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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정리뉴스]김기식 원장을 둘러싼 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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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거취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청와대가 직접 나서 ‘사퇴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지만, ‘피감기관 지원받은 해외 출장’에서 시작된 논란은 김 원장이 참여한 더불어민주당 내 의원 연구모임인 ‘더좋은미래’에까지 옮겨붙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등 일부 야당 인사들은 김 원장과 해외 출장에 동행한 직원이 ‘여성’이라는 점을 의도적으로 부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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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감기관 돈 받아 해외출장

김 원장을 둘러싼 논란의 시작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이던 19대 국회의원 시절 피감기관의 돈을 받고 해외시찰을 다녀왔다는 것이다. ‘로비성 출장’ 의혹이 제기된 출장은 총 3건이다.

김 원장은 2014년 3월 한국거래소의 우즈베키스탄 증권거래 시스템 구축을 위한 부속계약서 체결 행사에 보좌진 1명을 동행하고 2박3일간 다녀왔다. 두 사람의 항공비 210여만원, 숙박비와 식비 모두 한국거래소가 부담했다. 또 2015년 5월19일부터 21일까지 우리은행의 지원을 받아 출장을 다녀왔다. 우리은행 충칭지점 개점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간 출장이었다.

같은해 5월25일부터 9박10일간은 비서 1명과 함께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지원을 받아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국제관계대학원 산하 한미연구소(USKI)와 한미경제연구소(KEI) 현장 시찰을 다녀왔다. 미국 워싱턴D.C, 벨기에 브뤼셀, 이탈리아 로마, 스위스 제네바 등 미국·유럽 출장이었다. 김 원장과 동행한 비서의 비용은 모두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부담했다. 자유한국당에서는 해당 비용이 3000여만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여기까지는 ‘팩트’다. 피감기관의 지원을 받아 해외 출장을 다녀온 것이 부적절하다는 데는 여야 모두 이견이 없다. 다만 ‘사퇴할 정도로 부적절한가’에서 양 측의 의견이 갈린다.

■ “뇌물수수” vs “적법”

야당은 피감기관 돈으로 외유성 해외 출장을 다녀온 것은 직무관련성이 있는 기관에서 뇌물을 받은 것이나 다름 없으니 위법성이 있고, 마땅히 사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김 원장을 뇌물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청와대와 여당은 김 원장이 ‘국민 눈높이에서’ 잘못하긴 했지만, 위법한 것이 아니었으니 사퇴할 것 까지는 없다는 입장이다. 피감기관 돈을 받아 출장을 다녀온 것은 사실이지만 출장 뒤에도 해당 기관들에 ‘특혜’를 주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한국거래소 출장의 경우 거래소의 지주사 전환 이슈는 출장 뒤 1년여 뒤 공론화됐고, 해당 법안에도 반대했다고 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추진한 유럽사무소 신설 건도 현장점검 이후 예산 전액을 삭감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조국 민정수석이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지시에 따라 김 원장을 둘러싼 의혹을 재검증했지만, ‘모두 공적인 목적의 출장’이라서 적법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민주당 김현 대변인은 “국회에서 관행처럼 이뤄진 일들을 시스템을 새로 바꿔 나갈 것인가 하는 생산적 방향으로 논의하면 될 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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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행이냐, 아니냐

피감기관 돈으로 해외 출장을 가는 것이 ‘관행’이었는지도 쟁점이다. 김 원장은 10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피감기관 지원을 받아가는 출장이 “19대 국회까지는 관행적으로 이뤄졌던 부분”이라고 말했다.

야당은 관행이 아니었다고 주장한다. 여당 내에서도 ‘관행’으로 볼 수 있다는 입장과 그렇지 않다는 입장이 갈린다. 한 여당 의원은 “누가 김기식에게 돌을 던질 수 있겠느냐. 20대 국회는 안 그렇지만, 19개 국회까지는 관행적으로 그렇게 해외출장을 갔다”고 말했다. 반면 여당 다른 의원은 “그런 관행이 어디 있느냐”며 “국회의원 전체를 싸잡아 욕 먹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상임위에 따라 상황이 달랐을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한 여당 의원은 “상임위 피감기관이 어떤 곳이었느냐에 따라 ‘관행’이 달랐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 관련 기관이 대부분인 정무위의 경우 소위 ‘돈 많은’ 피감기관이 많아 그럴 기회가 다른 상임위보다 많았을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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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좋은미래’ ‘더미래연구소’로 옮겨간 논란

