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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조 단위 예산 내가 땄다" 뻥튀기 의정보고서…국회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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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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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SBS는 오늘(12일)부터 겉으로는 민의의 전당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지만 속으로는 국회의원들의 이권의 전당이 되고 만 우리 국회의 민낯을 구석구석 취재해서 드러내 보려고 합니다. '20대 국회 잠금 해제' 첫 순서는 아마 올해도 많이 받아보셨을 의정보고서입니다.

의정보고서 안에서 의원들은 저마다 현란한 숫자들로 거액의 예산을 따냈다고 말을 하고 있는데 과연 실체는 어떤지 국회 취재팀이 발로 뛰면서 하나하나 짚어봤습니다.

<기자>

[안녕하세요, 의정보고서 받으러 왔습니다.]

지난 2월부터 재적 의원 293명, 전체 사무실을 일일이 돌았습니다. 의정보고서를 만들지 않았거나, 만들어놓고도 극구 감춘 의원을 뺀 212명의 의정보고서를 받아 하나하나 분석했습니다.

의정보고서의 대표 메뉴는 역시 돈! 바로 예산입니다.

전체 4분의 3인 158명이 예산을 언급했습니다. 저마다 확보했다고 한 예산을 다 더했더니 107조 5,109억 원, 전국 지자체를 총괄하는 행정안전부와 부처 가운데 가장 큰돈을 굴리는 복지부 예산을 합한 것보다 많습니다.

예산 따왔다는 의원들 한 사람당 나눠보니 모두 6,804억 원인데, 당별로는 민주 평화당 의원들이 2조 6,490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바른미래당, 민주당 순입니다.

지역별로 보면 전북과 세종시 의원들이 모두 예외 없이 예산을 적어 넣었고, 지역구 없는 비례대표 의원이 점찍어 둔 지역의 예산이라며 10조를 적기도 했습니다.

'돈 줄'을 쥐고 있어서 서로 해보겠다고 덤비는 상임위죠?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의원들 역시 다른 의원들보다 예산을 더 많이 언급했고 기재한 액수도 7,200억이나 많았습니다.

의원들이 과시하듯 적어 낸 예산, 우리는 얼마나 믿어야 할까요?

확보했다는 예산이 가장 많았던 민주평화당 황주홍 의원부터 찾아가봤습니다. 무려 14조 원을 어떻게 혼자 따냈을까. 비결을 들어보려고 본회의장이고 사무실이고 며칠을 기다렸지만 허탕치다가 어렵사리 통화가 됐습니다.

[황주홍/민주평화당 의원 (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 : 6조 중에서 6억을 한 건지 6천억을 한 건지 분리하기는 어려운 거 아니에요, 실제로?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할 수도 없는 거고. 그러나 정확하게 너 혼자 했느냐. 그렇게 말하면 또 거기에 대해서는 꼭 그건 아닌 거지.]

이번에는 같은 대전에 맞닿은 지역구를 둔 한국당 이장우, 이은권 두 의원의 의정보고서입니다. 올해 대전시 예산 2조 8,200억 원을 서로 자기가 챙겼다고 자랑합니다. 누구 말이 맞을까요?

대전으로 가봤습니다. 먼저 이은권 의원, 사무실 건물 밖에 커다란 현수막까지 내걸었습니다.

[이은권/자유한국당 의원(대전 중구) : (두 분이 대전시 예산 2조 8,000억 원을 똑같이 적으셨어요.) 제가 말이라도 섞고 열심히 노력한 부분을 섞어서 그렇게 해서 만들어낸 거죠.]

이장우 의원에게도 찾아가 혼자 대전 예산을 다 딴 게 맞느냐고 물었습니다.

[이장우/자유한국당 의원 (대전 동구) : (다른 대전 지역구 의원들은 2조 8천2백억 원 안 적으셨던데?) 그건 열심히들 안 하셨나 보지.]

'돈' 얘기가 빠지지 않는 건 그보다 더 유권자들 눈에 잘 띄는 치적은 없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이은권/자유한국당 의원(대전 중구) : ((의정 보고서에) 예산 부분 특히 많이 적으신 이유가 있어요?) 홍보 차원에서 예산이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지. 다른 거는 이야기를 해봐야 표시가 안 나니까.]

하지만, 200년 넘게 의회민주주의를 해온 미국에서는 지역구만을 위해 예산을 따는 행위 자체를 부끄럽게 여깁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선심성 지역구 예산 확보를 일컫는 이른바 '이어 마크'를 거부하겠다고 거듭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오바마/前 미국 대통령 (2011년 1월) : 만약 지역구를 위해 받아간 돈이 포함된 예산안이 제게 온다면, 저는 거부할 것입니다.]

의정보고서가 낯뜨거운 이유는 또 있습니다. 이번에는 "대학병원급 종합병원 유치"라고 적은 민주당의 이훈 의원입니다. 지난해 한 건설사가 금천구청 인근 부지에 대형 종합병원을 짓기로 했는데, 다 본인 '공'이라는 겁니다.

[이 훈/더불어민주당 의원 (서울 금천구) : 추진하는 단장이 저랑 아주 친한 선배님이세요. 일부러 내가 거기 앉혀 놨지.]

하지만, 이 사업은 이 의원 당선 훨씬 전부터 주민이 공들여 온 일로, 자발적인 서명운동이 주효했습니다.

[금천구청 관계자 : 인구가 24만 명인데 24만 명이 청원을 한 기적이에요. '그 자리에는 의료 시설을 해라' 그렇게 승인을 받을 수 있었던 거죠.]

[김경복/종합병원 유치 서명 주도 : (이훈 의원이 (의정보고서에) 종합병원을 유치했다고 썼는데.) 그것은 안 맞는 일이에요. 전 전 구청장님부터 숙원 사업이니까.]

대놓고 지역 연고주의를 조장하기도 합니다. 민주당 박남춘 의원은 자기가 힘을 써 요직에 인천 출신이 많이 들어갔다는 내용을 의정 보고라며 담았습니다.

[박남춘/더불어민주당 의원 (인천 남동갑) : '힘 있는 자리'라고 한 적이 없죠. (여기, '소위 힘 있는 자리' 이렇게.) 그러니까 이건 설명인 거죠. 예를 들면 정무직이나 이렇게 일을 할 수 있는 자리에 추천하는 건 좋은 거죠. 지역을 위해서.]

열심히 일했다는 것을 알리겠다며 의원들은 매년 이렇게 두툼한 의정보고서를 펴냅니다.

국회 사무처는 정책자료발간비라는 명목으로 국회의원 한 사람당 최대 1,300만 원씩 지원하는데, 이게 다 유권자들 주머니에서 나온 세금입니다.

우편 발송 비용도 한 푼 안 냅니다. 의원들 홍보를 세금으로 돕는 건 유권자에게 사실대로, 성실히, 보고하라는 뜻에서입니다. 거짓과 과장으로 가득 찬 의정보고서는 폐지 공해일 뿐입니다.

(영상취재 : 장운석·이병주·설치환·공진구, 영상편집 : 박진훈, CG : 서승현)

[임상범,권란,최고운,최재영,이세영 기자 doongl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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