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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목)

[한겨레 사설] 커지는 댓글공작 의혹, 경찰 ‘개혁 의지’ 의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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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경찰이 이명박 정부 시절 안보 관련 진실이 왜곡되는 것을 막는다는 명분 아래 일반 누리꾼을 겨냥한 대대적인 댓글공작을 계획한 사실이 드러났다. 실제로 정부 정책에 대한 지지 댓글을 단 정황도 일부 확인됐다. 그러나 경찰은 군 사이버사령부의 레드펜(블랙펜) 활동에 대한 경찰 개입 혐의 수사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다가 12일 뒤늦게 수사 방침을 밝히는 자리에서도 공작계획 문건의 존재를 비밀에 부쳤다. 경찰의 수사 의지를 믿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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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가 입수한 ‘안보 관련 인터넷상 왜곡정보 대응방안’(2011년 4월18일 작성) 등의 문건을 보면, 경찰은 안보 관련 왜곡정보의 확산을 막아야 한다며 보안사이버수사요원 88명과 보안요원 1860명은 물론 보수단체 7만여명을 동원해 인터넷 대응계획을 세웠다. ‘건전한 인터넷여론 형성으로 사회혼란을 방지’한다면서도 ‘인터넷 여론조작 시비에 휘말릴 수 있는 만큼 수단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유의사항을 적어놓았다. 경찰 스스로 댓글공작의 불법성을 알고 있었다는 뜻이다.

이명박 정부 아래서 국정원과 군이 조직적으로 댓글공작에 나섰고 경찰청이 군사이버사 설립 1주일 전에 보안사이버수사대를 확대 개편한 사실 등을 고려하면 문건이 계획대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실제로 국방부 ‘2012년 사이버심리전 작전지침’ 문건에는 ‘작전협조는 국방부…국정원, 경찰청 등과 공조체제를 구축하고 정보를 공유한다’고 규정돼 있다. 국방부가 2012년 1월20일 청와대에 올린 ‘청와대(BH) 현안업무보고’에도 ‘국정원 경찰청…등과 실시간 정보공유, 공동 대응체계 유지’를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경찰청 보안국의 자체 진상조사팀이 관련자 32명을 조사했으나 경정 한명이 비공식적으로 “상사로부터 정부 정책 지지 댓글을 달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을 뿐 공식조사에선 아무도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고 경찰청은 밝혔다. 그러나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당시 보안국장들이 댓글 조작을 지시했다고 한다.

검찰과 국정원에 개혁 바람이 몰아치는 동안 경찰은 상대적으로 관심권에서 비켜나 있었다. 그러나 드러나는 정황을 보면 경찰 스스로 철저한 진상규명을 통해 자체 개혁을 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우선 ‘댓글 공작’이라도 검찰 등 다른 기관에서 수사하는 게 적절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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