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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NYT "트럼프 무역보복 강수에 시진핑 리더십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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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연간 600억 달러(약 65조원) 규모의 관세 부과 및 기술이전 제한을 골자로 하는 ‘중국의 경제 침략을 겨냥한 대통령 각서(Memorandum Targeting China’s Economic Aggression)’에 서명했다. 미 역사상 가장 강도 높은 대 중 무역 보복 패키지를 풀어 놓은 것이다. 2018.03.22


【서울=뉴시스】박상주 기자 = 미국과 중국 사람들은 지난 여러 해 동안 서로 늑대가 나타났다고 외쳐댔다. 그러나 정작 늑대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엔 정말 늑대가 나타났다. 이들은 무서운 늑대를 어떻게 대처할까.

뉴욕타임스(NYT)는 22일(현지시간) 중국통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세계무대의 새로운 리더십 자리를 노리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아메리카 퍼스트”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무역전쟁이 실제로 눈앞에 닥쳤다면서 이를 이솝우화의 ‘늑대와 소년’에 비유해 보도했다.

NYT는 미국이 중국을 심각한 “전략적 라이벌(strategic rival)”로 규정한 뒤 양국 간 기존의 경제 관계를 재구성하는 행보를 보이면서 시 주석 등 중국 지도부가 힘겨운 도전 과제를 안게 됐다고 전했다.

중국은 지난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과 함께 20년도 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이는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서방국가들이 제공하는 풍요로운 시장 덕분이었다. 중국은 서방국가들의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WTO 등 자유무역을 지향하는 글로벌 무역 규정들을 최대한으로 이용했다. 특히 세계 최대 경제대국인 미국은 중국의 경제성장에 풍부한 자양분을 공급해온 토양이었다.

그러나 “아메리카 퍼스트”를 주창하고 나선 트럼프 대통령이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펴기 시작하면서 광대한 미국시장의 문이 닫히려 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8일 수입산 철강 및 알루미늄에 각각 25%, 10% 관세를 부과하는 포고령에 서명을 한 데 이어, 22일 연간 600억 달러(약65조원) 규모의 대 중국 무역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중국의 경제 침략을 겨냥한 대통령 각서(Memorandum Targeting China’s Economic Aggression)’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 중국을 향해 무역전쟁 선전포고를 한 셈이었다.

중국 상무부는 23일 웹사이트에 게재한 성명을 통해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수입산 철강·알루미늄 관세부과 조치와 관련해 30억 달러 규모의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산 강관, 과일, 와인 등에는 15%의 관세를, 돼지고기에는 25%의 관세를 부과할 방침이라는 것이다.

지난 2015년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6.9%에 그쳤다. 7%대 경제성장률을 유지해온 ‘바오치(保七) 시대’가 25년 만에 막을 내린 것이다. 중국 경제는 이후 6%대 경제성장을 뜻하는 ‘바오류(保六) 시대’로 접어들었다. 중국은 또한 막대한 부채문제와 고령화 문제 등 풀어야 할 큰 과제로 안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폭탄은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서 터져 나온 것이었다. 중국 지도부를 평가하는 잣대 중 하나는 미국과의 관계를 얼마나 잘 유지하느냐 하는 문제다. NYT는 만일 ‘조타수’의 지위까지 오른 시 주석이 이번 미국과의 무역전쟁을 제대로 치러내지 못할 경우 그의 정치적 입지는 위축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렇다고 미국의 압력에 굴복해 중대한 양보를 하게 되면 유약한 지도자로 비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민족주의자들의 반발과 반미 감정의 촉발 등도 예상된다는 게 NYT의 전망이다.

뉴시스

【베이징=AP/뉴시스】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일 제13기 공산당 전국인민대표대회 폐막식에서 국가 제창을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다. 2018.3.20.


중국정부 외교자문이자 중국 인민대학 국제관계학원 교수인 스인훙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지도자들은 지난 여러 해 동안 중국의 무역 관행과 관련해 미국에서 일고 있는 비난을 성공적으로 잘 대처해 왔다. 그렇기 때문에 끓어오르고 있는 미중 간 갈등의 무게를 제대로 감지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미국인과 중국인들은 서로 지난 여러 해 동안 늑대가 나타났다고 외쳐왔다. 그러나 늑대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엔 정말 늑대가 나타났다. 그렇다면 어떻게 늑대를 다뤄야 하는가? 이 문제와 관련해서 아직은 이와 관련한 공감대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의 분석가들은 시 주석이 미-중 간 무역전쟁의 확대는 피하면서도 트럼프와 맞서는 결기를 보여주기를 원할 수 있다고 말한다. 중국의 경제성장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을 정도의 선에서 트럼프와의 대치 전선을 조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컨설팅기업인 유라시아그룹의 클리프 쿱찬 회장은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적인 레토릭(수사법)과 자신의 강한 민족주의자 이미지 사이의 좁은 라인을 걸으면서 훌륭한 일을 해 냈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그러면서 “그러나 이제까지 문제는 항상 시 주석과 그의 보좌진들이 정책입안자로서 얼마나 훌륭한가 하는 문제였다. 이제 그들은 시험대에 올랐다. 시 주석이 ‘조타수’로서 노를 잘 저을 수 있을까?”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그동안 북한의 핵 도발과 관련한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압박 정책에 적극적인 협조를 해 왔다. 중국기업들의 피해를 무릅쓴 일이었다. 그런 점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철강 및 알루미늄 고율 관세에 이어 또 다시 600억 달러 규모의 관세 폭탄을 중국에 안긴 것은 시 주석에게 매우 당혹스런 일이라고 NYT는 전했다.

시 주석은 중국이 미국이 그동안 세계무대에서 수십 년 동안 행사해온 지도적 파워를 대신할 수 있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혀왔다. 특히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등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및 고립주의 행보는 중국이 미국의 리더십 공백을 대체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을 열어 주는 것처럼 보였다.

NYT는 그러나 미-중간 무역전쟁이 중국 경제에 큰 타격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시 주석의 향후 어젠다와 중국의 정치 향방 역시 예측 불가능한 상황으로 흐르고 있다고 전했다.

sangjoo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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