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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5 (수)

김기식, 부대의견 '꼼수'로 KIEP 예산 3억 받는데 일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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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시절 피감기관 돈으로 외유성 출장을 다녀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출장 이후 해당 피감기관의 예산을 3억원가량 증액하는 데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김 원장 측이 논란 직후인 지난 8일 “현장 점검 이후에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가 추진했던 유럽 사무소 신설에 대해 준비 부족이라 판단해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고 해명한 것과는 배치되는 내용이다.

9일 국회 회의록에 따르면, 김 원장은 지난 2015년 10월 26일 국회 정무위원회 예산결산심사소위원회 회의에서 “저는 작년 예산심사 때부터, 결산 때도 그랬지만 유럽사무소를 만들어야 됩니다, 연구기관 차원에서”라며 “왜냐하면 EU가 너무 중요해지고 있고 (중략) EU와 관련해서 뭔가 우리가 여러가지 노력을 해야 되는데 그 중에서도 국책연구기관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이 회의가 열리기 전인 같은 해 5월 25일부터 6월 3일까지 9박 10일 일정으로 KIEP가 출장 관련 비용(3077만원)을 전액 부담한 미국·유럽 출장을 다녀왔다. 이 출장이 ‘외유성 로비’ 성격이 있다고 논란이 되자 김 원장은 8일 금감원 공보실을 통해 “장점검 이후 KIEP가 추진했던 유럽사무소 신설에 대해 준비 부족이라고 판단해 유럽사무소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해당 기관과 관련된 공적인 업무를 처리함에 있어 어떠한 영향도 받지 않고 소신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했다. 관련 기관에 대해 오해를 살 만한 혜택을 준 사실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청와대 측도 “김 원장이 유럽을 방문한 것은 유럽지부를 설립하려는 KIEP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으나, 실제 출장을 다녀온 뒤에는 유럽지부 설립이 필요 없다고 판단해 비토권(거부권)을 행사했다”고 했다.

그러나 당시에 김 원장은 정무위에서 “KIEP를 주관으로 하는 유럽사무소 설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다. 회의록에 따르면 김 원장은 당시 “유럽사무소를 KIEP 단독으로 만들어주는 형태로 가는 것에 대해서는 아마 제 예상컨대는 어려운 점이 있을 것”이라며 “이 점에 대해서는 저희 위원회 부대의견으로 KIEP를 주관으로 하는 유럽사무소 설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을 저희 부대의견으로 해서 넘기는 것으로 하고, 내년에는 예산을 반영하고 그 운영계획에 대해서 종합적으로 좀 검토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2015년 국회 심의 과정에는 예산을 반영하지 않되, 이듬해 예산에 반영되도록 부대의견을 달자는 얘기였다. 실제 정무위는 2016년 예산안 예비심사보고서에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유럽사무소 설립 계획을 구체적으로 수립해 2017년도 예산안 편성 시 반영할 것’이라는 부대의견을 달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로 넘겼고, 2016년 10월 ‘유럽 현지 모니터링 사업’이란 명목으로 2억9300만원가량 예산이 반영됐다. 현정택 KIEP 원장은 당시 국회에 출석해 “애초에는 5억원을 기재부에 신청했는데, 바로 현지 사무소를 설립하지 말고 일단 모니터링하자는 의견이 있어서 (예산을) 3억원으로 제출했다”고 발언했다.

김 원장은 김 원장과 청와대의 해명대로 2015년 KIEP 출장을 다녀온 당시에는 이 기관의 유럽사무소 설립 예산에 별다른 관여를 하지 않았지만, ‘부대의견’을 통해 이듬해에는 KIEP가 유럽사무소 설립 관련 모니터링을 할 수 있도록 2억9300만원의 예산을 반영하는 데 일조한 것이다.

야당은 잇따른 김 원장 논란에 대해 “금감원장직을 사퇴하고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날 당 회의에서 “김 원장이 ‘갑질 외유’에 대해 소신과 원칙에 따라 관련기관에 오해를 살 만한 혜택을 주지 않았다는 말은 지나가던 소도 웃을 일”이라며 “김 원장은 비겁하게 뒤에 숨어서 기자들에게 변명 자료를 배포하지 말고 국민 앞에 직접 사죄하고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김 원장은 이날 해명 자료를 내고 이에 대해 “당시 민병두, 이재영, 김상민 위원이 (유럽사무소 설립 예산 반영에) 찬성의견을 표명했고, 박병석 의원은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예산소위 위원장으로서 KIEP의 사전준비 부족 등을 지적하면서도 여러 위원들이 찬성하는 등을 감안해 심사보고서에 ‘부대의견’으로 제시하자는 절충안을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옥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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