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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文개헌안, 귀족노조만 과잉보호…특정 정파적 시각 경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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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개헌 토론회…법·경제 전문가 질타 쏟아져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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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가치 노동에 대한 동일수준의 임금' '노사 대등 결정의 원칙' '공무원에게 원칙적으로 노동 3권을 인정' 등이 실제로 법제화한다면 그 경제적 악영향은 막대할 것이다. 노동계급은 사회적 특권계급이 돼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게 될 것이다. 헌법에 보장된 노사대등의 공동결정을 요구하며 신속해야 할 경제적 의사결정이 불가능하게 될 것이다. 공무원은 헌법에 보장돼 있다면서 단체행동을 일삼을 것이다."(남성일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새로운 헌법의 경제조항들은 이 나라를 강고한 사회주의로 끌고 갈 것이다. 사회주의적 법률들이 새로운 헌법을 빌미로 우후죽순으로 생겨날 것이다. 사회주의화에 반대하며 시장경제를 외치는 목소리들은 점점 더 '국민적 합의'를 거역하는 불온자로 몰리게 될 것이다."(김정호 연세대 경제대학원 교수)

"노동 분야 개헌안의 주요 내용들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노동권을 과도하게 불공정하고 편향적으로 보호하는 반면 기업에 불공정한 부담을 주는 특징을 갖고 있는 것이 명백해 보인다. 세계적으로 노동규제를 완화해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를 도모하려는 선진국의 노동개혁 정책 추세에 역행하는 내용들이 대부분이다."(조영길 법무법인 아이앤에스 대표변호사)

23일 이언주·하태경(이상 바른미래당),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 '국회 경제민주화정책포럼 조화로운 사회'가 주최하고 매일경제신문이 후원한 '경제 및 노동 분야 개헌안의 쟁점과 대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대통령이 발의하겠다는 개헌안에 시장경제를 위협하는 조항들이 많이 포함됐다는 우려가 나왔다. 헌법은 국가기관의 조직·작용에 대한 기본적 원칙을 담은 것으로, 보편적으로 적용되어야 하는 권리인데 개헌안이 '노동권' 강화 쪽으로 기울어졌다는 지적이다.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는 이언주 의원, 정영화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남성일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정호 연세대 경제대학원 교수, 노원명 매일경제신문 논설위원, 최종석 한국경제신문 전문위원, 조영길 변호사 등이 참석했고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가 좌장을 맡았다.

우선 대통령 개헌안에 들어간 '동일가치노동 동일수준임금'에 대해서는 시대에 역행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인공지능(AI) 발달과 4차 산업혁명 시대 도래에 따라 일의 성격과 일자리 환경이 바뀌고 있다는 지적이다. 남성일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생산 사이클이 짧아지고 온라인 워크(online work)가 활발해지면서 더 이상 특정한 장소, 시간에 일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다양한 형태의 노동을 단순 평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남 교수는 "세계적으로 정규직이 줄어들고 있다. 이는 신자유주의 결과가 아니다"라면서 "단순반복업무는 기계가 하면서 기술적으로 정규직이 할 일이 별로 없어졌다"고 지적했다.

김희성 교수도 "(노동의 가치는) 평가자 관점에 따라 책정된 가치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토지공개념 제도에 대해서도 날 선 비판이 쏟아졌다.

김정호 연세대 교수는 "경제민주화와 토지공개념은 이미 헌법에 다 있다"며 "헌법에 강력하게 넣겠다는 것은 다음 단계로 중국식 토지제도를 시도할 것으로 본다. 우리나라가 중국과 같은 방식으로 가려면 국유화를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경제민주화에 대해서도 "우리나라는 기업에 대한 국가의 개입이 강하다. 다음 단계는 노사공동경영을 원할 것"이라며 "경제민주화도 궁극적 지향점은 노조가 국민연금 등을 통해 회사를 접수하는 것이고,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근로'라는 용어를 '노동'으로 대체한다는 개헌안 방향에도 문제점이 지적됐다. 김희성 교수는 "'노동'은 광범위하게 몸을 써서 일을 하는 것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고, '근로'는 사용자에 대해 종속적인 노동을 제공함을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며 "근로와 노동이라는 용어는 혼용해 써왔는데, (마르크스주의에 등장하는) 노동이라는 용어로 수정하는 것은 이념적 대립으로 빠뜨릴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하위 법률에 명시해야 할 사항들을 헌법에 넣는 '과잉 개헌'에 대한 문제점도 나왔다. 노원명 매일경제신문 논설위원은 "헌법 조문에 시시콜콜하고 정략적인 내용이 많다. 최근 문재인정부가 추진하는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인상 시행 등의 정책은 시행하면 족할 문제인데 왜 헌법에 넣는가"라며 "(가령) 일과 생활의 밸런스 문제는 현재 이슈다. 현재 문제를 가지고 100~200년 가야 할 헌법을 뜯어고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정부개헌안의 경우 권력구조를 건드리지 못하고 있다. 시대상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1987년 당시 자신들이 지녔던 문제의식을 이제서야 이야기하고 있다는 인상"이라며 "현실 세계에서는 다른 가치의 노동에 대해 같은 임금을 주는 것이 불평등이다. 산업시대·노동관념에 의해 동일가치노동에 대해 동일임금을 줘야 한다는 것은 실질적인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언주 의원은 "대통령 개헌안은 특정 정파 입장에 치우친 점이 있다"면서 "우리나라의 주력산업이 활기를 잃어가는 시점에서 경제나 노동 문제 해결에 접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석환 기자 / 이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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