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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복지시설 5%만 국·공립…민간의존 줄여 공공성 높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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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값진 돌봄 값싼 대우 (하) 돌봄노동도 돌봄이 필요해!

‘사회서비스진흥원’ 어디까지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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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산구가 실시한 전문가 교육과정을 이수한 병원아동보호사들이 아픈 아이들을 간병하고 있다. 광산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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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서는 현 정부가 사회서비스(돌봄노동) 공공성 강화를 위해 추진 중인 사회서비스진흥원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회서비스진흥원 설립은 문재인 대통령의 사회서비스공단 공약으로 시작돼 국정과제에 반영된 뒤, 현재 보건복지부가 추진 중이다. 지난 대선에서 ‘공공부문 좋은 일자리 81만개 창출’이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었는데, 그 가운데 34만개가 사회서비스 분야에 속한다. 사회서비스진흥원은 이 34만개 일자리의 공공성을 담보해 좋은 일자리로 만드는 구실을 하게 된다. 주로 민간에 의존해온 사회서비스 공급을 공공이 주도하는 형태로 바꾸려는 안이다.

문 대통령 공약, ‘국정과제’로
‘17개 광역시·도별 직영조직 세워
200곳 3000~5000명 가동’ 구상
상반기 법 제정 뒤 내년 시행 계획


일본은 ‘지자체가 시설 직영’ 원칙
광산구 복지관 등 4곳 직영 ‘호평’
좋은 일자리 만들고 서비스도 개선


17개 광역시도마다 공적 주체를 세워 기존 민간 어린이집이나 노인장기요양센터를 직접 인수하거나, 이들 민간기관을 지원하고 견인하는 식이다. 지금은 복지부가 명칭을 ‘공단’에서 ‘진흥원’으로 바꾸고 주로 재가요양사업을 중심으로 표준화된 돌봄서비스를 선보이는 안을 만들어 각계 의견을 수렴 중이다. 복지부는 17개 광역시도 진흥원 한 곳당 평균 직원 70명, 연간 운영비 36억원, 직영시설 200개, 시설 소속 직원 3천~5천명 수준으로 내다봤다. 진흥원이 직접 운영하는 시설 종사자는 진흥원 소속 정규직원이 된다. 오는 5월 초까지 5차례 ‘사회서비스 포럼’을 열어 의견을 수렴한 뒤 관련 법(‘사회서비스 관리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상반기 내에 통과되는 대로 올 하반기 시범사업을 거쳐 내년에 전국적으로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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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일본은 광역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설립한 사회복지시설의 경우 지자체 직영이 원칙이다. 경영 효율화나 지역 실정 반영 차원에서 민간 위탁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지만, 그 경우에도 광역지자체가 사회복지법인 형태로 설립한 ‘사회복지사업단’에 맡긴다. 그마저도 어려우면 기초자치단체가 공동설립한 사회복지법인이나 10년 이상 문제없이 관련 시설을 운영한 사회복지법인에 위탁한다. 사실상 거의 모든 복지시설을 공적 주체가 운영하는 셈이다. 보육시설이나 사회복지관, 병원, 요양보호시설, 정신보건센터 등 온갖 사회복지시설의 5%만 국공립인 한국과는 차이가 크다. 그나마도 법인이 운영하는 곳은 기본 관리시스템을 갖췄지만, 개인 시설은 그마저도 부재하다. 법인도 내용적으로 사유재산처럼 운영되는 곳이 허다하다.

물론 국내에도 일부 공공화 사례가 있긴 하다. 광주광역시 광산구청이 2010년부터 노인·장애인·종합복지관과 자활센터 4곳을 직영하고 있는데, 외부 민간인을 계약직 공무원 신분의 관장과 직원으로 채용했고 기관 평가에서 최상위 등급을 받거나 주변 민간시설의 서비스 질까지 향상되는 등 긍정적 평가가 나왔다. 복지부는 지난 6일 발간한 ‘사회서비스 포럼’ 자료집에서 광주 광산구의 복지시설 직영 사례에 대해 “직원의 고용 안정성 보장을 통한 서비스 품질 향상, 직영 시설의 서비스 질 향상을 통해 주변 다른 민간시설의 품질을 견인하는 등 시사점이 있다”고 봤다.

사회서비스진흥원을 통해 좋은 돌봄노동의 ‘모델’을 제시하는 일은 돌봄노동자들에게 긍정적 작용을 한다. 실제 2곳의 재가요양센터에서 대상자를 소개받아 일하는 요양보호사 ㄱ씨는 “한 곳이 비영리법인이 운영하는 곳인데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다. 한 달에 한 번씩 요양보호사들 모임을 열어 각자 불만도 얘기하고 자기 사례도 얘기한다. 사례 발표를 듣고 어떻게 대처할지 함께 논의한다. 하지만 개인이 운영하는 센터는 교육 받으러 가는 것조차 눈치를 봐야 한다”고 했다. 2016년 기준 1만9천여곳에 이르는 국내 노인장기요양서비스 공급기관 가운데 지자체가 운영하는 곳은 1%에 불과하다. 법인이 19%이며 대다수라 할 79%의 기관은 수익 목적의 개인이 운영 중이다. 이재훈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발간한 ‘사회서비스공단 설립을 둘러싼 쟁점과 과제’에서 “사회서비스공단(진흥원)을 통한 지자체의 직접운영 및 직접고용을 통해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서비스 질을 개선할 수 있다. 또 표준 운영모델과 지침을 만들어 민간에도 공동으로 적용하면 낭비적 비용을 통제하고 왜곡되고 미흡한 구조를 바로잡으며 견인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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