김 원장의 외유성 해외출장을 둘러싼 논란은 민주당 내 의원모임인 ‘더좋은미래’와 더좋은미래의 싱크탱크인 ‘더미래연구소’로 옮겨붙었다. 더미래연구소는 더좋은미래 소속 국회의원 21명(현재 27명)이 1000만원씩 돈을 내 설립한 싱크탱크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11일 “김 전 의원은 정무위 간사직위를 악용해 ‘더미래연구소’를 통해 상임위 유관기관들로부터 매년 국정감사 직전 한꺼번에 1억8000여만원 상당의 수강료 수입을 챙기고, 19대 국회 임기를 열흘 남겨둔 때 정치후원금 잔액 중 5000만원을 ‘더좋은미래’에 셀프 후원했다”고 주장했다.

김 원내대표는 전날에는 2015년 운영된 더미래연구소의 미래리더아카데미의 1기 수강료가 350만원, 2기 수강료가 600만원이었던 점을 지적하며 “미래리더아카데미 수강접수기간은 공교롭게도 국정감사가 시작되기 직전인 8월과 9월에 걸쳐 있었고, 특히 수강자의 절대다수가 은행과 보험 등 금융권 종사자들로 대부분 채워졌다는 점이 석연치 않다”고 말했다.

이에 민주당 더좋은미래 소속 의원들은 11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미래연구소에 대한 악의적 흠집내기를 중단하라”는 성명서를 냈다.

더좋은미래 간사인 유은혜 의원은 “김성태 원내대표가 더미래연구소 관련해 이야기한 내용은 사실에 근거하지 않았고, 왜곡한 부분이 있기에 명예훼손과 기관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가 법적 대응이 가능한지 검토해보겠다”며 “위반 사항이 있다면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말했다. 홍익표 의원은 “(수강료를 두고) 고액강좌를 이야기하는데, 수강료는 수강생들의 해외 연수비용을 포함한 것이고, 의원들은 따라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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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당의 ‘여성 비서와 동행’ 프레임…야당 내에서도 “야비한 공격”

한국당은 김 원장과 9박10일 미국·유럽 출장을 동행한 비서가 ‘여성’이라는 점, 또 해당 비서가 출장 뒤 승진을 했다는 점을 부각했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 9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김 원장을) 수행한 여비서는 9급 정책비서가 아니라 인턴신분이었다”며 “공교로운 일인지, 이 여비서 인턴은 황제외유 수행 후 2015년 6월18일 9급 비서로 국회사무처에 등록됐고, 6개월만인 2016년 2월10일 7급 비서로 6개월만에 승진됐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바른미래당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도 이튿날 같은 맥락으로 비판했다. 그는 “피감기관의 돈으로 여성 인턴을 대동해 해외여행을 하고, 해당 인턴은 1년도 안돼 9급 정식 비서로 기용된 뒤 7급으로 승진됐단 이야기는 취업을 못한 가슴이 멍든 대한민국 청년들을 울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놓고 ‘여성 비서가 남성 의원과 해외출장을 갔다온 뒤 고속 승진했다’는 프레임을 짜 마치 둘 사이에 ‘부적절한 관계’가 있었던 것처럼 연상시키려고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는 “여비서와의 해외출장이라는 프레임으로 몰고 가는 것은 ‘미투’와 연관시켜 선입관을 갖게 하려는 음모”라며 “인턴 출신이 능력과 실력을 인정받아 9급도 되고, 8급도 되고, 7급도 되고 승진하면 비서관과 보좌관이 되는 것은 보좌진과 신뢰에 기반한 동지적 관계를 중시하는 민주당 안에서는 당연시 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백혜련 대변인도 논평에서 “여직원은 출장에 동행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인지, 여성은 능력이 있어도 진급시켜서는 안 된다는 말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야당인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도 “야당에서 공격하더라도 야비하게 하지 말자”며 “인턴이 여자라는걸 계속 부각시켜 부적절한 관계가 있는 것처럼 상상하게끔 하는 것은 하면 안 된다. 여성에 대한 모독”이라고 했다. 정의당 추혜선 수석대변인은 “국회 여성 보좌진과 인턴 모두를 무시하는 정치적 공세에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김한솔 기자 hans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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