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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8 (월)

난감한 선관위 "靑질의서 봐야… 어떤 말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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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알고도 셀프기부' 관련엔 "당시 김기식에 답변한 건 맞다"

청와대가 12일 '정치후원금 셀프 기부' '외유성 출장' 등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에게 제기된 의혹들의 적법성을 중앙선관위에 묻겠다고 밝히면서 선관위가 고민에 빠졌다. 당장 야당에선 "청와대가 '사퇴는 없다'는 노골적인 가이드라인을 줬는데 선관위가 소신 있게 판단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선관위 관계자는 이날 본지 통화에서 "청와대가 보낸 공식 질의서 내용을 면밀히 본 후에 그에 따른 대응을 검토할 것"이라며 "지금으로선 어떤 말도 하기 어렵다"고 했다. 공식 질의서에 쓰인 표현에 따라 법 해석이 달라질 수 있고 또 선관위 소관 사항이 맞는지도 불분명한 만큼 미리 유권해석을 내리는 건 적절치 않다는 취지였다.

김기식 원장은 19대 국회의원 임기 막판인 2016년 민주당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에 5000만원을 기부했다. 이날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5000만원 기부'와 관련해 "당시 김 원장이 '불법'이라는 선관위 답변을 사전에 받고도 실행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 문제는 이날 청와대가 선관위에게 묻겠다는 내용에도 포함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선관위는 "2016년 당시 선관위가 김 원장에게 그런 답변을 한 건 맞는다"며 "위법 여부는 질의서가 오면 다시 검토해 볼 것"이라고 밝혔다. 선관위는 김 원장이 기부한 돈이 '종전 범위'를 벗어난 것인지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김 원장은 '더좋은미래' 초기 가입비로 1000만원을 납부하고 월회비로 20만원을 내고 있었다. 어찌 됐든 선관위로서는 청와대와 야당 사이에 낀 처지가 됐다. 청와대 손을 들어줬다가는 "2016년 판단과 왜 다르냐"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정치권에선 청와대까지 당사자가 된 '김기식 공방'이 선관위로 불똥이 튀는 모습 자체가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야당 관계자는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선관위를 청와대가 공개적으로 압박하는 꼴"이라며 "검찰이 이미 수사에 착수했는데 여기에 대해 선관위가 입장을 내는 것도 이상한 상황이다"라고 했다.

[윤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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