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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if] 부모 새, 나이 들수록 건강한 새끼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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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연령이 점점 높아지면서 노산(老産)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나이가 많은 부모가 낳은 아기는 젊은 부모를 둔 아기보다 나중에 건강이 더 나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과연 그럴까.

과학자들이 수십 년간 부모와 아기를 관찰하는 대신 자연에서 바로 답을 찾았다. 새가 부모의 나이에 따라 건강상태가 달라지는지 확인한 것이다. 예상과 달리 새는 부모의 나이가 많을수록 더 건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의 프레데리크 앙겔리에 박사 연구진은 지난 21일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에 "검은눈썹앨버트로스〈위 사진〉는 부모가 젊을수록 텔로미어(telomere) 길이가 짧고 건강상태가 나빴다"고 발표했다.

텔로미어는 인간의 유전 정보를 담은 염색체의 끝부분을 보호하는 DNA 조각이다. 나이가 들수록 텔로미어는 짧아지고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기기 쉬워진다. 텔로미어가 짧다는 것은 나이가 들었거나 건강상태가 나쁘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인도양 케르겔렌 제도에서 생후 3개월 된 검은눈썹앨버트로스 새끼 51마리의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깃털에서 DNA를 추출해 텔로미어의 길이를 쟀다. 부모 새들은 나이가 7세에서 28세까지 다양했다. 평균 나이는 15.7세였다. 검은눈썹앨버트로스는 수명이 40년 정도 된다. 분석 결과 부모의 나이와 새끼의 텔로미어 길이는 비례 관계를 나타냈다.

조선비즈



나이 든 부모가 건강한 새끼를 둔 것은 양육의 숙련도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갓 번식을 시작한 부모보다 이미 여러 해 번식을 한 경험이 있는 나이 든 부모가 새끼를 더 잘 보살펴 건강상태가 좋아진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바로 1주일 전 영국 왕립학회보B에 실린 논문과 정반대이다. 스페인 비고대의 호세 노구에라 박사 연구진은 금화조〈아래 사진〉는 부모 나이가 많을수록 자손의 텔로미어가 더 짧았다고 발표했다.

앙겔리에 박사는 "연구결과가 정반대로 나온 이유는 연구 방법과 대상이 달랐기 때문"이라며 "겉으로는 모순되는 결론이지만 자세히 보면 상호보완 관계"라고 설명했다. 스페인 연구진은 부화 후 부모의 양육이 미치는 영향을 배제하기 위해 아직 알 속에 있는 태아의 텔로미어를 측정했다. 결국 두 연구를 종합하면 젊은 부모는 선천적인 유전자는 더 좋게 하지만 성장 과정에서는 오히려 나이 든 부모가 자손의 유전자와 건강에 더 이롭다는 말이 된다. 금화조는 수명이 5~8년으로 앨버트로스보다 훨씬 짧아 양육 효과보다는 유전 요인이 더 큰 작용을 한다고도 볼 수 있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yw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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