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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목)

둥지내몰림 이겨 낸 87년 역사 체부동교회 '생활문화센터'로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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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촌 인근 한옥 밀집지역의 유일한 서양식 건물

과거와 현재 공존…음악 연습·북카페·세미나 공간

뉴스1

체부동 성결교회(서울시 제공).©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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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전준우 기자 =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촌에 위치한 빨간 벽돌의 옛 교회건물에서 오케스트라 선율이 흘러나왔다. 87년 역사를 간직한 체부동교회가 시민들의 예술문화 공간으로 다시 태어난 순간이었다.

1931년 지어진 체부동교회는 일제강점기를 비롯해 해방과 한국전쟁 등 근현대사의 굵직한 사건을 목격했다. 한옥 밀집지역의 유일한 서양식 건물이다. 체부동에서 50년 넘게 살고 있는 곽종수 금천교시장 상인회장은 "어릴 적 체부동교회는 일대의 가장 높은 건물로 유일한 서양식 건물이었다"며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새로운 공간으로 태어나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서촌 일대가 서울의 주요 관광지로 떠오른 것은 10년도 채 되지 않는다. 청와대 인근 지역으로 개발이 제한되고, 변화를 싫어하는 토박이들이 모여 살다 보니 오래된 한옥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하지만 도시재생이 각광받으며 서촌 일대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이 몰려왔고, 임대료가 오르자 지역주민들은 하나 둘 떠나기 시작했다. 젠트리피케이션(둥지내몰림)으로 신도들도 점점 줄었고, 예배당을 유지할 수 없게 됐다.

4년 전 중국인 사업가가 50억원에 예배당을 매입하겠다고 제시했지만, 신도들은 예배당을 지키기 위해 시세의 절반에 매입해 달라고 서울시에 요청했다. 박원순 시장은 "중국의 기업체로 넘어가면 그대로 보전되지 않고 새로운 건축물이 지어질 것이라는 소식을 접하고 서울시가 매입해서 유지하고, 흔적을 남기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건물은 건축사적으로도 의미가 크다. 프랑스와 영국의 근대 건축양식을 동시에 볼 수 있는 몇 안되는 건물 중 하나다.

새롭게 태어난 체부동생활문화지원센터는 여전히 과거와 현재가 공존한다. 유교적 풍습에 따라 예배당에 남녀가 따로 드나들도록 만든 출입구 2개의 흔적도 아직 남아 있다. 교육관과 식당으로 사용하던 교회 뒤편 한옥은 보수공사를 하며 드러난 1930년대 민가의 건축양식 '꽃담'도 그대로 보존됐다.

기존 예배당건물은 생활문화, 특히 오케스트라·밴드 등 음악분야 활동공간인 '체부홀'이 됐다. 넒은 홀이 된 예배당 천정은 한옥과는 다른 목조 트러스구조로 근대 서양건축양식을 보여준다.

130여석 규모의 콘서트홀과 연습실로 구성돼 있고, 더블베이스 등 오케스트라 연주에 필요한 다양한 악기를 보유하고 있다. 시민 누구나 대관 신청 후 이용할 수 있어 평소 공연장이나 연습공간 구하기가 어려웠던 생활예술 동아리들의 아지트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홍언의 사직동 주민자치위원장은 "사직동 풍물패의 연습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체부홀 입구 반대편으로 난 통로를 따라가면 교회와 역사를 함께 해온 아담한 한옥 별채인 '금오재'가 나온다. 차 한잔과 함께 책을 읽을 수 있는 북카페(마실)와 소모임·강의를 열 수 있는 세미나실(사랑) 등 지역주민을 위한 공간이다.

서촌에서 40년 넘게 살고 있는 이형씨는 "슬럼화됐던 지역이 재개발되며 옛 건물이 하나 둘 사라지고 있다"며 "체부동교회가 지역주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재탄생한 것은 의미가 남다르다"고 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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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 별채 금오재(서울시 제공).©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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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oo56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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