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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또 하나의 상자'..삼성바이오 분식 의혹 규명 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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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 1년여간 끌어온 금융당국의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규명 작업이 이르면 다음달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의 논란에도 연루돼 있기 때문에 결과에 따라 또 하나의 큰 파장이 예상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감리가 1년 넘게 진행되고 있는데, 해당 기업이나 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서 최대한 빨리 마무리 지으려하고 있다"면서 "이르면 다음달, 늦어도 6월까지는 결론을 내리려 한다"고 12일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은 참여연대가 2016년 말부터 적극적으로 제기했으며, 지난해 3월 말 금융감독원이 특별감리에 착수했다. 특별감리는 분식이나 부실 감사 의혹이 있거나 법정관리 신청 회사 등을 대상으로 한다. 구조조정이 진행된 대우조선해양도 금감원의 회계감리를 받은 바 있다.

일각에서는 금감원의 삼성바이오로직스 감리 결과가 이달 중 나올 것이란 관측도 제기했다. 하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게 금감원의 입장이다. 참여연대에서 사무처장과 정책위원장 등으로 일했던 김기식 금감원장이 취임하면서 금감원이 더욱 철저하고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감리의 초점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과거에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꾼 조치의 적절성 여부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2012년에 미국 바이오젠과 합작 투자해 세운 회사다. 이후 수 차례 유상증자 과정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주로 참여해 지금은 지분율이 95%가량에 이른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에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계사로 바꿨고 관련 규정에 따라 시장가격으로 가치를 평가했다. 이 때문에 수년간의 당기순이익 적자에서 벗어나 1조9000억원의 흑자로 돌아설 수 있었다. 관계회사로 바꾼 데에는 바이오젠과 맺은 '콜옵션' 계약이 있었다. '50%-1주'의 지분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설립 초기에 성과를 내지 못할 때에는 콜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낮았는데, 신약이 해외에서 승인을 받는 등 성과를 내기 시작한 시점부터는 행사 가능성이 높아졌으므로 종속회사가 아닌 관계사로 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6년 상장 과정에서 복수의 회계법인과 증권사, 법무법인 등을 통해 적법성을 인정받았으므로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미 존재했던 콜옵션 조건을 상장 전에 내세워 자회사 가치를 높인 것에 대해 부적절하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제일모직의 자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 가치를 고평가했다는 지적이 있었으며, 이 같은 회계 변경이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삼성 측은 합병 비율을 산정한 이후에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계사로 변경했기 때문에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참여연대 등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고평가한 이후에 그 근거를 마련한 일환으로 보고 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콜옵션 계약 내용을 공시하지도 않다가 2015년에 갑자기 밝히고 이를 근거로 관계사로 바꾼 것은 부적절하다"면서 "콜옵션을 바이오젠이 행사한다고 하더라도 과반의 지분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갖게 된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만기는 올해까지로 알려졌다. 만약 행사하지 않는다면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다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종속기업이 될 수 있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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