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9 (토)

[인터;뷰] 이보영 “모성애 강요에 반발심...고민 많았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헤럴드경제

(사진=다니엘에스떼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이소희 기자] “엄마 덕분에 내가 있는 거죠. 작품에서 ‘사랑 받은 아이는 어디에서나 당당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오거든요. 그 말처럼 내가 중심을 잃지 않고 살아올 수 있던 이유는 엄마가 나를 잡아줬기 때문이에요. 확실한 내 편이 있다는 게...”

질문이 나오자마자 배우 이보영은 바로 눈시울을 붉히다가 이내 눈물을 떨궜다. “겨우 잘 참아왔는데 이런 포인트에서 눈물이 터진다”며 웃어 보이는 그였지만, 여전히 울먹거리는 목소리는 듣는 이마저 울컥하게 만들었다. 모두가 공감할 수 있었다. 누군가의 딸로서, 엄마로서 흘리는 그 눈물에 어떤 것들이 담겨있는지.

‘엄마’라는 단어는 듣기만 해도, 보기만 해도 눈물이 쏟아지게 만드는 마법의 단어다. 그러니 배우 이보영의 마음은 오죽했을까. 이보영은 최근 종영한 드라마 ‘마더’에서 또 다른 삶을 살았다. 그가 연기한 수진은 아동학대를 당하는 혜나(허율)를 데려와 자신이 엄마가 됐다. 드라마는 수진이 혜나를 자신의 딸 윤복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을 촘촘하게 표현했다. 그 과정에서 이보영은 엄마가 아닌 사람이 진짜 엄마가 되어가는 심경을 처절하게 그렸다.

누구나 그렇듯, 수진은 자신이 엄마이면서 엄마의 딸이기도 했다. 이보영은 혜나 엄마뿐만 아니라 영신(이혜영)의 딸로서도 깊은 감정을 표현해냈다. 특히 수진은 영신이 입양해온 딸이었다. 드라마는 엄마의 여러 군상을 담고 있었다. 그를 통해 혈육이 아닌 이들이 어떻게 엄마와 딸의 관계가 되어 가는지, 엄마라는 존재는 과연 어떤 것인지 깊은 고찰을 남겼다.

헤럴드경제

(사진=tvN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굳이 슬픔을 떠올리지 않아도 되는 연기란

“체력적으로는 힘든 게 없었어요. 아이가 있어서 그랬는지 오히려 이런 현장이 다시 있을까 싶을 정도로 좋았어요. 일단 초고는 14회, 완고는 10회까지 나온 상태에서 촬영에 들어갔고요. 수면시간도 어느 정도 보장이 됐어요. 한 장면 빼고는 늦어도 오후 11시에는 끝났어요. 보통 미니시리즈는 밤을 새면서 연기를 하기 때문에 대사를 빨리 외우는데 급급해지거든요. 이번에는 캐릭터 숙지가 된 상태에서 연기를 할 수 있었고, 감정이 힘든 걸 떠나 한 번에 촬영이 끝날 수 있게끔 해주셨어요”

한 번에 촬영이 끝났다는 건 이보영이 그만큼 수진 역에 몰입할 수 있었다는 말이다. 동시에 작품 또한 그 몰입을 도왔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보영은 작가의 꼭꼭 씹어야 하는 문학적인 대사, 그리고 이를 이해하고 모습을 그려냈던 감독을 언급했다. 아동학대와 모성애, 듣기만 해도 힘든 감정을 연기하면서도 이보영이 “감정적으로 힘든 건 전혀 없었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였다.

“끝나고 나니 마음이 아픈 건 있죠. 지난 방송 보면서도 엄청 울었고, 지금도 인터뷰 하면서 우느라 계속 휴지가 앞에 있어요. 다만 나는 감정을 따라가면서 배우와 호흡했고, 에너지를 어떻게 쏟을지 계산을 한 게 아니었기 때문에 힘들지 않았어요. 계속 ‘울어야지, 슬퍼야지’ 생각한 게 아닌 거죠. 오히려 화기애애한 현장 분위기 속에서 잘 지내다가 윤복이 보면 그냥 눈물이 나오고, 그렇게 촬영한 거예요. 게다가 배우들이 예상을 빗나가는 연기를 해줬기 때문에 이런 감정 분리가 가능했고요”

헤럴드경제

(사진=tvN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엄마이기에 부를 수 있는 이름… ‘윤복’

아무래도 아역배우에게 힘든 촬영이 될 수 있는 작품이었다. 그래서 대중은 드라마 시작 전부터 아역배우의 정신적 건강을 걱정했다. 하지만 이보영 표현에 따르면 윤복을 연기한 허율은 대견했다.

