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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김현주의 일상 톡톡] 5000만원 '도장값' 관행…모든 국민 법 앞에 평등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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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사법개혁을 위해 본격적으로 칼을 빼들었습니다. 여러 사법개혁 과제 가운데 특히 전관예우 문제는 우리 법조계가 시급히 청산해야 할 최대 적폐 중 하나입니다.

대법관 출신 변호인들이 변호사 선임서에 이름만 올리고, 5000만원 안팎의 이른바 '도장값'을 받아가는 관행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게 변호사 업계의 전언입니다. 전관예우 관행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헌법정신을 해치고,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속설에 힘을 실어줘 법치주의를 무력화하는 그릇된 관행이라는 지적입니다.

우리나라 특유의 전관예우 관행에 법원의 책임도 적지않은 만큼 사법발전위원회는 이번에 획기적인 근절 대책을 제시해야 합니다. 전관예우 예방과 국민의 사법 참여 확대 차원에서 일반 시민이 배심원으로 참여하는 국민참여재판제도를 활성화하고, 배심원의 평의결과에 기속력(羈束力)을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만합니다.

과거 판·검사를 지낸 변호사들에게 퇴직 후 소속기관의 사건 수임을 제한하는 기간을 현행 1년에서 3년으로 늘리거나, 형사사건 수임료를 제한하는 방안도 논의해 볼만합니다.

앞서 불거졌던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조사 과정에서 판사들의 성향 수집으로 비판을 받았던 법원행정처를 재판 지원기구로 환골탈태하는 개혁과 법관인사 제도 개혁도 시급한 과제입니다. 전문가들은 사법부의 개혁이 다른 분야에 비해 늦은 감이 없지 않은 만큼, 개혁방안 마련에 좀 더 속도를 내는 등 획기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세계일보

사법개혁 방안을 대법원장에 건의하는 역할을 맡는 '국민과 함께하는 사법발전위원회'가 이달 16일 첫 회의를 열고, 향후 일정과 운영 방식을 결정했다.

대법원은 이날 오후 2시 대법원 16층 중회의실에서 열린 사법발전위 1차 회의에서 위원회 운영에 관한 세칙 안을 의결하고, 향후 일정 등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부의한 4가지 안건을 위원회 정식 논의주제로 상정하기로 했다. 김 대법원장은 지난 13일 사법발전위 1차 회의 안건으로 △국민의 사법 참여 확대 및 강화 △전관예우 근절방안 △재판지원 중심의 법원행정처 구현 △법관인사 이원화 정착을 위한 제도 개선방안 등을 제안했다.

위원회는 국민이 직접 사법개혁 과정에 동참할 수 있도록 인터넷 홈페이지도 구축해 운영하기로 했다.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접수된 국민제안 중 일부는 김 대법원장이 제안한 안건과 함께 사법발전위에서 논의할 계획이다.

또 위원회 운영 실무를 맡을 간사로 이승련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을 임명했고, 위원회 업무를 도울 '운영지원단'도 구성했다. 위원회에서 심의할 사항을 전문적인 조사·연구하는 전문위원 20여명을 위촉하고, 이들로 구성된 2개의 연구반을 만들어 정식 논의주제들을 할당했다.

김 대법원장은 "국민을 위한 '좋은 재판'을 최우선의 가치로 삼아 개혁 작업을 추진해 나아가야 한다"며 "더 좋은 법원의 토대를 만드는 새로운 사법의 역사가 사법발전위원회를 통해 쓰일 것을 기대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대법원장 "국민을 위한 '좋은 재판' 최우선의 가치로 삼아 개혁 작업 추진"

대법원이 대법원장의 사법행정권을 분산하고, 대법관 제청권 및 헌법재판관 지명권을 완화하는 내용의 사법제도 개선 계획을 밝혔다.

대법원은 지난 20일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전체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의 업무보고를 진행했다.

대법원은 대법원장이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에 대법관 제청대상자를 제시하는 권한을 폐지하고, 기존에 없던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추천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재판관 지명절차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대법원은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규칙 7조1항을 삭제해 대법원장이 제청대상자를 제시하는 권한을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후보추천위에서 추천된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별도 의견 수렴절차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권 및 헌법재판관 지명권에 견제장치가 없어 사법부가 관료화된다는 비판에 따른 것이다.

현재 대법원장은 대법관 후보추천위로부터 대법관 후보 명단을 받아 그중 최종 후보를 대통령에게 제청한다. 이 과정에서 대법원장은 후보추천위에 제청대상자로 적합한 이를 제시할 수 있는데, 지난해 하반기에는 이를 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대법관 제청 절차와 마찬가지로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추천위를 설치하는 등 지명절차 개선도 검토하고 있다. 헌법상 대통령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는데, 9명 중 3명은 국회가 선출하며 3명은 대법원장이 지명한다.

세계일보

대법원장의 사법행정권을 분산하기 위해 법원행정처 조직 및 기능을 재편하고 재판부를 배정하는 각급 법원의 사무분담 결정 절차도 개선할 방침이다. 현재 법원행정처에는 기획조정실장을 팀장으로 하는 사법행정개선TF가 조직돼 업무방식 개선 방안 등을 연구하고 있다.

◆사회 현안에 대한 법원 판결 놓고 여야 시각차 뚜렷

사개특위 소속 의원들은 지난 20일 사법부의 독립성 강화를 위한 제도 마련을 강조하면서도, 여러 사회 현안에 대한 법원의 판결을 두고는 여야 간 뚜렷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사개특위는 이날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으로부터 사법부 개혁방향과 관련한 업무 보고를 받았다.

여야 의원들은 업무 보고가 끝나자마자 지난해 법원의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구속적부심 심사 결과를 고리로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김 전 장관은 군 사이버사의 댓글 공작을 지시하고 보고받은 혐의로 지난해 11월 구속됐다가, 11일 만인 같은달 22일 법원의 구속적부심사를 거쳐 풀려난 바 있다.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법원이 열흘 만에 판단을 뒤집으면서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했는데 이건 법 여론에 비춰봐도 맞지 않는다"며 "법관은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을 수행해야지 멋대로 판결을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안 처장은 "헌법에서 법관은 양심에 따라 판결하게 돼 있다"며 "법에 따라서 판결해야 하고 그래서 결론도 차이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은재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 의원의 발언을 겨냥한 듯 "최근 들어 법원이 적폐로 몰리고 있다"며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지 않는 것은 스스로 법치주의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증거를 우선시 해야 하는 법관에게 국민의 법감정을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당시 법원 판단을 비판한 다른 법관에 대해 징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세계일보

사법부가 사법발전위원회를 올해 말까지 운영하기로 하는 등 여러 제도를 마련했지만, 실질적인 개혁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은 대법원이 규칙을 제정해 지난 1월 사법발전위원회를 설치할 당시 입법예고를 하지 않은 점을 예로 들면서 이는 '깜깜이 개혁'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오 의원은 안 처장이 "국민의 권리와 직접 관련되는 규칙이 아니라고 봐서 그런 거로 안다"고 밝히자 "'국민과 함께하는 사법발전위원회'라고 해놓고 국민 일상과 관련이 없어서 규칙을 입법 예고하지 않았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전국법관회의는 물론 사법발전위원회 역시 회의록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사법개혁을 운운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안 처장은 "사법행정의 투명성을 높이라는 지적에 공감한다"면서 "각종 회의록 공개 여부를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이와 관련한 잡음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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