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4 (일)

[TF초점] 홍준표 향한 한국당 중진 4인의 이유 있는 '반란'

댓글 5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더팩트

(왼쪽 상단부터 반시계방향) 이주영·나경원·유기준·정우택 의원 등 한국당 중진 의원 4인은 22일 간담회를 갖고 홍준표 대표(가운데)의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 /더팩트DB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치권 다수와 일치하는 중진들의 목소리…洪, 반응할까?

[더팩트ㅣ국회=이원석 기자] 나경원·이주영·유기준·정우택 의원 등 자유한국당 중진 의원 4명이 22일 한자리에 모였다. 홍준표 대표의 독선·독주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서였다.

이들은 이날 작정한 듯 국회 의원회관에서 간담회를 열고 한목소리로 홍 대표의 입맛 공천 인재영입 실패 사당화 품격 없는 발언 소통 부족 등에 대해 지적했다.

사실 중진 의원들이 홍 대표에 대해 불만을 표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날 모인 4명을 포함해 일부 중진 의원들은 지난달 홍 대표의 소통 부족을 지적하며 중진의원들과의 연석회의 개최를 요청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홍 대표는 "어이가 없다. 최고-중진 연석회의라는 것은 당헌 당규에도 없고 당 대표가 필요할 때 여는 것"이라고 거부했다.

그는 몇몇 중진 의원들을 직접적으로 겨냥해 "부패로 내사, 수사를 받는 사람, 중진이면서 당협위원장에 떨어진 사람, 자기 상가 안 왔다고 방송에 나가 당 대표를 공개 비난하는 사람, 원내대표 꼴찌하고도 의원들이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 반성하지도 않고 나서는 사람, 당이 어려운데도 지방선거에 나가지 않고 꽁무니 빼는 사람, 대부분은 그렇지 않지만 그런 사람들이 아직도 설치는 당"이라고 했다. 자기 당 소속 의원들에 대한 모독성 비판도 서슴지 않는 모습이었다.

더팩트

2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간담회를 갖고 있는 이주영·정우택·유기준·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 /유기준 의원 페이스북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주목할 점은 중진 의원들 지적한 문제점들이 당내에서뿐만 아니라 정치권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일단 '입맛 공천'에 대한 불만이 공천 탈락자들로부터 터져 나오고 있다.

특히 홍 대표 측근으로 분류됐던 이종혁 전 최고위원은 부산시장 공천 탈락 직후 "시민을 우습게 알고 선거 때면 오만한 공천을 하는 정당에 이제는 아웃을 선언할 때"라며 탈당했다. 홍 대표가 이 전 최고위원을 겨냥해 "'깜'도 안되는 사람들이 공천 신청을 하고 공천에서 떨어지면 당과 나를 비방하고 다닌다"고 비판하자 경기도지사 공천에서 탈락한 김용남 예비후보는 "'깜'도 안 되는 당 대표"라며 홍 대표를 비판했다. 그는 "(홍 대표는) 더 이상 당을 망가뜨리지 말고 즉각 백의종군해야 한다. 그 길만이 침몰 위기의 한국당을 구하는 길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인재영입 실패도 두드러진다. 최근 서울시장 출마 후보로 거론됐던 이석연 전 법제처장,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출마를 고사했고 홍정욱 전 의원 등 여러 출마 후보군들이 끝내 불출마를 결정했다. 당은 "유력한 후보로 접촉에 들어갔고 조만간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란 입장이지만 회의적 시각이 상당하다.

한 한국당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계속되는 영입 실패는 결국 인재영입위원장인 홍 대표의 몫"이라며 "당 상황이 좋지 않아 그렇다는 변명도 있지만 결국엔 그 상황 또한 대선 직후부터 대표직을 맡아온 홍 대표의 책임이라고 볼 수 있다"고 꼬집었다.

사당화 또한 홍 대표 취임 이후 꾸준히 제기되던 문제점이다. 특히 인사에 있어 홍 대표가 자신의 측근들로 당을 구성하려 한다는 불만이 많았다. 얼마 전 한국당에서 탈당한 한 정치권 관계자는 통화에서 "홍 대표의 인사는 '사당화'의 전형"이라며 "측근들 중에서 그 자리에 있을 자격과 능력이 없는 데도 홍 대표가 시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더팩트

황태순 정치평론가도 <더팩트>와 통화에서 "홍준표 대표가 너무 독선적으로 당 운영을 하고 있다"고 평가를 내놨다. /문병희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 역시 "(홍 대표가) 너무 독선적으로 당 운영을 하다 보니 여기저기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며 홍 대표의 당 운영과 관련 쓴소리를 내놨다. 황 평론가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조그마한 소집단도 아니고 120명 가까이 되는 제1야당이라면 협조, 협력, 협동 등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하는데 홍 대표가 너무 혼자만 치고 나가다 보니 본인은 본인대로 힘들고 당에선 불만이 나오는 것"이라며 홍 대표의 인재영입 실패, 소통 부족, 독선 운영 등에 대해 지적했다.

이처럼 한국당 중진의원들이 이날 모여 홍 대표를 향해 내놓은 비판들은 정치권 다수의 목소리와 일치하는 모습이다. 그런데도 홍 대표가 이들의 목소리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매우 적을 것으로 전망된다.

홍 대표는 전날(21일) 자신의 SNS를 통해 이주영 의원 등 중진 의원들을 겨냥 "편안한 지역에서 별다른 당을 위한 노력 없이 선수만 쌓아온 극소수의 중진들 몇몇이 모여 나를 음해하는 것에 분노한다. 그들의 목적은 나를 출마시키면 당이 공백이 되고 그러면 당권을 차지 할 수 있다는 음험한 계책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몰아세웠다.

그는 "한 줌도 안되는 그들이 당을 이 지경까지 만들고도 반성하지도 않고 틈만 있으면 연탄가스처럼 비집고 올라와 당을 흔드는 것은 이제 용납하지 않겠다"면서 "지방선거가 끝나고 다음 총선 때는 당원과 국민의 이름으로 그들도 당을 위해 헌신하도록 강북 험지로 차출하도록 추진하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더팩트

홍준표 대표가 지난 21일 SNS에 중진 의원들을 겨냥해 올린 글. /홍준표 대표 페이스북 캡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편 이날 이주영 의원은 모두발언을 통해 "홍 대표가 당 운영에 대해 너무 독주하고 있는데 지방선거를 앞두고 그런 문제로 인해 오히려 당내 갈등이 증폭되고 선거를 앞두고 분열을 야기할 수 있는 여지가 다분하다"고 했고 나경원 의원은 "당이 이대로 가다가는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는 것은 물론이고 사실상 회복할 수 없는 사태를 직면해 야당으로서의 최소한 역할도 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정우택 의원도 "세간 정치 동향을 보면 많은 이들이 우리 당에서 관심이 떠났을 뿐만 아니라 돌아와야 할 민심도 돌아오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한 가장 큰 원인은 홍 대표의 오만과 독선, 도 넘은 안하무인격 당 운영 행태에 있다"고 지적했다. 유기준 의원 역시 "우리 당이 선거에서 내세우려고 하는 인사들이 손사래 치며 출마를 고사하는 현상의 근본 원인은 뭔가. 결국 당 지지율이 낮고 당선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비공개 간담회를 통해 홍 대표에게 민주적 당 운영 지지율 높일 획기적 대책 제시 진중한 언행 인재영입 전력투구 등 네 가지 요구사항을 전달하기로 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