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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대청호 문의대교… 자살예방펜스 착공일에 또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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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호를 가로지르는 문의대교에서 또 자살 사건이 발생했다. 자살을 막기 위해 감지센터와 카메라 등이 설치됐지만 자살을 막지 못했다.

12일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40대 남성 A씨가 12일 오전 9시7분 충북 청주시 문의대교에서 투신했다. A씨는 “어머니를 죽였다”는 문자 메시지를 남기고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지난해 투신사고에 따른 대책으로 자살방지 펜스 설치 공사를 시작하는 날이었다.

청주 청원경찰서 소속 경찰관과 청원구청 직원 등은 청주시 청원구청 폐쇄회로(CC)TV로 A씨가 다리 아래로 떨어지는 장면을 지켜봤지만 목숨을 구하지는 못했다. 문의대교에 도착한 A씨는 9시3분쯤 차에서 내려 다리 쪽을 향했다. 다리 초입 감지기는 38초 뒤 울렸고 A씨는 50m 정도를 더 걸어 9시7분쯤 대청호로 뛰어내렸다. 뛰어내리기 전 4분여 동안 ‘가족을 생각하라’는 내용의 방송이 송출됐지만 자살을 막지는 못했다.

경찰은 A씨가 투신한 뒤에야 전화로 112와 119에 알렸다. 이 경찰관은 “남자가 차를 세운 뒤 다리 쪽으로 걸어가다 갑자기 뛰어내렸다. 애초 자살 징후가 보이지 않아 곧바로 신고하지 않았다. 손을 쓸 수 없었다”고 말했다.

문의대교는 인적이 드물고 교각 높이는 30m에 달하지만 난간 높이가 90㎝밖에 안 돼 사고 위험에 대한 우려가 높았다. 지난해 6월에는 청주시 사무관급 공무원이 투신한 일도 있다. 청주시는 지난해 7월 자살방지 시설물 보강 공사를 시행, 다리 양쪽 끝에 있던 회전형 카메라 2대를 양방향 근접 촬영이 가능하도록 중앙으로 옮겼다. 야간 촬영이 가능하도록 투광기 2대를 추가 설치했고 다리 난간에 감지센터 8개를 설치했다. 이 센서에 사람이 감지되면 카메라 촬영이 시작되고 ‘가족을 생각하라’는 내용의 방송이 송출된다.

충북도는 문의대교에서의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 추락방지용 시설물 설치 사업을 추진 중이다. 사람이 손과 발을 이용해서는 올라갈 수 없는 높이 2m의 펜스를 다리 전체에 설치하는 것인데, 올해 본 예산에 3억8000만원이 반영됐다.

충북도 관계자는 “펜스 설치가 마무리되면 문의대교는 자살 다리라는 오명을 벗게 되겠지만 착공일에 자살 사건이 발생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청주=김을지 기자 ej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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