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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if] 인류의 脫아프리카 시기 앞당기는 화석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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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과 독일 과학자들이 사우디아라비아 사막에서 인류 조상의 이주 경로를 가리키는 손가락뼈를 발견했다. 지금까지 현생 인류의 직계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는 6만년 전부터 아프리카를 떠나 유라시아 대륙으로 이주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이번 발굴로 인류의 이주 시기가 2만5000년 이상 더 오래된 일로 밝혀짐에 따라 인류가 여러 번에 걸쳐 아프리카를 떠났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 휴 그로컷 교수와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미카엘 페트라글리아 박사 공동 연구진은 10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생태학과 진화'에 발표한 논문에서 "사우디아라비아 네푸드사막의 알 우스타 지역에서 8만5000년 전 호모 사피엔스의 손가락뼈들을 발굴했다"고 밝혔다.

조선비즈

사우디아라비아 알 우스타에서 발굴된 8만5000년 전 호모 사피엔스의 손가락뼈. /네이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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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뼈는 길이가 3.2㎝ 정도로 둘째 마디에 해당됐다. 연구진은 손가락뼈의 입체 사진을 다른 인류 조상이나 영장류의 뼈 200점과 비교해 호모 사피엔스에서 나왔음을 확인했다. 3만년 전 멸종한 네안데르탈인은 손가락뼈가 훨씬 짧고 뭉툭했다. 연대는 우라늄 측정법으로 알아냈다. 우라늄은 시간이 지나면서 일정한 속도로 방사선을 방출하고 토륨으로 변한다. 따라서 우라늄과 토륨의 비율을 알면 연대를 알 수 있다.

호모 사피엔스는 30만년 전 아프리카 동부에서 출현했다. 과학자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일정한 비율로 나타나는 DNA 돌연변이를 거꾸로 추적해 현생 인류의 직계 조상이 6만년 전 유라시아로 이주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최근 중국과 호주에서 각각 8만년, 6만5000년 전의 호모 사피엔스 화석이 잇따라 나오면서 이주가 더 빨리 그리고 여러 차례 이뤄졌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번 화석이 바로 그 증거인 셈이다.

연구진은 손가락뼈 발굴지에서 석기(石器) 380여점도 발굴했다. 그로컷 교수는 "호모 사피엔스의 이주는 기술 발전이 촉발했다고 생각했지만 이번에 발굴된 석기는 오래된 초기 형태여서 그보다 기후변화가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동물뼈 860여점도 발굴했다. 하마·들소 등 물을 많이 필요로 하는 동물들이 포함된 것으로 보아 당시에는 사람이 살기에 적합한 호수 지역이었던 것으로 추정됐다.

미국 털사대의 도널드 헨리 교수는 논평 논문에서 "알 우스타 화석은 아프리카 호모 사피엔스의 타지역으로의 전파가 여러 차례에 걸쳐 사실상 지속적으로 이뤄졌음을 입증한다"며 "당시 수심이 낮은 홍해 남단을 통해 바로 사우디아라비아로 건너와 나중에 페르시아만을 거쳐 이란 등으로 퍼져 나갔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yw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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