“다들 어린 아이가 학대 장면을 어떻게 견딜까 생각하셨는데 오히려 그건 문제가 안 됐어요. 그런 경험이 없기 때문에 촬영을 하면서도 학대인 건지도 모르는 거죠. 물론 맞는 장면 등에서는 느끼는 부분들이 있었겠지만 잘 해내더라고요. 현장에서도 ‘넌 다른 아이다’ ‘드라마의 주인공이니 집중하자’ 등 말을 해주곤 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연기가 확 살아서 그냥 윤복이가 되어 있었어요. ‘왜 이렇게 눈물이 안 멈추지’ ‘왜 이렇게 가슴이 아프지’라고 말하는데, 그때부터는 아무 말도 안 했어요. 윤복이에게 후폭풍이 오래 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이보영은 작품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허율을 ‘윤복’이라고 불렀다. 윤복이를 언급할 때 그의 표정은 성인배우가 아역배우를 걱정하는 게 아니라, 엄마가 물가에 내놓은 딸을 걱정하는 듯한 눈빛과 미묘한 입매였다. 직업을 떠나 한 사람으로서 이보영이 이미 한 아이의 엄마이기에 나올 수 있는 표정이었다.

헤럴드경제

(사진=다니엘에스떼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모성애 강요’에 이보영이 날린 일침


“제작발표회 때 만감이 교차해서 눈물이 났거든요. 아이를 낳고 1년 동안 집에 있으면서 모성애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어요. 산후조리원에 들어갈 때부터 사람들은 ‘당연히 모유수유 해야 한다’ ‘힘들어도 노력해야 한다’ ‘여기에서 보영씨만 밤중 수유를 안 한다’ 등 이야기를 했어요. 오히려 가족들은 별 말이 없는데 주변 사람들이 그러더라고요. 내가 지금 힘들어 죽겠는데 ‘모유수유를 안 하면 아이를 사랑하는 게 아니다’라는 말을 들으니 반발심이 생기더라고요. 모성애를 강요하는 게 있는 거죠. 애를 낳은 사람은 나인데 아빠 위주로 많이 생각을 하더라고요. 예를 들어 남편이 아기띠를 매면 ‘이런 아빠가 어딨어~’라고 하는데 엄마한테는 그런 말 안 하잖아요. 사실 둘 다 엄마, 아빠는 처음인 건데 말이에요”

특히나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 직업을 가진 이보영이다. 그러나 이보영은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이 듣지 않고 이해하지 않는 부분, 심지어 여성들이 말을 꺼내지 못하게 만드는 환경을 당당하게 꼬집었다.

“처음에는 고민도 많았죠. 아이를 딱 처음 봤는데 너무 예쁘다기보다 내 몸이 힘든 거예요. 심지어 불이 나도 애를 까먹고 그냥 나갈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아직 아이가 있다는 게 익숙하지 않으니까요. 그런 것들을 겪으면서 ‘내가 나쁜 엄마인가’ 생각을 정말 많이 했어요. 아이를 낳자마자 바로 목숨을 내줄 수 있는 정도일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뜻대로 되지도 않고 당황스러운 과정들이 있더라고요. 물론 지금은 목숨이라도 다 내어줄 수 있죠. 고민은 딱 100일까지였어요. 그때부터 아동학대 같은 기사를 보기만 해도 눈물이 나왔어요”

헤럴드경제

(사진=tvN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엄마와 딸, 결국 서로 사랑하는 법에 대한 이야기

이보영이 캐릭터가 아닌 엄마로서의 자신을 하나 둘씩 꺼내놓을수록 그가 ‘마더’를 선택한 이유는 더욱 가슴 깊숙이 다가왔다. 사회가 만들어 놓은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다면 결코 하지 못했을 작품이다. 이보영은 이 틀을 깨고 진정한 모성애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내가 엄마가 아니었다면 감히 이 연기를 하지 못했을 것 같아요. 캐릭터를 다 표현할 수 있는 정도가 안 됐을 거예요. 엄마인 사람과 아닌 시청자들이 작품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차이가 있더라고요. 수진과 윤복의 관계에서도 그렇지만, 혜영과 수진의 이야기에서 더 마음아파 하는 분들도 있었죠. 아직 결혼하지 않은 분들은 수진을 ‘딸’로서 더 깊이 받아들인 거예요”

생각해 보면 이 작품은 단순히 ‘엄마’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다. 엄마라는 단어를 똑 떼어 놓고 논할 수도 없는 것도 사실이다. ‘마더’는 엄마가 된 딸, 그리고 그 과정을 지켜보는 딸의 엄마. 세 명 중 누구도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그 누구보다 서로를 사랑하는 법을 알았던 이들에 관한 이야기다.

“꼭 아이를 낳았다고 해서 다인 게 아니라, 부모자식간의 관계에는 더 많은 것들이 있다는 걸 말하고 싶었어요. 초반에 정적이기도 하고 대사가 문학적이기도 해서 시청자들이 인내심을 갖고 이 호흡을 따라와줬으면 하는 마음이었죠. 나중에는 많은 엄마들과 딸들이 보면서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던 것 같아서 뿌듯해요”

culture@heraldcorp.com

-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