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차 사고 산재처리가 더 유리
사업주 날인 없어도 신청 가능
ㄱ씨는 피부병으로 한방 치료를 받는 동안 매일 저녁 퇴근해 한의원에 들렀다. 치료를 마치고 집으로 향하던 밤 9시30분께 빙판길에 넘어져 왼쪽 발목이 부러졌다. 매일 출근 전 어린 자녀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는 ㄴ씨는 어느날 평소처럼 어린이집에 들러 회사로 향하다 교통사고로 목과 어깨를 다쳤다. 출퇴근길을 벗어났다 사고를 당한 이들은 산재 인정을 받을 수 있을까? 답은 ‘그렇다’이다.
12일 고용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은 출퇴근 경로를 벗어나 벌어진 사고라도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 정한 ‘일상생활에 필요한 행위’였다며 산재로 인정한다고 밝혔다. 교통수단이나 경로 등에 따라 출퇴근길 사고의 산재 인정 여부가 잦은 법적 다툼을 낳자 국회가 지난해 9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을 개정한 결과다. 올해 1월부터 적용 중인 법은 일상생활에 필요한 행위를 ‘일용품 구입, 직무훈련·교육, 선거권 행사, 아동 및 장애인 위탁, 병원진료, 가족간병’ 등으로 정했다. 출퇴근재해를 당한 노동자는 사업주 날인 없이도 근로복지공단 콜센터(1588-0075)로 전화해 문의하면 산재 신청방법을 안내받을 수 있다.
출퇴근길에 사고를 당한 노동자가 산재보험으로 보장을 받는 사례는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출퇴근 중 벌어진 자동차 사고가 자동차보험에 견줘 보장 수준이 더 높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하루 평균임금이 10만원인 노동자 ㄷ씨가 퇴근 길 자동차 사고로 다발성 갈비뼈 골절 부상을 입어 90일동안 휴업하면서 요양치료를 하려고 한다면, 이 경우 자동차보험은 ㄷ씨의 과실비율을 따져 보상금액을 정한다. 과실율이 20%라면 636만원이 지급되지만 100%라면 한 푼도 지급되지 않는다. 하지만 산재보험은 과실율과 관계없이 일정액인 705만원이 지급된다. 사망사고여도 산재보험이 자동차보험보다 보장수준이 높고 연금형태로 지급되기에 훨씬 유리하다. 차 사고인 경우 산재보험으로 처리하면 자동차 보험료 할증 정도가 감소하는 효과도 있다. 지난달 말 기준 출퇴근 재해 신청은 1000건이 넘었는데, 이 가운데 자동차를 이용하던 중 벌어진 사고는 32%에 이른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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