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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檢, 김윤옥 대면조사할 듯… 대통령 못지않은 '영부인 잔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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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김윤옥 여사 직접 조사 불가피… 시간·방식 등은 미정" / 권양숙 여사, 2009년 '박연차게이트' 수사 때 비공개 소환조사 / 김옥숙·이순자 여사는 남편의 미납 추징금 관련해 조사 받아

세계일보

‘여사(女史)’. 사회적으로 이름 있는 여자를 높여 이르는 말이다. 일상생활에선 흔히 쓰이지만 신문 기사에선 이 단어를 찾아보기 어렵다. 대다수 여자는 그냥 ‘∼씨’라고 부르면서 몇몇 여성에게만 ‘여사’를 붙이는 건 차별의 소지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런데 거의 모든 매체가 여사라는 존칭을 붙이길 주저하지 않는 특별한 여성들이 있으니 흔히 ‘영부인(令夫人)’, 영어로 ‘퍼스트 레이디’라고 부르는 대통령의 부인이 그 주인공이다. 현직은 물론 전직 대통령에게도 해당돼 현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는 물론 이명박 전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 김영삼 전 대통령 부인 손명순 여사, 노태우 전 대통령 부인 김옥숙 여사, 전두환 전 대통령 부인 이순자 여사 등이 그에 해당한다.

이 전 대통령의 110억원대 뇌물수수 등 비리 혐의를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조만간 김윤옥 여사를 소환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18일 전해지면서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은 물론 역대 영부인들의 ‘잔혹사’에도 새삼 눈길이 쏠린다.

김윤옥 여사는 남편인 이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 불법 자금 수수에 관여했다는 정황이 연이어 드러나면서 검찰 조사가 불가피해졌다. 전직 대통령 부인이 검찰 소환조사 대상이 된 것은 전두환 전 대통령 부인 이순자 여사,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에 이어 김 여사가 두 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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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검찰은 김윤옥 여사를 직접 조사할 필요성이 있는지, 한다면 조사 시기와 방식은 어떻게 할지를 신중히 검토 중이다. 검찰에 따르면 김윤옥 여사는 이팔성 전 우리금융 회장이 이 전 대통령 사위 이상주 삼성전자 전무에게 건넨 성동조선 자금 22억5000만원 중 5억원을 받아 챙겼다는 의혹이 불거진 상태다. 김윤옥 여사는 1990년대부터 2007년까지 10여년 동안 자동차 부품회사 다스의 법인카드로 4억원 이상을 결제한 정황도 검찰에 포착됐다.

검찰은 지난 14∼15일 피의자로 소환한 이 전 대통령을 상대로 이 대목을 집중 추궁했으나 이 전 대통령은 김윤옥 여사 관련 대목에 관해 “나는 모르는 일”이란 취지의 답변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검찰은 김윤옥 여사를 조사하더라도 소환 장면을 언론에 공개하는 대신 검찰청사 외부 모처에서 비공개로 불러 조사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는 2009년 옛 대검 중수부가 ‘박연차 게이트’를 수사할 당시 서울 대검이 아닌 주거지(경남 김해)에서 가까운 부산지검에 비공개로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노무현 전 대통령 측이 재임 기간에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한테 640만달러(약 64억원)를 받는 과정에 권 여사가 깊이 관여한 것으로 의심하고 이 대목을 집중 조사했다. 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이 수사 도중 극단적 선택을 함에 따라 수사는 끝났고 권 여사에 대한 조사 역시 그대로 마무리됐다.

노태우 전 대통령 부인 김옥숙 여사는 1995년 대검 중수부가 노태우 전 대통령의 수천억원대 비자금 조성 혐의를 수사할 당시 ‘남편과 별도로 대기업 등에서 불법 자금을 받아 챙겼다’는 의혹이 불거졌으나 검찰이 ‘신빙성이 낮다’고 판단해 소환조사로 이어지진 않았다. 하지만 2005년 노태우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을 추적하던 검찰은 비자금으로 의심되는 11억9900여만원이 입금된 김옥숙 여사 명의 계좌 2개를 찾아내 전액 국고로 환수한 바 있다. 김옥숙 여사는 2009년에는 노태우 전 대통령이 재산 다툼을 벌이던 동생 노재우씨를 상대로 낸 민사소송에 증인으로 출석하기도 했는데 이는 전직 대통령 부인이 법정에 선 첫 사례다.

전두환 전 대통령 부인 이순자 여사는 5공 시절 심장병 어린이를 돕기 위한 새세대심장재단을 만들고 이사장을 맡는 등 왕성한 대외활동을 했다. 정권교체 후 검찰이 5공비리 수사에 나서면서 재단을 둘러싼 공금횡령 의혹이 불거졌으나 이 여사가 검찰 수사선상에 오르진 않았다. 하지만 이 여사 또한 전 전 대통령이 법원에서 부과받고도 내지 않은 미납 추징금과 관련해 검찰 칼끝을 피해가지 못했다. 검찰은 2004년 이 여사가 200억여원의 재산을 관리 중인 사실을 파악해 그를 소환조사한 뒤 전액 추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당시 이 여사는 검사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문제의 200억여원 중 130억원은 알토란 같은 내 돈”이라고 항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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