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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이중간첩 독살 시도, 소명 못하면 보복 제재” 메이, 푸틴에 최후통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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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제 신경가스 ‘노비촉’ 증거로 배후 지목 정면충돌

브렉시트로 금 간 EU 제재 협조 의문…러는 “메이의 쇼”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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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12일(현지시간) 러시아 출신 이중 스파이 독살 시도 배후에 러시아 정부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고 AP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메이 총리는 이날 하원 연설에서 “러시아제 신경가스가 어떻게 영국 땅에서 쓰일 수 있었는지 13일까지 소명해야 할 것”이라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압박했다.

메이 총리는 러시아 소행으로 최종 결론이 날 경우 더욱 강한 제재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유럽연합(EU) 회원국인 영국이 독자적으로 러시아에 제재를 가할 수는 없는 데다 현재 EU와 결별(브렉시트) 협상을 벌이고 있는 중이어서 얼마나 지지를 끌어낼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메이 총리는 영국의 화학무기 연구기관인 ‘포튼 다운’의 조사결과를 인용해 독살 시도에 사용된 물질은 1970년대 구소련군이 개발한 노비촉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러시아 정부가 직접 스파이 세르게이 스크리팔과 그 딸 율리아를 공격했거나 아니면 신경가스가 다른 사람 손에 들어가도록 했거나 둘 중 하나”라고 말했다. 14일 러시아의 답변을 면밀히 검토한 뒤 신뢰할 만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되면 이번 사건을 러시아가 영국에서 불법적인 무력을 사용한 것으로 간주하겠다면서 제재 강화를 예고했다.

영국 정부는 부패·인권탄압 혐의를 받고 있는 러시아 공직자에 대한 입국 금지, 영국 내 자산동결 조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제재하려는 인사 대부분은 푸틴 대통령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은 러시아가 개입한 사실이 확인되면 오는 6월 러시아 월드컵에 불참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러시아는 이미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강제병합 이후 EU의 경제제재를 받고 있다. 영국은 아직까지는 EU 회원국으로 독자 제재를 할 수 없다. 메이 총리는 “영국은 동맹국들과 함께 러시아 경제에 대해 강한 제재를 이끌어왔다”며 EU 차원에서 공동 대응을 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메이 총리 발언을 두고 “영국 의회에서 벌어진 서커스 쇼”라고 비난했다. 이날 러시아의 한 곡물센터를 방문한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의 책임을 묻는 영국 BBC 기자의 질문에 “그 부분을 먼저 명확하게 해야 할 것”이라고 관련성을 부인했다.

영국의 핵심 동맹국인 미국을 제외하고 당장 유럽에서 영국과 함께 러시아 제재를 강화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나서는 나라는 아직 없다. 영국 총리실은 메이 총리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이번 사안을 두고 대화를 나눴다고 전했다. 하지만 프랑스 정부에서는 아직까지 공동 대응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은 성명을 통해 “나토에 큰 우려 사안으로, 영국 정부와 연락하고 있다”고 밝혔을 뿐 러시아 소행으로 단정짓지는 않았다.

메이 총리 입장에서는 EU 회원국들의 협조가 절실하다. 하지만 브렉시트로 EU와의 관계는 이미 금이 간 상태다. 브렉시트 이후 영국이 지금처럼 안보 사안에 대해 유럽 각국의 강한 협조를 이끌어내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영국이 EU 체제 안에서 러시아 제재에 미온적인 나라들을 압박할 수 있었지만 브렉시트 결정 이후에도 그런 추진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메이 총리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평가했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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