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철강 등 통상이슈 이견 여전…안보 공조가 '견인차'될지 주목
한미 정상 전화 통화, 한반도 정세 변화 논의 |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12번째로 이뤄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굳건한 한미 간 '안보 공조'를 재확인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과 수입철강 관세 부과 등의 문제에서는 양국 간 기존의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았지만 긴밀한 안보 이슈에서의 공조 체제가 통상문제의 해결에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16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대북 특별사절단의 방미 이후 이뤄진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의 중국·러시아·일본 방문 결과를 공유하며 한반도 정세 변화를 논의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전화통화 관련 서면브리핑에서 "양 정상은 북한의 비핵화를 목표로 북한이 적극적인 행동에 나설 수 있도록 매 단계에 긴밀한 공조를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양 정상이 '한반도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앞으로 전개될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 등의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주요 의제와 북한의 입장 등 중요한 정보를 공유하며 긴밀히 협력한다는 원칙을 다시금 천명한 셈이다.
남북미 간 공통의 의제인 평화체제 정착 등을 성공적으로 실현하려면 북한과 미국 사이에서 중재자를 자임하는 문 대통령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그런 점에서 이번 한미 정상 간의 통화는 '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중요한 한 걸음이라는 평가다.
청와대가 남북정상회담을 마치면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양국 간 핵심 의제를 놓고 실무형으로라도 만나는 한미정상회담을 추진할 예정이어서 한미 간 안보 공조는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시기상 가장 먼저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이 북미정상회담의 의제와 논의 방향을 미리 점검해보는 '리트머스 시험지'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큰 만큼 한미 양국이 향후 한반도 정세의 변화 과정에서 각자의 입장을 긴밀하게 조율하는 것은 필수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공고한 안보 공조와는 한미FTA 개정 등 통상이슈는 양국 정상통화에서도 각자의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미국의 수입철강 관세 부과 근거인 무역확장법 232조와 관련해 "남북·미북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미 공조가 얼마나 굳건한지를 대외적으로 보여줘야 할 시점인 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이 중요하다"며 미국 정부의 이해와 협력을 요청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FTA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한국 대표단이 보다 융통성 있는 모습을 보이도록 문 대통령이 관심을 기울여달라"고 당부해 통상이슈만큼은 철저히 '비즈니스 마인드'로 접근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물론 소득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17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통상이슈와 관련한 양국 간 문제를 이른 시일 내 타결해야 한다는 데 양 정상의 공감대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는 최근 한 달 사이에 한반도 정세가 급변해 그 어느 때보다 한미 간 공조의 중요성이 커진 상황이 도래하면서 안보는 물론 통상이슈에서도 불협화음을 내서는 안 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앞서 지난달 미국이 통상 압박 수위를 본격적으로 올리던 시점에 '안보와 통상 논리는 다르다'며 철저하게 두 이슈를 분리해 대응하겠다는 전략을 밝힌 바 있다.
비록 통상이슈에 대한 한미 간의 입장차가 여전히 커 보이지만 양국 정상이 '이른 해결'에 뜻을 같이한 만큼 한반도의 정세 변화가 통상 분야에서도 긍정적인 결과를 내는데 일정 부분 역할을 할지 관심이 쏠린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남북·북미 대화 국면이 통상이슈의 해결을 견인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 "두 분야의 문제를 분리해 대화가 이뤄져 오기는 했지만 (한반도 대화 국면이) 당연히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kj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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