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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카드뉴스] "선배와 식사할때 수저 먼저 들지마라"…대학가 젊은 꼰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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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음성정보 지원을 위한 텍스트입니다>>

'젊은 꼰대'는 사라지지 않는다

대학교 신입생 군기 논란

"기쁨과 기대감으로 대학에 왔는데 개강 첫날부터 짓밟고 수치심을 줬다"

매년 2~3월이면 반복되는 논란이 있습니다. 바로 신입생에게 행사를 강제 참여시키고 큰 목소리로 자기소개를 시키는 등의 '대학가 똥군기'입니다.

자료 / 앱 에브리타임

"개강총회에서 선배들 마음에 들 때까지 FM을 시킨다. 학교 행사에 불참한다고 하면 열을 낸다. 체육대회 전에는 아침 운동에도 참여해야 한다"

*FM : 큰 목소리로 하는 자기소개.

지난 15일 한 대학교 커뮤니티에 과 내 군기를 폭로하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이 신입생은 '강요'가 아닌 일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자료 / 앱 에브리타임

지난 2월에는 서울 소재의 한 대학교에서 4학년 선배들이 후배들을 기합주고 폭행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모두가 사용하는 탈의실에서 시끄럽게 욕을 했다"며 이 같은 일을 벌였는데요.

자료 / 알바천국

온라인에서의 군기 잡기는 더 심합니다. 과거 한 대학의 단체 메신저 방의 대화 내용이 큰 논란이 됐는데요. ‘다나까 사용’, ‘전화 먼저 끊지 않기’, ‘선배랑 밥 먹을 때 먼저 수저 들지 않기’, ‘화장금지’ 등 지나치게 군기를 잡는 내용 때문입니다.

실제 대학생의 57.6%는 선배 갑질을 당한 적이 있다고 했습니다. '인사 강요', '음주 강요' 등의 대면 상황부터 '메신저 이용과 관련한 제재'와 같은 온라인 상황까지 다양했습니다.

선배의 변명은 비슷합니다. 학과의 단합을 위해서인데요. 이때 조교나 교수 등이 함께 강요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는 피해자인 학생 스스로가 공론화하기 힘든 이유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선배들이 자기는 윗사람, 우리는 아랫사람이라고 인식하는 게 어이없다" - 신입생 A(20)

"입학 전부터 ‘강요하면 어떡하지?’, ‘대처는 어떻게 해야 하지?’ 등 군기 문화가 걱정됐다" - 신입생 B(19)

신입생들은 입학 전부터 군기를 두려워하고 이에 대해 불만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는 신입생은 휴학, 자퇴, 심지어 최악의 선택을 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2016년 한 대학교의 신입생은 선배들의 군기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신입생이 필수로 준비해야 했던 '장기자랑'을 올해부터 없앴다. 물론 행사에 많이 참석해주면 좋지만 어떤 것이든 강요하지 않으려고 학생회 전체가 노력하고 있다" - 학부 회장 C(24)

학생회 측은 자체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필수', '강요'라는 단어를 없애는 것이죠.

"대학의 문화는 표면적으로 수평적이고 자유로운 것처럼 보이지만, 또래 안에서 학번으로 서열이 정해지고 단합을 강조하다 보니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구조다" -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전문가들은 군기 잡기의 원인으로 위계질서를 강조하는 사회 구조적인 면을 지적합니다.

문제는 군기가 ‘강요죄’로 처벌받을 수 있을 만큼 심각한 사안이라는 것입니다. 지난해 2월 경찰은 캠퍼스 갑질 횡포에 대해 "대학 내 자율성은 존중하되 혐의가 명백한 사건은 엄중 처벌한다"고 밝혔습니다.

'지식의 상아탑'과 '군기의 상아탑'은 한 끗 차이입니다.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대학문화가 정착되길 바랍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박효연 이한나 인턴기자

shlamaz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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