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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목)

현명한 허물 아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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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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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함이며 해당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습니다/클립아트코리아
사람은 지위가 높아질수록 자신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에 집착함으로써 객관적인 시각을 갖기 어렵다고 한다. 때문에 의외로 시야가 좁아지고 판단이 흐려져 고집스러워진다. 일방통행식 독단적 결정과 지시 일변도로 흐르기 쉽다. 별다른 견제도 받지 않는 만큼 허물 또한 많아진다. 그런데 사람에겐 충언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본성이 있다. 달콤한 교언영색보단 솔직한 지적이나 충고가 좋다고 말은 한다. 그러나 실제로 그런 말을 들을 때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기 어려워지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또한 자기 눈으로는 자신의 속눈썹을 볼 수 없듯, 남들은 다 아는 허물을 정작 본인은 잘 모른다. 비록 알고 있어도 애써 외면하거나 덮으려 한다. 인간은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상사의 잘못된 의견이나 판단을 무조건 옳다고 맞장구치는 것은 마치 짠 국물에 계속 소금을 넣는 꼴이다. 윗사람의 허물은 어떻게 간(諫)하는 것이 지혜로울까?

먼저, 상사 역시 희로애락의 감정을 지닌 사람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설사 부하가 하는 말이 아무리 옳더라도 상사는 당장 자신의 감정을 거스르고 싶지는 않은 것이다. 따라서 내가 하려는 말이 아무리 옳바른 말이더라도 상대의 마음 상태에 따라 얼마든지 왜곡되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한비자'에 "군주를 칭찬할 때는 비슷한 사례를 들어서 칭찬하고, 군주의 일을 바로잡으려면 유사한 일을 들어서 충고하라"는 말이 있다. 무턱대고 칭찬하거나 일방적으로 충고의 말을 하게 되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기 어렵다. 이때는 객관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비슷한 사례를 드는 것이 좋다. 먼저 상대방이 상황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한 다음, 자신의 일을 스스로 돌아보게 해야 설득이 쉽게 되는 것이다.

선비로서 지녀야 할 일상의 범절을 정리한 책인 사소절(士小節)에 이런 내용이 보인다. "어른이 허물이 있을 경우, 성이 났을 때 간해서는 안 된다. 간하는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고 허물만 더하게 된다. 그 마음이 가라앉고 기운이 내려가기를 기다려 조용히 말하는 것이 옳다." 아무리 옳은 말도 때를 가려 해야 한다. 상대의 안색과 기분을 살피지 않고 면전에서 곧바로 불쑥불쑥 말하는 사람은 '눈뜬장님'에 다름 아니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 화가 가라앉으면 자기에게도 무슨 문제가 없었나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길 수 있고, 그런 여유가 생기면 남이 하는 충고도 유감없이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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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태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상사는 당신이 가려고 하는 곳을 지키는 문지기'라는 말이 있다. 따라서 상사와 좋은 관계를 맺지 못하는 것은 스스로 자신의 문을 닫아버리는 것과 같다. 행여 말실수 때문에 상사에게 미운털이라도 박히면 의외의 위기에 봉착할 수도 있다. 말 때문에 외로워질 수 있는 것이다. 윗사람 또한 자문해 보아야 한다. 주위 사람들이나 직원들이 정말로 좋아서 좋다고 말하는 걸까? 나무가 먹줄을 따라야 반듯해지듯, 사람도 간하는 말을 받아들여야 비로소 반듯해지는 법이다. 더욱이 '남들은 다 알고, 본인만 모르는 허물'을 알기 위해 주위의 충고나 간언을 겸허히 받아들이자. 내 마음 속에 비판가 한 명쯤 모셔 놓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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