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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사설] 2천만원 축의금, 4천만원 자동차 예사로 오가는 하도급 뇌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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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급업체로부터 수억원대의 뒷돈을 받은 대림산업 간부·직원 11명이 적발됐다. 이들은 하도급업체에서 딸 입학 선물로 4000만원이 넘는 외제 자동차를, 아들 결혼 축하금으로 현금 2000만원을 받았다고 한다. 아예 노골적으로 금품을 요구했다. 건설현장 소장은 "딸이 대학에 들어갔는데 타고 다닐 차 알아봐 달라"고 했고, 다른 직원은 "본부장 아들이 결혼하는데 인사나 하라"고 했다고 한다. 그 와중에 회사 대표는 "설계변경을 통해 공사비 올려주겠다"며 거래업체로부터 수억원을 받았다. 대표부터 현장소장까지 '거래처 뜯어먹기'에 혈안이 됐다.

5년 전엔 현대중공업의 한 부서 간부·직원 25명이 11년간 하도급 업체들로부터 25억원을 받은 사실이 내부 감사에서 드러났었다. 직원 한두 명도 아니고 부서 전체가 하도급 업체에서 돈을 뜯었다면 부패가 구조화된 것이다. 그 몇 해 전엔 한전 직원들이 하도급업체 등으로부터 15억원을 받았다 적발됐다. 대기업 임원 자녀 결혼식에 하도급 업체 사장이 축의금으로 1000만~2000만원을 내는 것은 큰일도 아니라고 한다. 한 중소기업 사장은 축의금으로 1년에 2억원을 쓴 적이 있다고 했다. 아직도 대기업에 납품하는 하도급 업체는 이런 식으로 거래를 유지해야 한다.

이들은 2016년 말부터 시행된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김영란법) 대상도 아니다. 대기업 직원은 하도급 업체로부터 돈을 받고, 회삿돈으로 그 업체에 몇 배의 이익을 되돌려주니 잘 드러나지도 않는다. 이번 사건처럼 대기업 갑질을 견디다 못한 하도급업체 대표가 고발해야 드러난다. 하도급 먹이사슬 뇌물 구조와 갑질은 사라질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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