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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목)

'탈석탄' 무색… 2017년 석탄발전량 역대 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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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 전력통계속보 / 2016년보다 12%↑… 전체의 43% / 원자력·가스 발전량은 줄어 / “환경급전 구체 방안 없는 탓” / 발전설비 이용률 50%대 ‘뚝’

정부가 지난해 탈석탄, 미세먼지 저감 등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공언했지만 석탄화력발전소 의존도는 더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 안전 등에 대한 고려 없이 경제적 요인(발전 단가)만을 따져 발전소 가동 우선순위를 정하는 현 경제급전체제가 조속히 정비되지 않은 데 따른 것이다.

세계일보

12일 한국전력 전력통계속보에 따르면 지난해 석탄발전소 발전량은 전년에 비해 12%(2만5116GWh) 증가한 23만8919GWh로 집계됐다. 2016년 21만3803GWh를 넘어선 역대 최대치다. 석탄발전소가 생산한 전기를 구입하는 데 사용한 비용도 18조1000억원으로 전년보다 2조8000억원 늘었다. 이에 따라 발전량 비중 면에서 석탄발전은 3.5%포인트 늘어 전체 발전량(553.9GWh)의 43.1%를 차지하며 주력 에너지원이 됐다. 발전량 비중이 40%를 돌파한 것도 처음이다.

원전 발전량은 확 줄었다. 엄격한 탈원전 정책 기조 속에서 시공과 부품 사용에 문제가 드러날 때마다 가동을 중단하고 안전성 점검을 펼친 탓이다. 지난해 원전 총 24기 중 11기에 해당하는 10.6GW가 예방정비로 가동을 중단하면서 발전량은 전년 대비 8%(1만3568GWh) 감소한 14만8427GWh였다. 발전량 비중 면에서도 2016년 30.0%에서 2017년 26.8%로 감소했다. 이는 석탄발전 비중을 더욱 밀어올린 요인이 됐다.

정부가 환경 친화적인 발전원으로 지목한 액화천연가스(LNG) 등 가스 발전과 신재생에너지 발전은 희비가 갈렸다. 신재생 발전량은 지난해 총 3만1044GWh로 전년 대비 35%(8108GWh)나 증가했고 발전량 비중에서도 5.6%로 1.4%포인트 늘었다. 반면 가스 발전량은 전년 대비 2%(2283GWh) 감소한 11만8569GWh로 비중 역시 0.9%포인트 떨어진 21.4%에 머물렀다.

이는 아직 구체적인 환경급전 실현 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영향으로 분석된다. 전력생산 여건을 보면 에너지원별 발전설비용량은 가스가 가장 많은 32.4%(3만7838㎿)를 차지했고 이어 석탄발전 31.4%(3만6709㎿), 원자력 19.3%(2만2529㎿), 신재생 7.9%(9187㎿) 등 순이다. 설비용량 면에서 가스발전은 전년대비 가장 많은 5.2GW 증설됐지만 발전량과 이용률은 동반 하락했다. 충분한 설비용량에도 석탄이 가스보다 발전량에서 두 배 이상 많은 것은 경제성만 따진 결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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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발전원별 단가는 ㎾h당 원자력 67.9원, 석탄 73.9원, 가스 99.4원, 신재생 186.7원 수준이다. 이에 따라 최근 국회에는 석탄발전량 비중을 30%로 제한하는 전기사업법 개정안도 제출됐다.

발전설비 가동도 효율성이 현저히 낮아졌다. 지난해 발전설비 연평균 이용률은 전년도 61.6%보다 7.4%포인트 하락한 54.2%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발전설비 중 절반은 ‘개점휴업’ 상태였다는 뜻인데, 전력수요 증가분 이상으로 발전설비 공급이 증가한 영향이다. 작년 최고전력수요는 12월12일 85.13GW였는데, 이는 전년도 최고전력수요(8월12일) 85.18GW와는 큰 차이가 없다. 반면 1년 사이 발전설비는 105.8GW에서 116.7GW로 증가했다. 분모가 커지면서 설비 이용률이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이다. 설비예비력도 31.5GW를 기록하며 2016년 15.0GW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났다.

문제는 신규 발전소가 계속 들어선다는 점이다.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2020년까지 진입 예정인 발전설비 용량은 약 10GW 규모다. 그 사이 폐지될 설비를 제외해도 그 용량은 현재 116GW에서 125GW로 늘어날 전망이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전력 피크만 의식해 발전소를 새로 짓기보다는 수요자원(DR) 시장 활성화 등을 통한 효율적인 관리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조현일 기자 con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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