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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목)

앞에선 "경사" 뒤에선 "독재"…시황제 바라보는 中의 `두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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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장기 집권을 가능케 하는 개헌안이 11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99%가 넘는 압도적인 찬성률로 통과된 가운데 이를 두고 중국에서는 찬반 여론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관영 언론은 개헌의 정당성을 피력하면서 '시황제 등극'을 찬양하는 데 치중하는 반면 중국 지식인들은 '마오쩌둥 시대로의 회귀'라면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12일 사론(사설)을 통해 "개헌은 시대의 대세에 부응한다"며 "개헌은 당의 마음과 민심이 향하는 전면적인 의법치국 추진과 국가 통치체계를 현대화하는 데 중대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이 신문은 이날 별도 기사를 통해 "국민과 인민에 도움이 되는 큰 경사"라며 개헌에 의미를 부여했다. 지난달 25일 시 주석의 개헌 추진 소식을 보도했다가 문책을 당했던 관영 신화통신 역시 "개헌은 중국 평화와 안정 유지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주요 인사와 관변 학자들도 나서서 개헌 찬양에 동조했다. 류전위 중국 법무부 부부장은 "당 영도력 강화가 이번 개헌의 핵심"이라며 "개헌은 합법적이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이뤄졌고, 인민의 의지에 부합했다"고 역설했다. 청언푸 중국 사회과학원 교수는 "중국은 정치, 경제, 군사, 외교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개혁을 추진 중"이라며 "개혁 목표를 달성하려면 결단력 있고 혁신적인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시 주석의 장기 집권을 옹호했다.

반면 시 주석의 절대 권력을 반대하는 일부 중국 지식인사들은 시 주석이 마오쩌둥과 같은 독재자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며 우려 섞인 비난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혁명원로와 고위 관료의 자제를 의미하는 '훙얼다이(紅二代)' 출신 작가 라오구이는 공개 성명에서 "마오쩌둥의 종신 집권은 개인 독재 시대를 열었고 중국을 암흑으로 몰아넣었다"며 "시 주석이 걸으려는 종신 집권은 역사적 퇴보"라고 주장했다. 중국과학원 원사이자 물리학자인 허쭤슈는 "위안스카이는 개헌을 통해 합법적으로 황제에 올랐지만 결국 온갖 비난과 반발에 직면하며 황제 제도를 스스로 취소한 바 있다"면서 "마오쩌둥 생전에 문화대혁명을 바로잡을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결국 그가 죽고 나서야 바로잡을 수 있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심지어 마오쩌둥의 비서를 지낸 리루이 전 공산당 중앙조직부 상무부부장 역시 "베트남과 쿠바도 변하는데 오로지 북한과 중국만 개인 숭배의 길을 가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시 주석의 종신 집권은 마오쩌둥 시대의 과오를 반복할 위험이 있다"며 "세계 2위 경제대국이 한 사람(시진핑) 손에 맡겨진 상황에서 이후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상할 수 없다"고 우려를 표했다.

전날 이뤄진 개헌안 찬반 개표 결과는 2964표 가운데 찬성 2958표, 반대 2표, 기권 3표, 무효 1표로 집계됐다. 찬성률은 99.79%로 압도적이었다. 이날 표결은 가림막이나 별도 기표소가 없는 중국식 '무기명 투표방식'으로 이뤄졌다. 투표에 참여하는 전국인민대표들은 자기 자리에 앉아서 투표 용지에 찬성, 반대, 기권 등 의견을 표기해야 했기 때문에 비밀투표의 자유를 누리지 못했다.

[베이징 = 김대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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