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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8 (금)

최흥식 금감원장 "결백하지만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아 사의"(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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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최흥식(사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2013년 하나금융지주 사장 시절 있었던 인사청탁 의혹에 대해 책임지겠다며 12일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최 원장은 불법행위는 없었다고 거듭 밝혔지만 금감원은 도덕성에 다시 한 번 타격을 입었다. 금감원은 당분간 유광열 수석부원장의 원장 대행 체제로 운영될 예정이다.

◇ 최 원장 “불법행위 없었지만, 공정성 담보 위해 책임”

최 원장은 이날 기자단에 보낸 사퇴의 변에서 “본인이 하나금융지주 사장으로 재임할 당시 하나은행의 채용비리에 연루되었다는 의혹 제기에 대해 본인은 하나은행의 인사에 간여하거나 불법적인 행위를 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그러나 당시 본인의 행위가 현재의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을 수 있고 금융권의 채용비리 조사를 맡은 금감원의 수장으로서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라도 직에서 물러나는 것이 책임있는 자세라고 판단했다”고 했다.

또 “금융기관의 공정한 채용질서 확립은 금융시장 발전의 출발점이다. 그 점에서 금감원의 역할은 막중하다”며 “본인의 사임이 조그마한 도움이 되길 바라며 금감원도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주리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지난 2013년 최 원장은 하나금융지주 사장으로 재직하며 ‘아들이 하나은행에 지원했다’는 지인의 연락을 받고 지인 아들의 이름을 하나은행 직원에게 전달했다. 최 원장이 채용 결정 과정에 간여하지 않았더라도 지인의 아들을 추천한 것 자체가 문제라는 여론이 비등했다.

특히 여야가 최 원장이 연루된 채용비리를 비판하는 성명을 낸 데다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이날 ‘최 원장을 경질하라’는 글이 올라오는 등 비판 여론이 높아졌다.

일각에서는 최 원장의 사의 표명과 관련해 청와대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공공기관 및 일부 금융사 등에서 불거진 채용비리에 대해 문재인 정부는 무관용 원칙을 천명하며 관련자들의 직위를 해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 상처입은 금감원...하나금융 채용비리 검사는 이어진다

지난해 9월 취임한 최 원장이 6개월 만에 전격 사퇴하면서 금감원은 다시 한 번 상처를 입게 됐다. 최 원장의 재임기간은 역대 금감원장 중 최단 기간이다. 앞서 지난해 9월 감사원은 채용비리를 포함한 금감원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52건의 위법·부당 사항이 발견됐다. 감사원은 8명의 직원에게 면직·정직 등 문책 권고를 했고, 이 가운데 5명에 대해선 검찰 수사 요청까지 했다. 현재 일부는 구속된 상황이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최 원장의 책임감 있는 결단에도 불구하고 금감원의 위상은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금감원은 최 원장 사의 표명과 별도로 하나금융 채용비리에 대한 특별검사단을 운영하겠는 입장이다. 하나은행 채용비리를 다시 한번 정밀하게 파헤치겠다는 뜻이다.

금감원은 지난해말 2015~2017년 은행권 전수조사를 통해 하나은행 등 5개 은행 22건의 채용비리를 적발해 검찰에 관련 자료를 넘겼다. 검찰은 이 자료를 토대로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금감원과 하나금융의 갈등은 지난해말부터 시작됐다. 지난해 11월 금감원은 금융지주사의 최고경영자(CEO) 선임 과정에서 ‘셀프연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당시 셀프연임 대상으로 거론된 곳 중 한 곳이 하나금융이다. 김정태 회장이 3연임이 기정사실화되던 시기다. 한달 뒤 금감원은 하나금융에 ‘경영유의’ 조치를 내리고 회장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에 현직 회장이 참여하는 것은 객관성·공정성에 위반된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또 지난 1월 하나금융 회추위에 차기 회장 후보 선임 일정을 연기해달라고 구두로 권고했지만, 회추위는 이를 무시하고 일정을 그대로 강행해 김 회장을 차기 회장 최종 후보로 결정했다. 김 회장의 3연임을 위한 주주총회는 이달 23일 열린다.

김문관 기자(moooonkwa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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