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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집 한가운데 부엌을 배치…갈등 줄고 아이 성장에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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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놀이’ 펴낸 건축가 김진애가 제안하는 집 구조

경향신문

“한국 사회는 공간감수성이 유독 떨어집니다. 집에 관한 책들이 많지만, 주로 부동산 시장이나 마케팅, 브랜드의 관점에서만 접근하죠. 근본적인 삶에 대한 태도로 집 이야기를 풀어가는 책을 쓰려고 했습니다.”

건축가, 도시계획가, 전직 국회의원, 방송인 등 김진애를 수식하는 직업들은 다양하다. 그런 그가 이달 초 펴낸 <집놀이, 그 여자 그 남자의>(반비)에는 두 딸의 엄마이자 아내로서 살아 온 생활인의 감각이 녹아 있다.

5년 만에 전공인 공간에 관한 책으로 돌아온 그가 제목을 ‘집놀이’라고 붙인 까닭은 무엇일까. 김진애는 지난 4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답했다. “좋은 집에 대한 모범답안은 없다. 주체적인 생각을 갖고 스스로 내켜서 집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책은 “남자와 여자가 덜 싸우고, 아이들이 스스로 자랄 수 있고, 집이 작다고 불평하지 않으며 살고, 그래서 ‘집같이’ 사는 법”을 이야기한다.

경향신문

집놀이가 가능하려면 먼저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스스로 집안일을 하고, 남녀 가족 모두가 집안일에 참여하고, 자기 식으로 사는” 것이다. 그가 보기에 집놀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공간은 부엌이다. 가능하다면 부엌을 집 한가운데에 배치할 것을 제안한다. 김진애는 “물과 불을 마음대로 쓰면서 요리를 하는 것 자체가 순간적인 놀이이자 복합적인 예술”이라며 “부엌에서 자기 자신을 돌볼 뿐만 아니라, 돈, 과학, 공간에 대한 감각까지 모두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진애는 “우리나라는 남녀가 충분히 사랑하지 못하기 때문에 생겨나는 문제가 너무 많다”고 생각한다. 그는 “한국의 집들은 으레 여자들이 일하는 것으로 상정하고 만들었다”며 “남자들을 소외시키는 구조다”라고 말했다. 남자들이 서류상으로는 집주인일지는 몰라도 정작 “주인의식이 약하고, 집에서 생기는 수많은 일들을 관리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는 교외에 있는 주말 주택의 싱크대 높이를 남편의 키에 맞춰 바꿨더니 남편이 요리를 즐기게 되었다고 소개한다.

수년간 월급을 아끼고 모아도 어마어마한 빚을 지지 않고서는 나만의 집을 갖기가 어려운 시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한국인들은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지 않다. “(그래도) 방이든 셰어하우스든 대부분 집에서 살며 자기 공간이 있지 않나요. 내 소유의 집이 갖춰진 다음으로 행복을 미룬다면 오늘을 사는 행복을 잃어버리게 되죠.” 그는 또 우리 사회가 너무 위험하지만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안전이나 공부만 강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소셜믹스’가 살아 있는 동네에서 많은 경험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스스로를 “좋아하는 능력이 뛰어나고, 잘 놀아서 성공했다”고 밝히는 그가 사는 공간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다. 하지만 책에는 본문 내용과 어우러지는 일러스트만 있을 뿐 사진은 한 장도 없다. 그는 “사진을 보면 고정관념이 생기기 마련”이라며 “25년 전 아파트를 탈출해서 다세대 주택을 지어 살고 있고, 작업실도 여기 같이 있다”고 전했다.

<김유진 기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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