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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4 (월)

미·북 정상회담 만능키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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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일보

[충청일보 사설] 대북특사로 김정은을 만나고 돌아온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설득하는데 성공해 미북 정상회담이 현실로 다가왔다. 당장이라도 평양을 맹폭하고 핵ㆍ미사일 기지들을 요절낼 것 같던 트럼프가 갑자기 돌변한 것은 그가 아무리 즉흥적이고 충동적인 성격으로 유명하긴 하지만 역시 전세계에 엄청난 충격을 안겨웠다. 트럼프의 결정이 단순히 돌발적 국정운영 스타일 때문 만으로 치부하기는 어렵다. 사업가로서 막대한 부를 일궈내는 과정에서 터득한 실전적 협상 노하우가 풍부한 트럼프는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북한 김정은과의 담판을 계획했을 가능성도 높다.

특히 김정은의 대미 메시지 전달자로 백악관을 방문한 정의용ㆍ서훈 팀의 능란한 화술도 크게 한 몫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정 실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접견 직후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읽은 미북 정상회담 수락 발표문에도 그런 정황이 충분히 확인된다. 정 실장은 "저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과 최대 압박 정책이 국제사회의 연대와 함께 우리로 하여금 현 시점에 이를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며 "저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의 지도자인 김정은 위원장과의 면담에서 김 위원장이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갖고 있음을 언급했다"고 밝혔다. 또 "북한이 향후 어떤한 핵 또는 미사일 실험도 자제할 것을 약속했으며 한미 양국의 정례적인 연합군사훈련이 지속돼야 한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다"고 한 부분도 주효했다.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정 실장은 김정은이 부탁한 별도의 '메시지'도 성미 급한 트럼프로 하여금 파격적인 미북 정상회담 수락ㆍ발표를 자극했을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이런 정도의 조건이라면 트럼프가 김정은의 만나자는 제의를 굳이 뿌리칠 이유가 전혀 없어 보인다. 액면 상으로는 김정은이 완전히 납짝 업드려 미국과의 대화를 간청한 것이나 다름없다. 핵 폐기 의사를 밝히는 동시에, 북한이 핵 개발의 빌미로 삼았던 한미 동맹 및 그 핵심인 한미연합군사훈련에 대한 용인을 표명한 것은 사실상 스스로 핵 보유의 명분까지 허물어뜨린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트럼프로서는 꽃놀이패를 잡은 기분일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이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조성된 평화무드를 타고 남북대화를 재개하고, 4월에 남북 정상회담을 열기로 한 상태에서 줄곧 선제타격론을 강조해 어깃장을 놓는다는 비판을 듣고 있던 차에 북이 거의 백기를 들고 찾아왔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어찌됐든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닫던 한반도 정세는 미국 정상회담을 계기로 역사적 변환기를 맞게 될 가능성이 열렸다. 그러나 트럼프와 김정은의 만남은 새로운 시작에 불과하다. 최근 20년 이내에 김대중ㆍ노무현 전 대통령 각각 남북 정상회담을 했지만 북한의 핵개발에 필요한 막대한 지금만 지원 해준 꼴이 됐고, 북은 천안함 폭침ㆍ연평도 포격ㆍ휴전선 목침지뢰 도발을 자행했으며, 지난해 말에는 핵 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미국은 북과의 정상회담이 무의미한 사례를 교훈삼아야 한다. 자칫 북한을 깡패국가에서 정상국가로 공인하는 선전장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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