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협상 나선 여야, 첫 회동부터 주도권 신경전

본격적인 개헌논의를 위한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 참석한 김동철 바른미래당,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7일 국회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이은결 수습기자] 여야 3당 교섭단체가 27일 개헌안 협상을 시작했지만 첫 회동부터 협상 주도권을 놓고 미묘한 신경전을 이어갔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김동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4시 국회에서 첫 공식 개헌안 협상을 시작했다. 한시간 가량 진행된 이날 회동에서 3당 원내대표는 앞으로의 논의 방향에 대한 입장을 공유했다.

우 원내대표는 "대통령 개헌안이 발의됐다는 건 국회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방증"이라며 "소모적인 논쟁을 그만하고 후손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제대로 된 근간을 만드는데 20대 국회가 혼신의 힘 다하자"고 운을 뗐다. 하지만 김성태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이 넘어왔기 때문에 국회가 개헌에 박차를 가하는 게 아니고, 국회가 국민개헌을 마련하기 위한 속도를 좀 더 내겠다는 입장"이라고 날을 세웠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한 가지 더 강조하고 싶은 것은 개헌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1, 2당의 합의가 필요하다"며 "여당인 민주당은 막중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우 원내대표는 회동이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깊게 얘기하기 보단 논의를 어떻게 해나갈지 개략적으로 얘기를 나눴다"며 "다음 모임부턴 4가지 주요쟁점(권력구조 개편·선거제도 개편·권력기관 개혁·국민투표 시기)에 대해 각 당의 의견을 문서로 자세히 서술해 제출하고 심도있는 논의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다음 모임 일정과 논의내용은 앞으로 일체 비공개로 진행된다. 우 원내대표는 "성공적인 개헌 논의를 위해 중간에 (협상내용이) 바깥으로 나가는 것은 도움이 안 될거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개헌 협상 주도권을 둘러싼 여야 간 신경전은 첫 회동부터 연출됐다. 민주당 당론에 대한 질문에 우 원내대표가 "우리는 이미 대통령의 개헌안을 전면 수용하기로 당론을 정했다"며 "그 안을 가지고 (협상을) 할 것"이라고 말하자 김성태 원내대표는 "대통령안이 협상안이 될 수 있나"며 바로 맞받아쳤다. 김 원내대표는 이어 "웃음밖에 나오지 않는다"며 "대통령안은 수정을 못하는데 그럼에도 대통령안을 민주당 당론으로 가져가겠다면 다음 테이블에서 어떻게 올릴지 기대해보겠다"고 날을 세웠다.

모두발언 자리를 놓고도 신경전을 이어갔다. 가운데 자리에 앉은 우 원내대표가 먼저 모두발언을 마치자 김성태 원내대표가 가운데에 마이크가 모여있다며 우 원내대표에게 자리를 바꿀 것을 요구하면서다. 이에 우 원내대표가 자리 이동보단 마이크를 옮기자 김 원내대표는 "자리를 바꾸면 될 것 가지고"라며 신경전을 펼쳤다. 회동을 시작하며 포토타임에서 우 원내대표가 먼저 손이라도 잡자며 김 원내대표의 손을 끌어당기자 김 원내대표가 이를 뿌리치는 등 냉랭한 분위기가 지속됐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이은결 수습기자 le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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