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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연합시론] 국회, 개헌협상 속도 내고 국민투표법도 개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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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3월 26일)에 따라 정치권이 국회 교섭단체 대표를 채널로 하는 본격적인 개헌협상에 착수한 지 열흘가량 흘렀지만, 협상은 여전히 교착상태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자유한국당 김성태, 바른미래당 김동철, '평화와 정의의 의원모임' 노회찬 원내대표는 4일 조찬회동을 하고, 개헌 문제와 4월 국회 일정 등을 협의했으나 입장차를 좁히지는 못했다. 회동에서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이 직접 여야 원내대표와 개헌협상에 나설 필요성을 제기했고,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가 불가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또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방송법 개정안 처리를 요구한 데 반해 민주당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법을 우선 처리하자고 맞서 4월 임시국회 정상화 논의도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민주당 우 원내대표는 회동 후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국당이 전날 발표한 개헌안에 대해 "사실상 내각제로 대통령을 바지저고리, 허수아비로 만들고 총리가 나라를 좌지우지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한국당 김 원내대표는 "정부·여당이 관제 개헌안을 밀어붙이다 개헌을 무산시킬 의도가 아니라면 청와대와 야당이 실질적인 개헌 테이블을 마련하는 방안에 대해 문 대통령이 직접 강구해 달라"고 말했다.

한국당은 전날 대통령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고 의원내각제적 요소를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 자체 개헌안을 발표했다. 한국당 개헌안은 대통령이 외교·안보·국방 등 외치(外治)를 담당하고, 국회가 선출하는 총리가 내치(內治)를 맡는 '분권 대통령, 책임총리제'를 권력구조로 제시했다. 대신 대통령에게는 국회를 해산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분권 대통령·책임총리제는 무엇보다 제왕적 대통령을 넘어 정치적 책임성을 통해 민주주의의 실질적 내용을 완성해 가기 위한 제도적 방안"이라고 말했다. 한국당 개헌안은 권력구조 면에서 사실상 의원내각제에 가깝다. '대통령 4년 연임제와 총리제 현행 유지'를 골자로 하는 대통령 발의 개헌안과 뚜렷하게 대비된다. 한국당 개헌안은 또 검찰·경찰·국세청·국가정보원·공정거래위원회 등 5대 권력기관뿐 아니라 대법원·헌법재판소·감사원 등 헌법기관에 대한 대통령의 인사권을 축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권도 삭제했다. 한국당은 6·13 지방선거 때 개헌안 국민투표를 함께해야 한다는 문 대통령 및 여당에 맞서 '개헌안 6월 발의·9월 국민투표'를 주장했다.

개헌의 핵심 쟁점인 권력구조와 개헌안 국민투표 시기에 있어 여야의 입장차가 워낙 커서 국회 차원의 개헌안 마련이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한국당이 자체 개헌안을 발표함에 따라 여야 간 실질적인 개헌협상이 이뤄질 수 있는 틀이 마련된 것은 다행이다. 여야는 개헌 논의에 속도를 내기 바란다. 권력구조, 선거제도, 권력기관 등 개헌의 3대 쟁점과 개헌안 국민투표 시기에 대해 좀 더 실효성 있는 논의를 하기 바란다. 원대대표 채널과 함께 '투 트랙'으로 개헌협상을 진행 중인 국회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 특별위원회(헌정특위)가 이날 오전 간사회동을 하고, 오는 9일 각 교섭단체의 개헌안을 갖고 심의를 시작하기로 한 점은 평가할 만하다. 아울러 국회는 개헌협상과 별도로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은 국민투표법을 조속히 개정해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2014년 7월 국내 거소 신고가 안 된 재외국민의 투표권 행사를 제한하는 내용의 국민투표법 14조 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으나 아직 법 개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국민투표를 위한 투표인 명부조차 작성할 수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한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도 이날 '국민투표법 개정촉구에 관한 입장문'을 발표해 "이번 4월 임시국회에서 조속한 국민투표법 개정으로 국민의 권리를 회복시키고 개헌의 진정성과 의지를 보여달라"고 호소했다. 여야는 개헌협상에 좀 더 속도를 내고 '위헌 상태'인 국민투표법을 4월 임시국회에서 개정할 수 있도록 정치력을 발휘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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