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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8 (월)

[MT리포트]저축은행, 상환능력 안보고 무조건 고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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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주명호 기자] [편집자주]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은 취임 일성으로 ‘약탈적 대출’을 비판하고 2금융권의 고금리 개선방안을 지시했다. ‘약탈적 대출 규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하다. 국내 금융권이 정부 인식 대로 약탈적인지 살펴봤다.

[금융은 약탈적인가]<2>신용등급 구분없이 24% 금리 적용…금감원 "대부업식 대출 관행 '문제'"

머니투데이

지난 2일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취임사에서 언급한 '약탈적 대출'의 장본인은 일주일만에 드러났다. 김 원장은 지난 9일 금감원 부원장 회의에서 "저축은행 고금리 대출 관행을 해소하도록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했다. 금감원은 올 2분기 중으로 저축은행의 대출금리 산정체계에 대한 본격 점검에 나선다. 점검 결과를 검토해 올 하반기에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김 원장이 단순히 대출금리 수준이 타 업권에 비해 높다는 이유만으로 저축은행을 지목한 것은 아니다. 금감원은 상환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법정 최고수준의 금리를 매기는 이른바 '대부업식 대출'을 '약탈적'이라고 봤다. 상환능력이 부족해 부실 우려가 높은 8~10등급 저신용자에게 고금리를 책정할 수는 있지만 이보다 상환능력이 좋은 4~5등급 신용자들에게도 저신용자와 비슷한 연 24% 또는 이에 근접한 금리를 부과하는 행위는 잘못이라는 입장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2월말 기준 저축은행의 가계신용대출 차주 중 81.1%가 연 20%를 웃도는 금리를 부담하고 있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신용등급이 낮은 차주에게 그에 상응하는 금리를 매기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신용등급을 무시한 채 일괄적으로 고금리를 적용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급전이 필요한 고객의 특성을 악용해 금리 장사를 하고 있는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금감원은 김 원장 취임 이전부터 저축은행 대출금리 체계에 대한 문제의식을 지녀왔다. 지난해 금감원의 저축은행검사국은 14개 대형 저축은행들과 대출금리 산정체계에 관한 업무협약(MOU)을 맺고 그간 기준이 모호했던 대출원가 구조를 개선하도록 했다. 지난달 6일 열린 중소서민금융부문 업무설명회 자리에서도 저축은행 사장들에게 "고금리 위주의 대출이 너무 과도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지난해 저축은행들이 거둔 영업실적도 고금리 대출 관행이 비판 받는데 한몫했다. 79개 저축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조674억원으로 2016년 8605억원에서 24% 증가했다. 순이익이 1조원을 넘어선 것은 사상 처음이다. 이자이익이 3조7463억원으로 전년보다 6196억원(19.8%) 늘어난게 영향을 미쳤다. 이 때문에 저축은행들이 대부업체처럼 고금리 장사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저축은행의 예대금리차는 8.34%로 은행의 1.88%보다 4.4배가량 높다.

저축은행업계는 예대금리차만 단순 비교해 금리 장사라고 오명을 붙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반발한다. 저축은행 주이용계층의 상환능력에 따른 신용원가와 대출영업에 드는 업무원가 등 다양한 비용을 제대로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저축은행 한 관계자는 "자금조달 외의 비용은 파악하지 않고 단순히 예금금리만 놓고 과도한 고금리 대출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제반 비용 등을 고려하면 실제 예대마진은 3~4%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모든 저축은행이 고금리 대출에 주력한다는 인식이 퍼지는데 대한 우려도 있다. 실제 A저축은행의 경우 최고금리인 연 24%가 적용되는 신용대출 차주는 전체의 2% 수준에 불과했다. A저축은행 관계자는 "평균 대출금리가 연 18.7% 수준이며 신규대출의 경우 연 24% 대출은 아예 없다"며 "저축은행업계 전체에 '약탈적'이란 딱지를 붙이는 것은 과도하다"고 말했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고금리 위주의 대출을 하지 않는 저축은행이 있다는 점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 "다만 대부업체 방식의 대출영업을 하는 일부 저축은행들의 관행은 지속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김 원장은 오는 16일 대형 저축은행 사장들과 만나 고금리 위주 대출 관행을 자제해달라는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다.

주명호 기자 serene8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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