납득 가능하게 설명할 수 없다면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중도해지이율을 높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상빈 기자


'제로금리' 선진국보다 韓 예대마진 낮아

[금융은 약탈적인가⑥ 한국 1.81% 독일 6.9%…"은행간 과당 경쟁, '이자장사' 비판여론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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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금리 시대에도 한국의 기준금리는 연 1.5%로 주요 금융 선진국에 비해선 높은 편이다. 하지만 은행의 핵심 수익원인 예대마진은 오히려 한국이 크게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간 과당 경쟁과 '이자장사'에 대한 여론의 불편한 시선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12일 IMF(국제통화기금)이 발간하는 IFS(International Financial Statistics)에 따르면 지난 2016년 국내 예금금리는 연 1.56%, 대출금리는 연 3.37%로 예대마진은 연 1.81% 수준이었다.

IFS 보고서가 조사한 2012~2016년 5년간 한국의 예대마진은 1.7~1.8% 수준 으로 큰 변화가 없었다. 반면 같은 기간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2.75%에서 1.25%로 급락했다. 기준금리 변화에도 예대마진이 비슷했던 것은 국내 은행들이 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를 비슷하게 조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반면 주요 금융 선진국들의 예대마진은 한국에 비해 월등했다. 2016년 기준 미국은 3.51%, 독일은 6.9%, 프랑스는 2.99%였다. 이 기간 동안 ECB 기준금리는 줄곧 하향곡선을 그리다 2016년 3월 사상 첫 0% 기준금리를 선언했고, 미국의 기준금리는 0%대에 머무르던 시기였다.

이처럼 국내 은행권이 예대마진을 높이지 못하는 첫 번째 이유로는 과당경쟁이 꼽힌다. 한국이 장기 저성장 국면에 진입한 지 오래인데 은행들은 여전히 대출자산 확대를 통한 '몸집 불리기'의 유혹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결국 대출 고객을 확보하려면 금리를 낮출 수밖에 없다. 은행들이 저마다 경쟁적으로 금리 인하에 나서면서 예대마진 역시 선진국 대비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아울러 국내 은행의 최고경영자(CEO)들 상당수가 3년 안팎으로 '단명'하는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재임 기간 좋은 실적이 뒷받침돼야 연임을 꿈꿀 수 있기 때문에 가장 손쉬운 대출 확대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는 지적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은행업의 미래를 내다보고 중장기적 발전을 위해 경영하기 보다는 단기실적에 얽매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손쉬운 이자놀이'에 대한 여론의 따가운 시선, 이를 고려한 정치권과 금융당국의 압박도 작은 예대마진의 또 다른 원인이다. 수년간 가계부채가 폭증하고 있는 가운데 부실화를 우려한 금융당국이 사실상 대출금리 인상을 억누르고 있기 대문이다.

이병윤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 감독당국의 경우 예대마진이 너무 작을 경우 은행의 건전성 측면에 문제가될 수 있다며 오히려 경쟁적인 대출금리 인하를 문제삼기도 한다"며 "국내 은행들은 치열한 경쟁과 당국 지도, 비판적인 여론 등 예대마진 확대를 억제하는 요인이 다양하다"고 지적했다.

변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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